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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4일 일요일

[판례]실화책임에관한법률 위헌제청(헌법불합치)(2007.08.30,2004헌가25)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위헌제청(헌법불합치)(2007.08.30,2004헌가2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曺大鉉 재판관)는 2007년 8월 30일 일반 불법행위와는 달리 경과실에 의한 실화의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실화책임법’이라 한다)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면서(단순위헌 의견 2인), 위 법률의 적용중지를 명하였다.


1. 사건의 개요


가. 제청신청인들(이하 ‘신청인들’이라 한다)과 주식회사 동산화학(이하 ‘동산화학’이라 한다)은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일대에 있는 가야집단공장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003. 6. 15. 03:00경 동산화학 소유 건물의 2층 바닥에 깔린 전선 중 반 단선된 부분의 과열로 전선피복이 탄화되면서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불이 인근에 있던 신청인들의 건물로 번져서 건물과 사무실 집기, 자재, 공장시설 등이 소훼되었다.


나. 신청인들은 2003. 7. 11. 동산화학을 상대로 위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 진행 중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에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이 신청인들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는데,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2004. 8. 31.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1961. 4. 28. 법률 제607호로 제정된 것)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민법 제750조의 규정은 실화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특별 제한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과실책임주의를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실화책임법은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의 적용을 배제하여 과실책임주의를 수정함으로써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특별히 제한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실화책임법은 불법행위 책임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특별히 제한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정신에 따라 위와 같이 불법행위 책임을 예외적으로 특별히 제한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한도에서 최소한도로 그쳐야 한다.


나. 실화책임법의 필요성과 입법목적


불의 특성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이 생긴 곳의 물건을 태울 뿐만 아니라 부근의 건물 기타 물건도 연소(延燒)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고, 화재피해의 확대 여부와 규모는 실화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기의 습도와 바람의 세기 등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입법자는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실화책임법을 제정한 것이고, 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4등 결정이 밝힌 바와 같이 오늘날에 있어서도 실화책임법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실화책임법의 합리성·제한최소성·법익균형성


실화책임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경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 실화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감면하여 조절하는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실화자의 배상책임을 전부 부정하고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부정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화재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과실 정도가 가벼운 실화자를 가혹한 배상책임으로부터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실화책임법이 채택한 방법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실화자의 보호에만 치중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한 것이어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경과실의 경우에는 민법 제765조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맞추어 실화자의 배상책임을 경감시킴으로써 실화자의 가혹한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에도 경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 실화자의 책임을 전부 부정하고 그 손실을 모두 피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입법목적상 필요한 최소한도를 벗어나 과도하게 많이 제한하는 것이다.


게다가 화재 피해자에 대한 보호수단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화재가 경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화재와 연소의 규모와 원인, 피해의 대상과 내용·범위, 실화자의 배상능력, 피해품에 대한 화재보험 가입 여부, 피해자의 재산정도 등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실화자의 손해배상책임과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실화자만 보호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한 것으로서 실화자 보호의 필요성과 실화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균형있게 조화시킨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헌법불합치결정 이유


이와 같이 실화책임법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화재와 연소(延燒)의 특성상 실화자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실화자의 책임한도를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경과실 실화자의 책임을 감면하는 한편 그 피해자를 공적인 보험제도에 의하여 구제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방안의 선택은 입법기관의 임무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화책임법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기 보다는 헌법불합치를 선고하여 개선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실화책임법을 계속 적용할 경우에는 경과실로 인한 실화피해자로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위헌적인 상태가 계속되므로, 입법자가 실화책임법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개선 입법을 하기 전에도 실화책임법의 적용을 중지시킴이 상당하다.


이 결정과 달리 실화책임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4등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한다.


