[생각] 자유를 향한 느린 조정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시중의 유동자금이 이미 이동의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조심스런 기대까지 넘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지금의 기대가 고정적인 희망이 되어서 수월한 지속적 상승이 이루어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사가 모두의 바램대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또한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신자유주의 주도의 위기가 아직도 그 검은 그림자를 다 걷어내지 못하고 긴 꼬리를 걸치고 있는 마당에 지금의 회복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바마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정부주도의 개입이 경제 전반의 위기를 아우르고 있는 상태이므로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을 아직 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수를 늘리면서 경제성장을 도모한다고 하더라도 늘 과잉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본다.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언제 양날의 칼이 되어 다시 뇌관을 건드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외적인 의존도가 높고 원화가치의 변동성이 높은 취약한 우리의 경제체질상 더욱 그럴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예외없이 자유는 제도에 우선한다. 제도로서 자유를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제도가 자유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규제와 조정이라는 것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작업이어야지 자유를 대신하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위험스런 일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도 합리적인 조정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위기상황에서는 물론 규제와 조정의 폭이 클 수 있고, 더구나 지금과 같은 큰 위기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기능을 선순환시키기 위한 최소한으로 그쳐야 하고, 개입의 방향은 공공의 복지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바이아메리카를 강조하는 오바마정부의 주변 정책들은 이미 미국의 정책이며, 세계의 정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겠으나, 세계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위기를 장기화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과잉지출이 기축통화로서의 힘을 이용하여 다시금 금융질서 교란의 주범으로 재등장할 위험을 늘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세계의 정부가 보호주의로 흐르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은 자유로운 질서 속에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위기에 대응하여 일각에서는 경제질서의 측면에서 소유에 대한 제한을 강조하면서 공기업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시장의 실패만큼, 정부의 실패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며, 이미 IMF를 겪으면서 투입된 공적자금들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준 만큼의 성과로 되돌아오지는 못했다는 느낌이다. 누가 주인행세를 하든지 위기는 늘 잠복하고 있으며, 그로부터의 소외도 보다 덜 할 것이라는 장담을 아무도 하기 어렵다.
이념의 문제보다는 솔직한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한 생활양식의 문제로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 과연 무엇일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고민한다면, 우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그 선택은 자유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규제와 조정이며, 그 조정의 수단으로서 조세정책은 여전히 유효한 가장 강력한 공평의 도구로서 차선의 대책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잔인한 이 시기가 지나면 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다시 나타나게 될 더 커질 소외와 깊어질 양극화의 문제도 자유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제도의 수립과 집행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의 골이 깊은 만큼 회복의 시간도 길고 더딜 것이지만, 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 힘든 시련을 극복하고 난 뒤 터널의 끝에서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바램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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