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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1일 월요일

[판례]민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제762조)(합헌,각하)(2008.07.31,2004헌바81)

 

민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제762조)(합헌,각하)(2008.07.31,2004헌바81)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6(합헌) : 2(한정위헌)의 의견으로 권리능력의 존속기간을 규정한 민법 제3조와 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를 규정한 민법 제762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일부 청구인들의 청구는 각하됨).


민법 제762조에 의한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3조의 취지를 고려하여 살아서 출생한 태아에게만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태아 생명권의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 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민법 제762조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재판관 2인(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각 한정위헌의견이 있다.


1.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신○○와 같은 정○○는 부부이고 청구인 신□□와 같은 신△△은 이들의 자녀이다. 청구인 정○○는 셋째 아이를 임신한 후 2002. 5. 8.경부터 당해사건의 피고(김○○)가 근무하는 ○○의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다.


(2) 청구인 정○○는 2002. 7. 22.(임신 16주 2일) 위 의원에서 기형아 검사를 위한 트리플마커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에드워드 증후군의 위험도가 1:100 이상으로 증가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위 김○○는 태아가 기형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청구인 정○○의 동의 아래 2002. 7. 25. 양수천자검사를 실시하였으나 위 검사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유산의 위험성에 관하여 알려주지 않는 등 의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3) 청구인 정○○는 2002. 8. 3. △△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양막이 터져 양수가 거의 없음이 확인되었으며 그 다음날(임신 19주) 태아는 태내에서 사망하였다.


(4) 청구인들은 태아도 권리능력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질 수 있고 태아가 사산할 경우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친권자가 되었을 부모에게 상속된다고 주장하며 인천지방법원에 위 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상고심 계속 중 민법 제3조와 제762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대법원 2004카기87)되자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04. 10.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 신○○를 제외한 청구인 정○○, 신□□, 신△△의 각 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각하됨)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3조와 제762조가 위헌인지 여부이다.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제762조(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법정의견의 요지


(1)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2)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람은 출생한 때로부터 권리(의무)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출생 전 단계에 있는 태아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부정된다. 하지만 민법은 출생 전의 태아에 대해서도 재산권의 보호나 불법행위로부터의 보호 등 특별히 태아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개별규정을 두어 태아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예외적이긴 하지만 출생 전 생명인 태아도 민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2조 또한 그러한 예외적 보호규정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법원은 태아에 대한 개별적 보호규정들을 해석함에 있어 민법 제3조의 취지를 고려하여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 한해 소급적으로 태아라도 권리능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이른바 정지조건설). 위와 같은 해석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태아가 살아서 출생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권리능력 내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게 된다.


(3)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설사 그 보호의 정도가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언제나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이행은 입법자의 입법을 통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것이고, 국가가 그 보호의무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이행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법자가 기본권 보호의무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러한 이상적 기준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헌법재판소는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소위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즉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를 기준으로 심사하게 된다. 따라서 입법부작위나 불완전한 입법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는 입법자의 보호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4) 태아는 형성 중의 인간으로서 생명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태아를 위하여 각종 보호조치들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로부터 태아의 출생 전에, 또한 태아가 살아서 출생할 것인가와는 무관하게, 태아를 위하여 민법상 일반적 권리능력까지도 인정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나오는 법적안정성의 요청은 인간의 권리능력이 언제부터 시작되는가에 관하여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그 시점을 확정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형성이 출생 이전의 그 어느 시점에서 시작됨을 인정하더라도, 법적으로 사람의 시기를 출생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헌법적으로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


(5) 형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적인 분만기 이전에 인위적인 수단으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모체 내에서 태아를 살해하는 행위를 낙태에 관한 죄(형법 제269조, 제270조)로 처벌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예외적으로 5가지 정당화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또한 동법 시행령 제15조는 인공임신중절행위에 대해 임신한 날로부터 28주 이내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낙태를 시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입법자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규정들을 통하여 태아의 생명에 대한 직접적 침해위험을 규범적으로 충분히 방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태아가 사산한 경우에 한해서 태아 자신에게 불법적인 생명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단지 그 이유만으로 입법자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국가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취하지 않은 것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6)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해 동일한 생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경우에도 ‘살아서 출생한 태아’와는 달리 ‘살아서 출생하지 못한 태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함으로써 후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나 이러한 결과는 사법(私法)관계에서 요구되는 법적안정성의 요청이라는 법치국가이념에 의한 것으로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차별적 입법조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 국가가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입법적 조치를 다하지 않아 그로써 위헌적인 입법적 불비나 불완전한 입법상태가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7)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권리능력의 존재 여부를 출생시를 기준으로 확정하고 태아에 대해서는 살아서 출생할 것을 조건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입법적 태도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나.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요지


(1) 민법 제762조는 태아가 출생하기 전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권리능력의 존속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조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특별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특별규정인 민법 제762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일반규정인 민법 제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런데 대법원은 민법 제762조를 적용함에 있어, 태아는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해석은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태아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살아서 출생한 사람만 태아 기간 중에 발생한 불법행위 시기에 소급하여 보호할 뿐, 태어나기 전의 태아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 셈으로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법행위로 태아가 부상하거나 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만, 불법행위로 태아가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하게 된다. 이러한 법률해석은 태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민법 제762조의 취지를 축소시켜서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태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결국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민법 제762조가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다. 재판관 김종대의 한정위헌의견 요지


(1)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는 민법 제762조를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되 다만 그 청구권의 발생 시기만 태아 당시로 소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생명을 침해당한 태아는 이미 살아서 출생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고, 태아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태아에 대하여 아무런 사법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이는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실체적인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허구적이고 조건적인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개인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이다.


민법 제762조를, 살아서 출생한 태아에 한해서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함으로 인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해태는, 태아가 불법적인 침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와 단지 상해만을 입어 출생한 경우를 비교해 보면 더욱 명백해 진다. 불법적인 침해행위를 당한 태아가 상해를 입고 출생하면 태아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지만, 그 불법적인 침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는 아무런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태아의 신체를 훼손한 자는 사법상의 책임을 지지만 태아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아무런 사법상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태아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민법 제762조가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살아서 출생한 태아의 경우에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기본권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 제2문에 위반하여 태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생명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