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작위 등 위헌확인(각하)(2006.03.30,2003헌마80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재판관)는 2006년 3월 30일(목), 중국동포들의 대한민국 국적선택에 관한 법률제정 또는 조약체결 부작위 등 헌법소원에 대하여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각하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중국동포인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이 1992년 8월 한중수교 이후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 또는 조약을 체결할 헌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헌법이 요청하는 의무를 위반하였고, 또한 법무부장관이 ‘중국동포국적업무처리지침’이라는 차별적인 내부규정을 통해 국적회복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청구인들의 국적선택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3. 11. 1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첫째 대한민국정부가 1992년 한중수교 당시 또는 그 이후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자인 중국동포에 대하여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중국정부와의 조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입법부작위” 부분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와, 둘째 국적회복에 있어 중국동포를 차별취급하고 있는 법무부예규인 ‘중국동포국적업무처리지침’(이하 “업무처리지침” 부분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입법부작위 부분에 대한 판단
(1) 법률부작위 부분에 대한 판단
청구인들과 같은 중국동포들의 현재의 법적 지위는 일반적으로 중국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 보고 있고, 가사 중국동포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국적을 취득한 것이므로 당시 그들의 중국국적 취득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국적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경우에도, 1997년 전문개정된 국적법은 국적선택 및 판정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었다면 이들에게도 이러한 국적선택 및 국적판정의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헌법 전문의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의 계승’ 또는 제2조 제2항의 ‘재외국민 보호의무’ 규정이 중국동포와 같이 특수한 국적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국적선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무를 명시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뿐만 아니라 동 규정 및 그 밖의 헌법규정으로부터 그와 같은 해석을 도출해 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2) 조약부작위 부분에 대한 판단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들이 심판청구 당시나 현재에도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설사 그렇다고 본다 하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 및 국가간의 합의를 요하는 조약체결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헌법 전문이나 제2조 제2항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듯 중국동포와 같이 특수한 국적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국적선택을 위한 조약을 우리 정부가 중국과 체결할 의무를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뿐만 아니라 동 규정 및 그 밖의 헌법규정으로부터 그와 같은 해석을 도출해 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업무처리지침 부분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법무부장관이 반복적으로 행하는 국적업무에 관한 행정사무의 통일을 기하고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지침을 정해 주기 위한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할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없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사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에 대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헌법소원심판청구 후인 2004. 4. 1. 법무부예규 제703호로 “외국국적 동포의 국적회복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제정되면서 폐지되어 더 이상 중국동포들에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을 대상으로 한 심판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 반대의견
이 사건 청구 중 입법부작위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재외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하여야 한다.
청구인들을 비롯한 재중동포들도 재일동포나 재소련동포 등과 마찬가지로,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하는 등 1948. 5. 11.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법률 제11호 “국적에관한임시조례”상의 국적취득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1948. 7. 17. 제헌헌법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그들의 자녀들 역시 혈통주의를 취한 우리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재중동포들은 이에 더하여 1949. 10. 1.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 더불어 중국 국적도 취득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청구인들과 같은 재중동포를 그 출생 시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중국국적자’로 취급하여 왔고,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이 폐지되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졌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 지침의 바탕이 된 정부의 기본방침은 변하지 않았고, 그 지침이 폐지되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중동포의 기본권을 침해한 이상, 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재중동포를 출생시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중국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로 취급함으로서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음을 분명하게 선언하여야 한다.
4.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중국동포들의 역사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국가가 그들에게 대한민국국적 및 국내입국과 관련하여 입법적ㆍ행정적 고려를 할 수는 있으나, 국가에게 그들이 대한민국국적을 선택하도록 법률을 제정하거나 중국정부와 조약을 체결할 헌법적 의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