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5조 위헌확인(기각)(2006.04.27,2005헌마40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전효숙 재판관)는 2006. 4. 27. 재판관 5 : 4 의 의견으로, 1994년 의료법 개정 당시 필리핀 소재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치의학사의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또는 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로서 개정 의료법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종전 의료법 조항에 따라 국내 치과의사면허취득을 위한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되어 왔던 청구인들에게, 3년의 유예기간만을 부여하고 예비시험의 합격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의료법 제5조 예비시험 부분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될 당시, 개정 전 의료법 제5조 제3호(1973. 2. 16. 법률 제2533호로 개정된 것)의 보건사회부장관이 인정하는 필리핀의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의학사의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또는 위 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로서, 위 개정된 의료법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개정 전 의료법 제5조 제3호가 정하는 바에 따라 치과의사 면허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이에 응시하여 왔다.
그런데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의료법 제5조 중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 부분에 의하여 청구인들도 예비시험에 합격하여야만 비로소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취득한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이 박탈되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의료법 조항 부분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배하여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05. 4. 20.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의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 중 치과의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다.
제5조 (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의 면허)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과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3.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받은 자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우리 재판소는 2003. 4. 24. 2002헌마611사건에서 예비시험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판례집 15-1, 466, 476-476)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예비시험조항은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과 자질이 있음을 검증한 후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에서 수학한 보건의료인력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려는 데 취지가 있으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이로써 학제나 교육내용이 다른 외국에서 수학한 예비의료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좀더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며, 예비시험제도를 통한 자격검증보다 덜 제약적이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상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예비시험이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외국 의과대학의 교과 내지 임상교육 수준이 국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국민의 보건을 위하여 기존의 면허시험만으로 검증이 부족한 측면을 보완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부담이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하여 과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그리고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과 의료인력 양성체제의 제도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의료인력의 수급에 대한 국가의 관리 및 통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요청은 헌법 제36조 제3항이 정하는 국민보건을 위한 국가의 의무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예비시험제도가 의료인력의 수급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더라도 그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치과의사면허를 일정한 치료행위에 한하여 조건부로 부여하거나 개업의 형태를 제한하는 방법 또는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실무수습을 거치게 하는 등의 방법은 의료행위의 본질이나 의료인 양성체계 및 의료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과제로서 고려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실현할 현실적인 대안으로서는 그 적실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다. 청구인들은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의료법이 개정될 당시 외국대학을 졸업하였거나 또는 외국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로서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외국면허 취득요건이 면제되어 외국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바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따라서 1994년 이래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된 2002년에 이르기까지 청구인들에게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보장되었고, 실제로도 이 사건 청구인들 대부분이 2002년을 비롯하여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도 계속하여 국가시험에 응시하여 왔다.
그리고 응시자격에 대한 신뢰의 법적 근거는 과거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강화하면서 청구인들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잠정적인 조치로서 경과규정(부칙 제4조)을 둔 것에 기초하므로, 입법자가 이후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변경할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과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하여 외국대학 졸업자의 지적·임상적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공익상의 이유가 존재하는 점, 예비시험의 구체적인 내용이 국가시험의 범위와 정도를 넘지 않고 외국대학 졸업자의 국내 적응능력을 검증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점, 통계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외국대학 졸업자가 국가시험에 약 4.32회 응시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구인들에게 주어진 3년의 유예기간은 법률의 개정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볼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예비시험제도 자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예비시험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이미 외국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한 청구인들에게 단지 3년 동안만 예비시험을 유예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예비시험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이유는 외국대학 졸업생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서인데, 이들에 대한 자질 검증은 기존의 제도로서도 충분히 담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후적으로 변경된 제도가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에는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기존의 제도를 신뢰한 자들이 지나치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경과규정은 청구인들에게 단지 3년 동안만 예비시험 없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기존의 제도를 신뢰한 자들에 대한 보호로서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예비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구분되는데, 필기시험과는 달리 실기시험을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의 이론을 배우도록 교과과정이 편성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의 이론에 대한 필기시험(국가시험)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임상수련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고 하여 실기시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실기시험을 면제하면서,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실기시험을 요구하는 이유를 알 수 없고,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실기능력을 배우고 검증받았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실기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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