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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7일 수요일

[판례]민법 제245조 제1항 등 위헌소원(각하)(2007.04.26,2004헌바19)

 

민법 제245조 제1항 등 위헌소원(각하)(2007.04.26,2004헌바19)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鍾大 재판관)는 2007년 4월 26일(목)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잡종재산인 부동산들에 관하여 청구인들이 20년 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2001. 4. 30.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2001가단108438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청구인 김○욱에 대해서는 당해 토지가 공원용지로 지정된 뒤 실시계획이 인가된 행정재산으로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인 김○대에 대해서는 20년간 당해 토지를 점유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2002. 10. 18. 청구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나.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위 법원에 항소하고(같은 법원 2002나59695), 위 재판 계속 중 민법 제245조 제1항 및 국유재산법 제5조 제2항을 해석함에 있어, 취득시효 완성 후 잡종재산이 행정재산으로 변경된 경우도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 국유재산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4. 1. 15. 그 신청을 기각하자, 2004. 2.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자체가 아니라 취득시효 완성 당시에는 잡종재산이었으나 후에 행정재산으로 변경된 경우까지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못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여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이 부분이 위헌이 되면 위 민법규정의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청구인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청구인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규정을 국유재산법 제5조 제2항에 한정하여 판단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유재산법 제5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유재산법

제5조(국유재산의 보호) ① 생략

② 국유재산은 민법 제24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다만, 잡종재산의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청구인들이 구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때에 하는 소위 규범통제형 헌법소원 제도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이다.


나.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점유하는 국유재산이 잡종재산으로 있을 때 이미 취득시효 기간이 완성되었음에도 그 후에 행정재산으로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시효취득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 사건 법률조항 또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국유재산”이나 “잡종재산”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잡종재산”의 의미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취득시효 기간의 완성 당시에는 잡종재산이었으나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재산으로 변경된 부동산”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의미하는 “잡종재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는 결국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고 단순히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다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부적법한 심판 청구라 할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법률에 대한 특정의 해석 내용을 한정하여 위헌 여부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한정위헌심판청구)도 그러한 해석 내용이 규범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법률에 대한 어떠한 해석이 규범력을 가지지 못할 때에는 심판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특정의 해석내용이 규범력을 가지고 있다면 집행사례나 재판선례가 집적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위헌적인 해석 내용의 규범력을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법률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라 하여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국유재산법 제5조 제2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은 구체적인 규범력을 가지고 재판의 기준으로 되고 있으므로,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할 필요도 있다.

2008년 8월 24일 일요일

[판례]실화책임에관한법률 위헌제청(헌법불합치)(2007.08.30,2004헌가25)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위헌제청(헌법불합치)(2007.08.30,2004헌가2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曺大鉉 재판관)는 2007년 8월 30일 일반 불법행위와는 달리 경과실에 의한 실화의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실화책임법’이라 한다)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면서(단순위헌 의견 2인), 위 법률의 적용중지를 명하였다.


1. 사건의 개요


가. 제청신청인들(이하 ‘신청인들’이라 한다)과 주식회사 동산화학(이하 ‘동산화학’이라 한다)은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일대에 있는 가야집단공장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003. 6. 15. 03:00경 동산화학 소유 건물의 2층 바닥에 깔린 전선 중 반 단선된 부분의 과열로 전선피복이 탄화되면서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불이 인근에 있던 신청인들의 건물로 번져서 건물과 사무실 집기, 자재, 공장시설 등이 소훼되었다.


나. 신청인들은 2003. 7. 11. 동산화학을 상대로 위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 진행 중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에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이 신청인들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는데,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2004. 8. 31.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1961. 4. 28. 법률 제607호로 제정된 것)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민법 제750조의 규정은 실화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특별 제한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과실책임주의를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실화책임법은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의 적용을 배제하여 과실책임주의를 수정함으로써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특별히 제한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실화책임법은 불법행위 책임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특별히 제한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정신에 따라 위와 같이 불법행위 책임을 예외적으로 특별히 제한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한도에서 최소한도로 그쳐야 한다.


