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위헌제청
(일부합헌,일부각하)(2006.04.27,2005헌가2)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 재판관)는 2006년 4월 27일(목) 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의 죄를 범한 자’ 부분은, 원칙적으로 입법형성권의 범위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하거나, 형벌체계상의 정당성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다만 재판관 이공현, 조대현은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다. 한편, 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은 심판 계속 중 재판의 전제성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4호로 개정되고, 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 폭처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 등 위반죄로 대전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위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고, 그 항소심 계속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대전지방법원 2004초기975)을 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폭처법 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하고, 상해죄와 관련된 법률조항을 ‘폭처법상 상해죄 조항’, 협박죄와 관련된 법률조항을 ‘폭처법상 협박죄 조항’이라 한다)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구 폭처법 제3조(집단적 폭행등)
①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 제1항에 열거된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구 폭처법 제2조(폭행등) ① 상습적으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6조 제1항(체포ㆍ감금), 제283조 제1항(협박), 제319조(주거침입ㆍ퇴거불응), 제324조(폭력에 의한 권리행사방해), 제350조(공갈) 또는 제366조(손괴)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57조(상해) 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83조(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폭처법상 협박죄 조항 부분
형벌 법규가 개정되어 그 형이 구법보다 경하게 된 때에는 신법이 적용되는데(형법 제1조 제2항, 제8조), 구 폭처법은 제청법원이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 뒤인 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 공포되었고, 개정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하 ‘개정 폭처법’이라 한다)에서는 구 폭처법 제3조 제2항을 삭제하고, 위 부분 범죄사실과 같이 ‘야간에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여(개정 폭처법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법정형을 경하게 개정하면서, 그 시행도 공포일부터 하는 것으로 규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 중 폭처법상 협박죄 조항에 대한 부분은 심판 계속 중 재판의 전제성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부적법하게 되었다.
나. 폭처법상 상해죄 조항 부분
(1)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2)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이다. 그런데 폭처법상 상해죄와 같이 일단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상의 상해죄를 범하는 경우에는 이미 그 행위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불법의 정도가 크고, 중대한 법익 침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어서, 그 구체적인 행위의 결과가 형법상 상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그 책임이 중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폭처법이 폭력행위를 엄단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회적 법익’이외에도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고자 할 목적으로 제정된 점과 상해죄가 개인적 법익 중 생명권 다음으로 중요한 신체의 안전성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어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더욱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하여 형법본조상의 상해죄보다 가중처벌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쉽사리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원칙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3) 또한 폭처법상 상해죄 조항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서 결과 불법이 동일한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7년 이하의 징역형 등) 보다 상당히 높고, 결과 불법이 폭처법상 상해죄보다 중한 형법 제258조 제1항의 중상해죄(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보다 무거우며, 형법 제259조 제1항의 상해치사죄(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와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으로 곧 폭처법상 상해죄의 행위자를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범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입법자가 그 재량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범죄로 인한 결과발생(침해법익)의 경중과 법정형의 경중이 언제나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범죄의 죄질 및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처법상 상해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는 사안에 따라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이도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므로 이 점에서도 그 법정형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만큼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결국 폭처법상 상해죄 조항은,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하거나, 형벌체계상의 정당성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달리 헌법에 위반되는 점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가. 일률적 법정형과 헌법원칙
구 폭처법 제3조 제1항은 하나의 법조문에 8종류의 범죄를 구성요건으로 나열하고 이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입법이 언제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서로 다른 수준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 동일 또는 유사한 형벌적 평가를 할 수 없는 범죄들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 더구나 그것을 하나의 법조문에서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즉 서로 결과불법이나 행위불법이 달라 죄질이 다르고 서로 다른 수준의 사회적 비난을 받는 범죄들은 형벌적으로도 서로 달리 취급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설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어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취급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일률적으로 법정형을 설정하는 경우, 동일하게 취급된 범죄들 중 죄질이 가장 가벼운 범죄에 적절하거나 가벼운 경우가 아닌 한 그 중에는 범죄경중에 비하여 법정형이 과중하여 비례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범죄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일률적 법정형은 비례원칙에 위반될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및 비례원칙에 기초한 범죄경중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은 행위자의 죄책에 알맞은 형벌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형벌개별화의 원칙을 요구하므로 입법자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법관이 각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맞추어 행위자의 죄책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함으로써 형벌개별화의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재량의 여지가 주어진 법정형이 설정되어야 하는 요청과, 국가형벌권을 구체화하는 법관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하여 법률로 정하는 법정형을 가능한 한 구체적인 범위로 축소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요청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러 범죄를 하나의 법조문에서 규율하면서 그 전체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위 두 가지 요청 중 적어도 하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일률적 법정형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구 폭처법 제3조 제1항은 위 조항의 적용대상인 형법 각 본조의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각 형법상의 범죄는 죄질이 사뭇 달라 원래의 법정형이 낮게는 폭행(형법 제260조 제1항)이나 협박(형법 제283조 제1항)과 같이 구류 또는 과료가 가능한 것에서부터 높게는 공갈(형법 제350조)과 같이 10년 이하의 징역에 이르기까지 그 경중에 차이가 많고, 구 폭처법 제3조 제1항이 규정하는 각 범죄들 사이에서는 죄질의 차이가 현저한 범죄들의 조합을 적어도 하나 이상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죄질의 차이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여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였다는 구성요건요소가 범죄의 불법을 증가시키는 정도는 범죄마다 같지 아니하지만 위와 같은 사유가 오히려 죄질의 차이를 더욱 현저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라도 구 폭처법 제3조 제1항이 규정하는 각 범죄들 사이의 죄질의 차이를 상쇄하는 정도에는 결코 이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폭처법 제3조 제1항이 각 행위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행하여졌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은 평등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구 폭처법 제3조 제1항은 그 전체가 위헌이며, 따라서 그 일부인 폭처법 상 상해죄 조항부분도 당연히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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