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제3조제1항 제2호 위헌소원(각하)(2008.07.31,2004헌바28)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로서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를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확정되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2인(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은 이 사건 규정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므로 본안에 들어가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반국가단체인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다음 위 노동당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였다는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제기되어 소송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동 법원에 위헌제청신청(2004초기316)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4. 4. 7. 위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후 청구인은 1심 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청구인이 항소하자 서울고등법원(2004노827)은 청구인이 위 국가보안법 규정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그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2004. 7. 21.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2004도4899)에 대해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이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2008. 4. 17. 이를 기각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확정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①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2.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결정의 이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바,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은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8항에서 위 조항에 의한 재심에 있어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1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 또는 상고기각판결에 대하여는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해사건인 형사사건에서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때에는 처벌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되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청구인에 대한 무죄판결은 종국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되므로 더 이상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사건에서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청구인의 위 규정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4.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의견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헌법 제107조 제1항)라 함은 어느 법률이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관계에 있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논리적․추상적으로 재판의 의미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재판의 전제성이 있으면 헌법에서 정하는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은 충족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위헌법률심판이 제청신청인이나 헌법소원 청구인을 유리하게 하거나 재심의 기회를 주는 경우라야 비로소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위헌법률심판제도의 본질을 왜곡시켜 객관적인 규범통제보다도 주관적인 권리보호에 치중하는 제도로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고 확정되었으므로, 그 적용법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더라도 무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이익이 없고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판결의 주문 자체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면,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을 것이므로,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의 유무를 따지기에 앞서, 그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당해 재판의 무죄 이유를 달라지게 한다고 보아야 한다.
청구인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어 그 적용법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아도 무죄판결에 대한 재심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그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지 않는다거나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은, 재심청구의 가능 여부로써 위헌심판청구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으로서, 위헌법률심판제도가 본질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을 간과하고, 구체적인 분쟁해결이나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제도로 전락시키거나, 위헌법률을 실효시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확보하려는 헌법 정신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경우에, 당해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절차가 정지되지 아니하여 위헌법률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당해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선고되기 일쑤인데, 그리되면 법원의 재판 결과 여하에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좌우되게 되어 위헌법률심판의 본질과 기능의 독자성이 훼손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이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어긋나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헌법률심판제도에서 규범통제보다도 재판의 전제성을 더욱 중시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규정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로 되는 것이므로 본안에 들어가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