나. 실화책임법의 필요성과 입법목적


불의 특성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이 생긴 곳의 물건을 태울 뿐만 아니라 부근의 건물 기타 물건도 연소(延燒)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고, 화재피해의 확대 여부와 규모는 실화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기의 습도와 바람의 세기 등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입법자는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실화책임법을 제정한 것이고, 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4등 결정이 밝힌 바와 같이 오늘날에 있어서도 실화책임법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실화책임법의 합리성·제한최소성·법익균형성


실화책임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경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 실화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감면하여 조절하는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실화자의 배상책임을 전부 부정하고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부정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화재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과실 정도가 가벼운 실화자를 가혹한 배상책임으로부터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실화책임법이 채택한 방법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실화자의 보호에만 치중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한 것이어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경과실의 경우에는 민법 제765조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맞추어 실화자의 배상책임을 경감시킴으로써 실화자의 가혹한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에도 경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 실화자의 책임을 전부 부정하고 그 손실을 모두 피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입법목적상 필요한 최소한도를 벗어나 과도하게 많이 제한하는 것이다.


게다가 화재 피해자에 대한 보호수단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화재가 경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화재와 연소의 규모와 원인, 피해의 대상과 내용·범위, 실화자의 배상능력, 피해품에 대한 화재보험 가입 여부, 피해자의 재산정도 등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실화자의 손해배상책임과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실화자만 보호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한 것으로서 실화자 보호의 필요성과 실화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균형있게 조화시킨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헌법불합치결정 이유


이와 같이 실화책임법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화재와 연소(延燒)의 특성상 실화자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실화자의 책임한도를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경과실 실화자의 책임을 감면하는 한편 그 피해자를 공적인 보험제도에 의하여 구제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방안의 선택은 입법기관의 임무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화책임법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기 보다는 헌법불합치를 선고하여 개선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실화책임법을 계속 적용할 경우에는 경과실로 인한 실화피해자로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위헌적인 상태가 계속되므로, 입법자가 실화책임법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개선 입법을 하기 전에도 실화책임법의 적용을 중지시킴이 상당하다.


이 결정과 달리 실화책임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4등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한다.


*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


실화책임법과 같이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일률적으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입법례는 실화자에게 민사상의 배상책임을 지우지 않는 관습이 형성된 일본 이외에는 유례가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에는 일본과 같은 관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화책임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이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내화성이 강한 건축양식에 따른 대형 건축물이 들어섰으며, 화재의 조기 진압과 예방을 위한 소방관계법령들이 제정 또는 개정됨으로써 실화자를 가혹한 손해배상책임의 부담으로부터 구제한다는 실화책임법의 필요성도 많이 약화되었다.


또한 실화로 인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광산사고, 독성물질로 인한 사고, 가스유출 및 폭발사고, 제방·도로 등의 파괴로 인하여 손해의 범위가 예상외로 확대된 경우에도 과실책임주의를 관철하거나 무과실책임주의 내지 위험책임주의를 도입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현대의 입법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하고 실화자의 구제만을 우선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실화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보호수단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를 배제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은 불의 특성과 실화자의 구제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실화책임법의 위헌성은 제정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라기보다는 그 후의 건축양식의 변화와 소방행정의 발달 및 관계법령의 정비 등 현실적인 상황의 변경에 의하여 발현된 것이라고 보여지고, 그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므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실화책임법의 적용을 중지하는 헌법불합치 의견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이와 같이 보충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송두환의 단순위헌 의견


실화책임법은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실화자의 보호에만 치중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는 외면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실화책임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이와 같이 실화책임법이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판단되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실화책임법의 외관을 형식적으로 존속시키고 입법부의 개정입법이 있을 때까지 그 적용을 중지시킬 것이 아니라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실화책임법을 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수의견과 달리 단순위헌 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판례]민법 제406조 제1항 위헌소원(합헌)(2007.10.25,2005헌바96)

 

민법 제406조 제1항 위헌소원(합헌)(2007.10.25,2005헌바9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熙玉 재판관)는 2007년 10월 25일 채권자가 일정한 경우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에 이루어진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406조 제1항 중 ‘이익을 받은 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였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1. 사건의 개요


가. 주식회사 상진케미칼(이하 ‘상진케미칼’이라 한다)은 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한 후 신용보증서를 발행받아 이를 담보로 하여 중소기업은행 등으로부터 20억여 원을 대출받았고, 황○하는 상진케미칼의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위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구상금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하였다.


