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일 월요일

[판례]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제청(위헌,2006헌가5)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제청

(위헌)(2006.04.27,2006헌가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 재판관)는 2006년 4월 27일(목)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금융기관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1,0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그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할 것을 규정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 이○규는 조흥은행 테○마트 지점 차장으로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부정한 대출 및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대가로 2인으로부터 금 6,900만원과 금 2,250만원을 각 교부받았다는 공소사실로 인천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위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에 처하고 9,150만원을 추징한다는 판결(2005고합133)을 선고받고 상고심(대법원 2005도8744) 계속 중이었는데,


대법원은 2006. 2. 27. 금융기관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1,0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그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할 것을 규정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경법’이라 한다)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제청결정을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 대상은 특경법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하고, 제1호와 제2호를 특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호 부분’,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2호 부분’으로 표시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경법 제5조【수재등의 죄】

④ 제1항 내지 제3항의 경우에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금품 기타 이익의 가액(이하 “수수액”이라 한다)이 1천만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수수액이 5천만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수액이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법정형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입법재량은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입법은 용납될 수 없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의 원칙에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 원칙 준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부정부패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함으로써 국가경제가 어려움이 처하였을 때 제정되었고, 공무원이 아닌 금융기관의 임⋅직원도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됨을 전제로,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범하는 특정경제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방법으로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위하를 통하여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초의 목적이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죄에 대하여 수수액에 따라 엄하게 가중처벌하는 입법례도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호 부분은 수수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바, 이는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경우에도 작량감경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부당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2호 부분도 수수액이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작량감경을 하지 않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어, 실무상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재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한 일반예방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수범자들에게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형사정책적으로도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행위 불법의 크기와 행위자 책임의 정도를 훨씬 초과하는 과중하고 가혹한 형벌을 규정한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 원칙 위반 여부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기관 이외에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 기관, 단체의 활동이 증대하고 있고,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공의 이익에 직, 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직무의 공정성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도 매우 큰 영역의 종사자들에 대하여는 그 직무에 관해 공무원에 준하는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고, 이러한 기관, 단체의 종사자들의 직무에 관한 뇌물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그 직무집행의 공정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그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변호사, 파산관재인, 공인회계사 등의 수재죄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과중할 뿐만 아니라, 최근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하게 수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던 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이 개정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임⋅직원으로서는 일정한 경우 수수액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인 경우’와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오히려 공무원보다도 더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는 달리 특경법 제5조 제4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재 2005. 6. 30. 2004헌바4, 2005헌바44(병합)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