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소원
(헌법불합치)(2003.01.30,2001헌바64)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 재판관)는 2003. 1. 30.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으로, 구 전통사찰보존법 (1997. 4. 10. 법률 제5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5항 중 같은 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동산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동산의 양도'에 관련된 부분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그 법률개정시까지 그 효력을 잠정적으로 존속하도록 한다고 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 사찰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서, 1988. 7. 19. 전통사찰보존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소정의 전통사찰로 등록되었다. 건설부장관은 1002. 9. 14.경 그 경내지인 이 사건 토지 등을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편입하였는데, 그 당시 토지소유자 등에게 사전통지를 하는 법률규정 등은 존재하지 않았고, 건설부장관은 전통사찰의 보존업무를 관장하는 관계 장관에게도 이에 관한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 위 예정지구지정처분을 알 수 없었던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불복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하였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수용재결(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한 다음 그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에서는 『① 공용수용으로 인한 전통사찰 경내지 등의 소유권 변동은 법 제6조 소정의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대상이 아니다. ② 건설부장관이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함에 있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지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패소판결을 하였다.
청구인의 신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라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각하하였고(2001아1), 위 각하결정을 2001. 8. 18. 송달받은 청구인은 2001. 8. 2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사건 처분 당시 시행되던 법(1997. 4. 10. 법률 제5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5항 중 같은 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동산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동산의 양도'에 관련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법 제6조 (허가사항) ① 전통사찰의 주지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동산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동산의 대여, 양도 또는 담보의 제공
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제1항 제2호의 행위를 한 때에는 이를 무효로 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법의 입법목적은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을 보존함으로써 민족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으로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9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다. 관할 행정관청의 전통사찰 지정은 국가의 '보존공물(保存公物)'을 지정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보호법익은 '민족문화유산의 존속'이다.
경내지 등에 대한 소유권변동은 전통사찰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헌법적 보호법익이 침해될 수 있는 유형 중 하나인 '공용수용'으로 인한 소유권변동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경내지 등에 대한 소유권변동원인의 차이로 인하여 전통사찰의 존속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적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주지 또는 ② 사인(私人)인 제3자가 그 소유권변동을 시도하는 유형(제1,2유형)에 대하여는 국가의 의사표시를 그 효력요건으로 하면서, ③ '제3자적 국가기관' 등이 그 소유권변동을 시도하는 유형(제3유형)에 대하여는 이를 효력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헌법 제9조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유형이라는 우연한 사정의 유무에 따라 차별을 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이는 헌법 제23조를 이유로 하여 헌법 제9조의 규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족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국가의 헌법상 의무이므로, 사정이 허락하는 이상 민족문화유산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보존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통사찰을 훼손할 수 있는 경내지의 소유권변동이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와 이러한 훼손 등에 관한 판단·결정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관할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인지 여부 등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소유권변동을 시도한 주체가 사인(私人)인지 아니면 제3자적 국가기관인지 여부, 또는 그 형식이 양도(혹은 강제집행)인지 아니면 공용수용인지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만, 우리 재판소가 위헌결정 또는 단순한 헌법불합치결정만을 선고할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선고한 때부터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요건에 따라서 전통사찰을 실효성 있게 보존할 수 있는 제1,2유형에 대해서는 그 법률개정시까지 그 효력을 잠정적으로 존속하도록 한다.
※ 반대의견(재판관 河炅喆, 재판관 宋寅準의 합헌의견)
헌법은 국가에 대하여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노력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제9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등을 위하여 필요한 제한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부여하고 있고(제122조), 공공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국가기관이 헌법 제23조에 근거하여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이는 모두 국민들이 선택한 헌법적 가치 등을 구체화한 것이므로, 우리 재판소는 이러한 헌법의 전체적인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전통사찰의 경내지의 소유권변동의 원인에 따라서 헌법 제9조 소정의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용수용은 '공공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헌법 제23조 등에 근거하여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양자의 '침해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또한, 전통사찰 경내지 등에 대한 사적인 처분행위와 국가 권력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지는 공용수용행위는 본질적으로 그 특성을 달리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지의 처분행위만을 규제하고 공용수용에 대하여는 규제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국민주거생활의 안정 등과 같은 공공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개인의 재산권을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헌법적 이념에 따라서 택지개발촉진법 등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마당에, 굳이 입법자에게 전통사찰 경내지 등의 소유권이 변동되는 모든 경우에 대하여 중첩적으로 또는 절차적 요건을 강화하여 '관할 행정관청'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는 규정내용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삽입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민족문화유산으로서 반드시 보존하고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문화적 가치의 본질적인 내용'이 훼손되지 않는 이상, 건설교통부장관의 경우 공공필요에 의하여 전통사찰의 과다한 경내지 등에 대하여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치는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서 이를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포함시킬 수 있고, 이러한 조치는 합헌적이다. 입법자는 택지개발촉진법에 절차규정 등을 마련함으로써 헌법 제9조 소정의 '민족문화유산의 보존'에 관한 입법의무와 조화를 이루는 접점을 찾고 있는 것이며, 이는 서로 대립·충돌할 수 있는 다양한 헌법적 가치요구를 균형 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공용수용행위와 사인(私人)인 주지의 처분행위의 경우 그 본질적인 속성을 달리하기 때문에, 다수의견과 같이 양자를 동질의 비교군(比較群)으로 파악하고 그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를 논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헌법 및 정부조직법 등에 의하면 국가의 문화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문화관광부장관과 국토종합개발계획의 수립 및 주택의 건설업무 등을 관장하는 건설교통부장관은 각자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양자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이다. 따라서, 설혹 입법자가 전통사찰을 철저하게 보존하겠다는 입법목적을 가지고 사인(私人)의 행위 뿐만 아니라 공용수용으로 인한 전통사찰의 훼손을 모두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이를 반드시 동일한 형식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사인(私人)인 주지의 처분행위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이와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여 일련의 수용절차를 통하여 적정한 규제를 하고 있는 제3자적 국가기관에 의한 공공수용행위에 대해서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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