나. 신용보증기금은 상진케미칼이 어음교환소의 거래정지처분을 받게 되자, 중소기업은행에게 상진케미칼의 은행 대출금 중 보증기한이 도래한 원리금을 대위변제함으로써 구상금채권을 가지게 되었고, 한편 황○하는 상진케미칼이 거래정지처분을 받기 직전에 청구인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김포시 풍무동 소재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위 구상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위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을 취소함과 아울러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청구인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법원에 신용보증기금의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법률상의 근거인 민법 제406조 제1항에 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그 신청이 기각되자 민법 제406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민법 제406조 제1항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청구인이 사해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수익자)이지 전득한 자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 제406조 제1항 중 ‘이익을 받은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으로 한정함이 상당하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①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적법요건 부분


법무부장관 등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입증책임을 누구에게 부과할 것인가의 문제는 법률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므로 이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의 입증책임분배에 관한 주장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을 다투는 것이라기보다는 수익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청구인과 같은 수익자에게 부담시키는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는 것으로서 적법하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채무자 및 수익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수익자의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인정하고 있는 채권자취소권이 행사되면 채권자의 재산권인 채권의 실효성은 확보될 수 있는 반면, 채무자와 수익자간의 법률행위가 취소되고 수익자가 취득한 재산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회복되게 됨으로써 채무자 및 수익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내지 계약의 자유와 수익자의 재산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와 같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둘러싸고 채권자의 재산권과 채무자와 수익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내지 계약의 자유 및 수익자의 재산권이 서로 충돌하게 되는 경우, 기본권의 서열이나 법익의 형량을 통하여 어느 한 쪽의 기본권을 우선시키고 다른 쪽의 기본권을 후퇴시킬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되, 법익형량의 원리, 입법에 의한 선택적 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나) 채권자취소권 제도는 채권자 보호라는 법의 정적 안정성과 관념적 권리인 채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고, 이는 로마법 이래 대륙법계 및 영미법계 국가들의 대부분이 채택한 제도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를 채무자가 한 모든 법률행위가 아니라 그 중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로 한정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채권자를 해하는 법률행위, 즉 사해행위만을 그 대상으로 하며, 주관적 요건으로 채무자의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를 요하고 있다.


또한 채권자취소의 범위도 책임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되고, 그 취소의 효과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악의의 수익자 또는 전득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상대적으로 취소하는 것이므로, 채권자취소로 인하여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리고 사해행위취소의 상대방인 수익자는 원상회복으로서 사해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되지만, 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담보책임의 추궁에 의하여 손해의 전보를 받을 수 있으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기간도 타국의 입법례나 일반 법률행위의 취소권 행사기간 보다 훨씬 단기간으로 정함으로써(민법 제406조 제2항)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도모하고 있다.


(라) 한편 입증책임규범은 사실의 존부불명의 경우에 법관으로 하여금 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보조수단으로서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입증책임을 분배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입증책임 분배의 기본원칙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영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수익자의 악의를 채권자취소권의 장애사유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대법원이 수익자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채권자가 아니라 수익자에게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은, 직접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채권자가 수익자의 악의를 입증하게 하는 것보다는 직접적인 거래의 당사자인 수익자가 스스로의 선의를 입증하는 것이 훨씬 용이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마)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체적으로 상충되는 기본권들 사이에 합리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그 제한에 있어서도 적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무자 및 수익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이나 수익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익자에 대하여 무엇에 관한 선의를 입증하라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라는 의미는 사해행위의 객관적 요건을 구비하였다는 것에 대한 인식, 즉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에 의하여 그 재산이 감소되어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도 이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달리 법관의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 의견


채권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대인적 권리이고,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게는 채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민법 제406조는 이러한 채권의 본질과 효력에 관한 일반원칙의 예외로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적법한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그 상대방이 적법하게 취득한 권리를 부정할 수 있는 특별한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권능은 채무자의 재산처분권을 침해함과 아울러 수익자나 전득자가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특히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의 한도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우선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지 않거나 채무초과상태를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할 필요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406조를 적용하여 채무자의 적법한 법률행위나 그 상대방이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 그리고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초과상태를 초래하는 경우에도, 책임재산 감소로 인하여 초래된 채무초과의 한도에서만 채권자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을 뿐이다.