*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


실화책임법과 같이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일률적으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입법례는 실화자에게 민사상의 배상책임을 지우지 않는 관습이 형성된 일본 이외에는 유례가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에는 일본과 같은 관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화책임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이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내화성이 강한 건축양식에 따른 대형 건축물이 들어섰으며, 화재의 조기 진압과 예방을 위한 소방관계법령들이 제정 또는 개정됨으로써 실화자를 가혹한 손해배상책임의 부담으로부터 구제한다는 실화책임법의 필요성도 많이 약화되었다.


또한 실화로 인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광산사고, 독성물질로 인한 사고, 가스유출 및 폭발사고, 제방·도로 등의 파괴로 인하여 손해의 범위가 예상외로 확대된 경우에도 과실책임주의를 관철하거나 무과실책임주의 내지 위험책임주의를 도입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현대의 입법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화피해자의 보호를 외면하고 실화자의 구제만을 우선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실화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보호수단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를 배제하고 있는 실화책임법은 불의 특성과 실화자의 구제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실화책임법의 위헌성은 제정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라기보다는 그 후의 건축양식의 변화와 소방행정의 발달 및 관계법령의 정비 등 현실적인 상황의 변경에 의하여 발현된 것이라고 보여지고, 그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므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실화책임법의 적용을 중지하는 헌법불합치 의견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이와 같이 보충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송두환의 단순위헌 의견


실화책임법은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 실화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실화자의 보호에만 치중하고 실화피해자의 보호는 외면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실화책임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이와 같이 실화책임법이 실화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판단되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실화책임법의 외관을 형식적으로 존속시키고 입법부의 개정입법이 있을 때까지 그 적용을 중지시킬 것이 아니라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실화책임법을 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수의견과 달리 단순위헌 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

2008년 8월 11일 월요일

[판례]민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제762조)(합헌,각하)(2008.07.31,2004헌바81)

 

민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제762조)(합헌,각하)(2008.07.31,2004헌바81)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6(합헌) : 2(한정위헌)의 의견으로 권리능력의 존속기간을 규정한 민법 제3조와 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를 규정한 민법 제762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일부 청구인들의 청구는 각하됨).


민법 제762조에 의한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3조의 취지를 고려하여 살아서 출생한 태아에게만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태아 생명권의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 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민법 제762조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재판관 2인(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각 한정위헌의견이 있다.


1.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신○○와 같은 정○○는 부부이고 청구인 신□□와 같은 신△△은 이들의 자녀이다. 청구인 정○○는 셋째 아이를 임신한 후 2002. 5. 8.경부터 당해사건의 피고(김○○)가 근무하는 ○○의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다.


(2) 청구인 정○○는 2002. 7. 22.(임신 16주 2일) 위 의원에서 기형아 검사를 위한 트리플마커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에드워드 증후군의 위험도가 1:100 이상으로 증가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위 김○○는 태아가 기형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청구인 정○○의 동의 아래 2002. 7. 25. 양수천자검사를 실시하였으나 위 검사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유산의 위험성에 관하여 알려주지 않는 등 의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3) 청구인 정○○는 2002. 8. 3. △△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양막이 터져 양수가 거의 없음이 확인되었으며 그 다음날(임신 19주) 태아는 태내에서 사망하였다.


(4) 청구인들은 태아도 권리능력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질 수 있고 태아가 사산할 경우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친권자가 되었을 부모에게 상속된다고 주장하며 인천지방법원에 위 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상고심 계속 중 민법 제3조와 제762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대법원 2004카기87)되자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04. 10.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 신○○를 제외한 청구인 정○○, 신□□, 신△△의 각 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각하됨)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3조와 제762조가 위헌인지 여부이다.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제762조(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법정의견의 요지


(1)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2)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람은 출생한 때로부터 권리(의무)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출생 전 단계에 있는 태아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부정된다. 하지만 민법은 출생 전의 태아에 대해서도 재산권의 보호나 불법행위로부터의 보호 등 특별히 태아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개별규정을 두어 태아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예외적이긴 하지만 출생 전 생명인 태아도 민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2조 또한 그러한 예외적 보호규정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법원은 태아에 대한 개별적 보호규정들을 해석함에 있어 민법 제3조의 취지를 고려하여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 한해 소급적으로 태아라도 권리능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이른바 정지조건설). 위와 같은 해석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태아가 살아서 출생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권리능력 내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게 된다.


