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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1일 토요일

[습작] 이별(離別)

 







이별(離別) 






헤어짐이 아닌 또 다른 약속


질곡(桎梏)에 빠진 상념들이 얼기설기

뒤늦은 진실을 드러내는 최후의 안식(安息),


얇은 기억들의 두꺼운 먼지를 털고 

설레임으로 채우는 기도(祈禱)의 시간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가쁜 새벽을 넘어서는

낯선 구도(求道)의 길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습작] 기도(祈禱)

 




기도(祈禱)


 


달은 기울고

별들은 길 위에 있다


어지러운 먼지들은

방향없는 양떼처럼 흔들리고


미처 다하지도 못한 고백은

아직 피지 않은 독백으로 남았는데


검은 아스팔트 위로 질척이는 눈물은

여전히 발 아래 버티고 있어

 

그때마다 익숙한 그리움으로 부르면

어김없는 메아리로 답하고 있네


 어둠 속으로 무너지는 달 빛과 함께

당신을 위해 처음으로


기도를 한 날




2009년 3월 23일 월요일

[습작] 나는

  


나는




이제 안다

얼음이 녹아야 싹이 움틀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싹이 올라 서야 꽃도 화려하다는 것을


이제 안다

떨어진 꽃이 거름이 되어 열매가 맺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수확으로 주린 배를 채우면서 또 죽어간다는 것을


이제 안다

올 겨울을 넘겨서야 겨우 한 숨을 덜어내고 있음을


이 봄 물오른 가지 끝에서 비로소 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2009년 3월 8일 일요일

[습작] 둘일 때가

 




둘일 때가





마지막 한 잎보다

두 잎이 더 서럽다


함께 떨어지지 못한 채 남게 될

네가 더 서럽다


마지막 막차보다

막차 전의 그 시각이 더 서럽다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내가 더 서럽다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가 더 서럽다


소통하지 못하는 가슴으로 목구멍에 걸리는 매일,

오도 가도 못한 채 발목이 잡힌


우리들이 둘일 때가

더 서럽다







2009년 3월 7일 토요일

[습작] 담배

 





담배





담배가 있다


네가 말한 그 자리에 너는 있다

부러진 가슴을 안고서 여전히 혼자 타들어가고 있다



담배가 없다


주머니 깊숙히 숨겨둔 네가 없다

가슴으로 너를 부를 수 있는 모처럼의 오늘에


타다남은 꽁초같은

영혼조차 없다





2008년 8월 8일 금요일

[습작] 길 위에서

 



길 위에서






길 위에서 길을 잃었네


한 사람은 상가(喪家)로 가고,또

한 사람은 산사(山寺)로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길을 잃었네


이정표의 방향은 여전히 선명한데

보이지 않는 오전(午前)과 오후(午後)


그 길 위에서 길을 잃었네


네게로 가는 길, 내게로 오는 길

교행(交行)을 하면서도 지나친 무심(無心)


그 길 위에서 길을 잃었네


지나 온 그림자, 되돌아 보니

흐르는 강물처럼 바다에 있고


춤추는 바람 속으로 넋을 띄우는 승무(僧舞)

햇살처럼 가볍게 잦아드는 저녁,


그 길 위에서 길을 잃었네





[습작] 기차는 떠나고

 

          



기차는 떠나고






플랫폼을 울리는 전동차의 경적,

서로의 발길은 이별을 말하질 못해


출발을 알리는 가슴 쓸어내리는 소리, 

동시에 도착하는 어긋나는 전동차,


서로는 서로의 길 위로 올랐네


기차는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미련,

그 하나로 우리는


여기까지 왔던가





[습작] 그런데, 그 날

 




그런데, 그 날







누군가 그러더라


수년을 침묵하다 매미는

마지막 보름남짓 절규한다고


개구리 소리만 요란하던 적막 속에서도

그림자처럼 소리내지 않던 너,


매미가 죽음으로 울부짓는 날

밤샌 하루를 채워도 모자라는 서러움으로


비로소 그 날 절규(絶叫)하더라

그런데, 그 날


가을도 소리없이 문턱을 넘어

섰더라








[습작] 연(緣)

 


 


연(緣)






정작,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너인가, 나인가

정작, 네가 그리워하는 것은 나인가, 너인가


너와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나인가, 너인가, 우리인가


그리워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이유


살아간다는 것은 네 속에서 나를 찾고,

내 속에서 너를 찾는 애타는 목마름의 대화


그리워하는 이유만으로 살아가는


맹목적 복종





2008년 8월 7일 목요일

[습작] 새 한마리

 




새 한마리





새 한마리 방충망에 걸렸다


내 손에 갇힌 운명(運命)

두리번거리는 낯설음, 뜀박질하는 두려움


밖에서 안으로의 침범을 막기 위한 방책이

안에서 밖으로의 탈출을 방해한다


가슴으로 쌓은 것들은 모두

손 끝 하나로도 무너지는 것들,


견딜 만한 시간 후에는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순간으로나마 영원하기를 바랄 뿐이지


방충망에 걸려 허공에 맴도는 아쉬움,

그리움 하나로도 돌아갈 곳 있는 자는 행복하다


새 한마리 창공으로 보낸다





[습작] 귀가(歸家)

 




귀가(歸家)

 


집으로 가는 보도(步道),


겨울은 밤이 늘 서둘러

조급하게 밀어내는 움츠린 가슴


지하철로 가는 에스컬레이트,


내려가는 승차에, 올라오는 승객,

엇갈리지만 그나마의 동행(同行)


한가한 주유소 앞,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

기름통 가득, 양식을 채우고 급히 출발


내려진 셔터 속의 세탁소,


며칠 전에 맡긴 바지 한 벌은 무사한지

나대신 나를 준비해주는 댓가치고는 무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손끝하나만으로도 자지러져

흔쾌히 나를 받아들이지, 참 쉬운 상대


불꺼진 채 잠겨진 방,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

세갈래의 바람(三風)이 위태롭게 머무는 곳


어제의 희미한 온기로

내일을 꿈꾸지


돌아올 곳 있다는 것은

또 한번의 다행(다幸)

무사 귀가(歸家)


 

 

 

 

 

[습작] 고무대야 속의 잉어

 




 고무대야 속의 잉어





그 위풍당당하고 장엄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초췌한 얼굴과 휑한 눈빛만

덜렁 


불법 체포,불법 감금에

무언(無言)으로 항의하는 듯


오로지 묵비권(黙秘權)하나로

침묵(沈黙)하고 있구나


아무리 오랜 세월 큰 덕(德을) 쌓았어도

한순간 


뭇사람들의 몸보신 탕(湯)으로

운명지워진 너,


그 좁은 감방에서

올려다 보는 하늘


너의 눈길 끝나는 곳에 머문

어색한 얼굴하나


초연히 외면하는

나의 배신


또 하나의 이별(離別)





※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의 골목시장 입구, 시골에서 새벽차로 고무대야 속에 잉어를 담아 팔러 나온 할머니가 있었다. 그 속에는 언제나 비좁은 공간이 버거운 듯, 덩치 큰 잉어 몇 마리가 몸을 비틀며 반쯤 누운 채로 흰자위 번득이며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