다음에 민법 제406조에 의하여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익을 반환시키는 범위도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로 인하여 수익자나 전득자가 받은 이익을 한도로 제한되어야 한다. 수익자나 전득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무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그 재산 전부를 반환시킬 수 있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한 경우에는 정당한 시세보다 저렴한 한도에서만 반환시켜야 한다. 수익자나 전득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정당한 시세로 취득한 경우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수익자나 전득자가 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 제406조를 적용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채권자취소의 범위를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한도와 수익자나 전득자가 받은 이익의 한도로 제한하지 않으면, 민법 제406조가 수익자나 전득자의 악의를 채권자취소의 적극적 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수익자나 전득자의 선의를 면책요건으로 규정한 것을 합리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채권자취소의 범위를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한도와 수익자나 전득자가 받은 이익의 한도로 제한하지 않으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여 채권자를 보호한다는 법익에 치우침으로써 채무자의 재산처분권 및 수익자·전득자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결과로 된다. 채권자취소의 범위를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한도와 수익자나 전득자가 받은 이익의 한도로 제한하는 경우에 비로소 두 가지 법익을 적정하고 균형있게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민법 제406조를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초과로 되는 한도나 수익자·전득자가 받은 이익의 한도를 넘어서 적용하는 것은 채무자의 재산처분권과 수익자·전득자의 재산권을 필요한 한도를 넘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판례]민법 제1008조의3 위헌소원(합헌)(2008.02.28,2005헌바7)

 

민법 제1008조의3 위헌소원(합헌)(2008.02.28,2005헌바7)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宋斗煥 재판관)는 2008년 2월 28일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균분 상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일반 상속법리와는 달리 상속재산 중 일정 범위의 제사용 재산에 대하여는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8조의3 중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들은 망 김○환(2001. 3. 8. 사망)의 3남인 망 김○섭(1998. 1. 17. 사망)의 배우자 및 자녀들이고, 청구외 김○성은 망 김○환의 차남으로서, 김○환이 사망함에 따라 그 소유이던 서울 강남구 자곡동 소재 임야 및 전 3필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함)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하였다.


나. 그런데 위 김○성은 이 사건 부동산이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금양임야 내지 묘토이고, 자신이 망 김○환의 호주의 지위를 승계하면서 선조에 대한 제사를 주재하게 되었으므로 위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단독으로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인들을 상대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청구 등의 소를 제기하여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상속재산에서 일정 범위의 재산을 ‘제사를 주재하는 자’에게 단독으로 승계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1008조의3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제1008조의3 중 ‘족보와 제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1008조의3 (분묘등의 승계)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禁養林野)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재산권 침해 여부


(1) 우리 재판소는 이미 상속권을 재산권의 일종으로 보고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상속제도와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헌재 1998. 8. 27. 96헌가22등, 판례집 10-2, 339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상속권 내지 재산권 침해 여부도 이러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2)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조상숭배의 전통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제사문화가 발전되어 왔고, 우리나라의 상속법제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재산상속과 더불어 제사상속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제사상속제도는 선조를 숭배하여 보은반은지성(報恩反恩之誠)을 극진히 하려는 유교의 예교사상에서 나온 것으로서 우리 고래의 순풍양속의 하나로 평가되었다.


제사용 재산은 이러한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상속제도에 수반되는 것이고, 제사비용의 마련 등 선조에 대한 제사의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가통의 상징이 되는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갖는 특별한 재산으로서 가문의 자랑이자 종족 단결의 매개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고 있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제도는 이와 같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제사용 재산을 유지, 보존함으로써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우리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사용 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그 당사자 적격과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도 도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전문과 헌법 제9조에서 선언하고 있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을 수긍할 수 있다.


