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인도법 제3조 위헌소원(합헌)(2003.01.30,2001헌바9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 재판관)은 2003. 1. 30.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범죄인인도법(1988. 8. 5. 법률 제4015호) 제3조는 합헌이라고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 내에서의 강간 등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기소된 후 1999. 2. 배심원평결에서 유죄로 인정되었는데, 판결이 선고되기 전인 1999. 3. 1. 국내로 도피하였고 1999. 6. 21. 미국에서 궐석재판으로 징역 271년형을 선고받았다. 2001. 6. 4. 미국 법무부는 청구인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청구하였다.
우리나라 범죄인인도법에 따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청구인의 인도허가 여부에 관한 심사를 서울고등법원에 청구하였으며 동 법원은 2001. 9. 25. 범죄인인도허가결정을 하였다. 청구인은 이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고, 그 사건 계속 중 범죄인인도법 제3조가 범죄인인도심사를 서울고등법원의 전속관할로 하면서 아무런 상소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범죄인인도법(1988. 8. 5. 법률 제4015호)
제3조(범죄인인도사건의 전속관할) 이 법에 규정된 범죄인의 인도심사 및 그 청구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의 전속관할로 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적법절차 등의 위반 여부
법원에 의한 범죄인인도결정은 신체의 자유에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므로 인도심사에 있어서 적법절차가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다투는 것은 단심제를 규정하고 불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범죄인인도심사를 단심제로 하는 것이 적법절차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이므로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한편 법원에 의한 범죄인인도심사는 전형적인 사법절차의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 심사절차는 성질상 국가형벌권의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절차와는 구별되며 민사절차도 아니고, 다만 법률, 즉 범죄인인도법에 의하여 인정된 특별한 절차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범죄인인도법은 법원의 인도심사결정시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관련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으며, 해당자가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 인도하지 않을 수 있고, 정치범이나 기타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처벌되거나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인도를 거절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으며, 해당 범죄는 인도청구국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법률에도 해당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급제도에 대한 입법재량의 범위와 범죄인인도심사의 법적 성격, 범죄인인도법상의 범죄인인도심사절차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조항이 범죄인인도심사를 서울고등법원의 단심제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법절차원칙에서 요구되는 합리성과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라 볼 수 없다.
(2)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헌법 제27조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모든 사건에 대해 상소심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며, 상소할 수 있는지, 상소이유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법정책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
이 사건에서 설사 범죄인인도를 형사처벌과 유사한 것이라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이 적어도 법관과 법률에 의한 한 번의 재판을 보장하고 있고, 그에 대한 상소를 불허한 것이 적법절차원칙이 요구하는 합리성과 정당성을 벗어난 것이 아닌 이상, 그러한 상소 불허 입법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재판청구권을 과잉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기타의 기본권 침해 여부
나아가 관련 사정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조항이 법원의 인도허가결정에 대하여 더 이상의 불복절차를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나 신체의 자유 등과 같은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가. 헌법의 국민보호원칙
국민은 국가이전에 실존하는 자연인으로서 국가를 형성하는 사실상의 구성요소이고 헌법제정권력의 주체로서 국가질서를 창설하며 국민주권에 입각한 국가권력의 이념적 행사자로서 현실적인 국가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헌법의 국민보호원칙은 국제형사사법공조의 한 내용인 범죄인 인도절차에서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 법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하여는 헌법의 국민보호원칙에 비추어 신중한 접근을 하여야 할 것이다.
나. 범죄인인도절차의 법적 성질
대법원과 위 다수의견은 범죄인인도허가결정이 국가형벌권의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소송법상의 결정이 아니라 범죄인인도법에 의하여 특별히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심급제도의 본질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 법규정이 인도허가결정에 대하여 불복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러한 해석은 범죄인인도절차를 형사소송절차가 아니라고 보는 잘못된 전제 하에 있는 것이다.
범죄인인도절차는 그 내용의 측면에서 볼 때 외국국가가 가진 국가로서의 대내적인 형벌권을 확보시켜주는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형사처벌절차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 범죄인인도절차는 그 과정에서 인도구속영장(법 제19조) 등에 의한 인신구속에 의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외국이 재판권을 가지고 있는 범죄인에 대하여 그 국가에서 소추·재판 등을 할 수 있도록 범죄인을 체포·구금하여 넘겨주는 것이므로 이 절차는 국가 형벌권의 확보와 인권옹호라는 일반적인 형사소송법의 목적과 근본적으로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관할권에 대한 국제법의 시각에서 볼 때에도 범죄인인도제도는 국가관할권 중 형사집행관할권의 영토적 한계를 메우기 위한 제도라 할 것이다. 또한 법원의 인도심사 결정에서는 범죄인(법 제2조 제4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인도대상범죄(법 제2조 제3호, 제6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증거조사와 판단이 필요한데 이러한 판단은 본질적으로 형사소송절차적 성질을 갖는 것이다.
일련의 형사소송절차를 두 단계로 나누어 〔체포·구금〕+〔수사·기소·공판 ·형집행〕의 절차로 분석하여 본다면 범죄인인도절차는 내국에서 이루어지는 앞단계와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뒷단계를 연결하여주는 절차이고, 이를 형사소송절차의 한 고리로 파악하는 것은, 달리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 상급심에의 불복청구권
재판절차로서의 형사소송절차는 당연히 상급심에의 불복절차를 포함하는 것이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인인도절차도 형사소송적 절차라고 한다면 그 절차에 의한 법원의 재판 즉 범죄인인도허가결정에 대하여도 당연히 상급심인 대법원에 대한 불복이 허용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한편 이러한 불복청구권의 내용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제정되는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지만, 이를 정함에 있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불복을 제한하는 내용의 축소적인 입법을 한다거나 불복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로 축소적인 입법을 할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 법조항이 불복을 불허하는 뜻으로 그 의미가 고착된 상태에 있는 결과로 범죄인(법 제2조 제4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인도대상범죄(법 제2조 제 3호, 제6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범죄의 혐의를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없는지 여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 필요한 증거조사와 인도될 국가에서의 인권보장수준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법관의 주관적 자의가 작용한 경우 상급심의 불복심사에 의하여 이를 시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국제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형사정의의 국제적인 실현에 협력할 의무와 범죄인 개인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와의 사이에 유지되어야 할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비송사건절차법에서조차 재판에 대한 불복을 보장하고 있는 것(항고에 관한 비송사건절차법 제20조, 재항고에 관한 동법 제23조 및 민사소송법 제412조)과 비교하여 보아도 이것은 심히 균형을 잃은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라. 재판청구권의 침해
그렇다면 이 규정이 상급심에의 불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필요에서 일부의 불복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불복 자체를 일체 금지하여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의 것임이 더 따질 것 없이 분명하고 이는 헌법의 국민보호원칙을 무시하고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을 결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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