(3)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설사 그 보호의 정도가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언제나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이행은 입법자의 입법을 통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것이고, 국가가 그 보호의무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이행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법자가 기본권 보호의무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러한 이상적 기준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헌법재판소는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소위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즉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를 기준으로 심사하게 된다. 따라서 입법부작위나 불완전한 입법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는 입법자의 보호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4) 태아는 형성 중의 인간으로서 생명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태아를 위하여 각종 보호조치들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로부터 태아의 출생 전에, 또한 태아가 살아서 출생할 것인가와는 무관하게, 태아를 위하여 민법상 일반적 권리능력까지도 인정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나오는 법적안정성의 요청은 인간의 권리능력이 언제부터 시작되는가에 관하여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그 시점을 확정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형성이 출생 이전의 그 어느 시점에서 시작됨을 인정하더라도, 법적으로 사람의 시기를 출생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헌법적으로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


(5) 형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적인 분만기 이전에 인위적인 수단으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모체 내에서 태아를 살해하는 행위를 낙태에 관한 죄(형법 제269조, 제270조)로 처벌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예외적으로 5가지 정당화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또한 동법 시행령 제15조는 인공임신중절행위에 대해 임신한 날로부터 28주 이내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낙태를 시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입법자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규정들을 통하여 태아의 생명에 대한 직접적 침해위험을 규범적으로 충분히 방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태아가 사산한 경우에 한해서 태아 자신에게 불법적인 생명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단지 그 이유만으로 입법자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국가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취하지 않은 것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6)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해 동일한 생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경우에도 ‘살아서 출생한 태아’와는 달리 ‘살아서 출생하지 못한 태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함으로써 후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나 이러한 결과는 사법(私法)관계에서 요구되는 법적안정성의 요청이라는 법치국가이념에 의한 것으로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차별적 입법조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 국가가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입법적 조치를 다하지 않아 그로써 위헌적인 입법적 불비나 불완전한 입법상태가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7)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권리능력의 존재 여부를 출생시를 기준으로 확정하고 태아에 대해서는 살아서 출생할 것을 조건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입법적 태도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나.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요지


(1) 민법 제762조는 태아가 출생하기 전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권리능력의 존속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조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특별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특별규정인 민법 제762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일반규정인 민법 제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런데 대법원은 민법 제762조를 적용함에 있어, 태아는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해석은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태아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살아서 출생한 사람만 태아 기간 중에 발생한 불법행위 시기에 소급하여 보호할 뿐, 태어나기 전의 태아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 셈으로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법행위로 태아가 부상하거나 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만, 불법행위로 태아가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하게 된다. 이러한 법률해석은 태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민법 제762조의 취지를 축소시켜서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태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결국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민법 제762조가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다. 재판관 김종대의 한정위헌의견 요지


(1)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는 민법 제762조를 ‘태아가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되 다만 그 청구권의 발생 시기만 태아 당시로 소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생명을 침해당한 태아는 이미 살아서 출생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고, 태아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태아에 대하여 아무런 사법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이는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실체적인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허구적이고 조건적인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개인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이다.


민법 제762조를, 살아서 출생한 태아에 한해서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함으로 인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해태는, 태아가 불법적인 침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와 단지 상해만을 입어 출생한 경우를 비교해 보면 더욱 명백해 진다. 불법적인 침해행위를 당한 태아가 상해를 입고 출생하면 태아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지만, 그 불법적인 침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는 아무런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태아의 신체를 훼손한 자는 사법상의 책임을 지지만 태아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아무런 사법상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태아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민법 제762조가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살아서 출생한 태아의 경우에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기본권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 제2문에 위반하여 태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생명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