(3)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제사주재자가 제사용 재산을 승계한다고 하고 있을 뿐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방법에 대하여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제사용 재산을 승계하는 제사주재자는 ‘호주’나 ‘종손’이 아니라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정해지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하여 종손 이외의 차남이나 여자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할 수도 있으며 다수의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제사를 주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8조).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제사용 재산의 범위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정하고 있는 분묘 등의 면적에 비하여 상당히 넓은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사용 재산의 범위는 제사주재자가 승계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정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인정되는 제사용 재산의 범위는 ‘제사봉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되고, 대법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사용 재산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제사봉행에 사용되는 부분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4)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호주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거나 유교적 제례를 강요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연혁적으로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호주상속인의 특권으로 규정하고 있던 구 민법 제996조를 삭제하면서 신설된 것으로서, 제사용 재산을 ‘호주상속인’이 아닌 ‘제사주재자’가 승계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호주제도의 위헌성을 제거하였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제사주재자에게 제사의무를 강요하거나 유교적 제례 방식으로 제사를 행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5)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자가 상속권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정 범위의 제사용 재산이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상속인들 중 특정인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들 중 누구라도 제사주재자가 되면 제사용 재산을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에 어떠한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2) 한편 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의 선정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 종손이 제사용 재산을 단독으로 승계하게 됨으로써 종손인 상속인과 종손이 아닌 여자 상속인 내지 제사주재자가 되지 못한 다른 상속인들을 차별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대우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것이 아니라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의 불성립이라는 우연적인 것에 의하여 초래된 것일 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이러한 차별은 우리나라의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전통의 보존’과 제사용 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있어서 당사자적격의 기준을 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이 사건 결정의 의의


이 사건 결정은, 상속의 특례로서 일정 범위의 제사용 재산을 제사주재자가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우리의 전통의 보존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으로서 지금도 그 목적의 정당성이 있음을 확인하였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적인 과거의 호주제와는 절연되어 있는 점, 제사주재자는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점, 실제로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제사용 재산의 범위가 제한되는 점, 제사의 방식도 유교적 제례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상속권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을 남용하였거나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으며,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지도 않음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판례]민법 제1066조 제1항 위헌소원(합헌)(2008.03.27,2006헌바82)

 

민법 제1066조 제1항 위헌소원(합헌)(2008.03.27,2006헌바82)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李東洽 재판관)는 2008년 3월 28일 재판관 8: 1의 의견으로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날인’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외 김OO는 사회복지사업 등에 종사하다가 약 123억원의 예금을 OO은행에 예치해 둔 채로 사망하였는데, 망인 사후 위 은행 대여금고에서 ‘망인 유고시 그 명의의 모든 예금 등을 학교법인 OO대학교에 기부한다.’ 는 취지의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이 망인의 자필로 기재되어 있고 날인은 없는 유언장 1장이 발견되었다. 망인의 상속인들은 위 유언은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날인’ 요건이 흠결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망인 명의의 예금은 상속인들에게 상속되었다고 주장하면서, OO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청구인 OO대학교는 이 사건 유언은 하단의 서명을 통해 평소 재산의 사회 환원을 중시하던 망인의 진의가 확인되었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과 OO은행에 대하여 일부 예금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참가인에게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등의 내용의 독립당사자참가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청구인이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하여(2006다25103, 25110) 그 소송계속 중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날인’을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정한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6카기129)을 하였고, 대법원이 상고 및 위 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 제1항 중 ‘날인’ 부분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날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라 한다)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며, 상속 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증인이나 제3자의 관여를 요구하지 않아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에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인장을 사용하는 오랜 법의식 내지 관행이 존재하는바, 사문서에 있어서 인장은 주로 의사표시의 주체와 문서를 매개하여 의사표시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문서가 문서작성자에 의하여 작성되었다는 것을 징표하는 기능을 하며, 특히 의사의 최종성을 표현하고 문서의 완결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이와 같은 법의식 내지 관행에 비추어 성명의 자서만으로는 당사자의 최종적인 진의를 확보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고려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방식을 불필요하게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유언자로서는 무인으로 인장을 쉽게 대체할 수 있고, 민법이 정한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하여 유증을 할 수 있으며, 생전에 수증자와 낙성(諾成)·불요식(不要式)의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도 있다.


◦ 요컨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자서와 서명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인장을 날인하게 할 필요가 있으므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유언자의 재산권과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함에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반대의견(재판관 金鍾大의 위헌의견)


오늘날 날인은 자필에 비해 타인에 의한 날인가능성과 위조가능성이 커 의사의 최종적 완결 방법으로는 부적당하게 되어 각종 법률에서 서명(성명의 자서)만으로 처리하는 경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날인을 요구하는 목적은 유언장의 전문의 자서와 성명의 자서에 의해서 충분히 달성되므로 그 밖에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였고, 또한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공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4. 관련사건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 부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2007헌바127 사건이 현재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