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6일 수요일

태아의 성감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8(헌법불합치의견 5인, 단순위헌의견 3인) : 1(합헌의견)의 의견으로 태아성별에 대한 고지를 금지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9조의2에 대하여 이 규정들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와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5인의 헌법불합치의견(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에 따르면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의 태아성별고지 금지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에 이르러서도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위 의견에 대해 재판관 3인(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죄를 형법이 처벌하고 있는 마당에,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들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성별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서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고,


재판관 1인(재판관 이동흡)은 임신 후반기에도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태아의 생명보호와 성비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임신 기간 전 기간 동안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규정의 태아 성별 고지 금지는 낙태, 특히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된 것으로서 자녀의 출산과 관련하여 현재에는 남아에 대한 뚜렷한 선호가 존재한다고 단언하기는 곤란하지만,


그 입법 배경이나 남아에 대한 선호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지난날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그 성별의 고지를 금지하여야 할 이유는 존재한다고 할 것이나 임신 기간이 통상 40주라고 할 때, 낙태가 비교적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반면에, 낙태를 할 경우 태아는 물론,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여 낙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도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이 낙태 그 자체의 위험성으로 인하여 낙태가 사실상 이루어질 수 없는 임신 후반기에는 태아에 대한 성별 고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행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이유로 하는 낙태가 임신 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 사건 규정이 낙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에 이르러서도 태아에 대한 성별 정보를 태아의 부모에게 알려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의료인과 태아의 부모에 대한 지나친 기본권 제한으로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이 사건 규정의 입법 당시에 비하여 남아선호경향이 현저히 완화되고 있고, 전체 성비가 2006년 107.4로 자연성비 106에 근접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인가 하는 것과 태아에 대한 성별고지가 낙태의 원인행위로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임신기간 전 기간에 걸쳐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대처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다.(2005헌바90)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모자보건법시행령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이러한 예외적인 낙태도 임신한 날로부터 28주가 지나면 이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의 입장도 임신 전 기간에 걸쳐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을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향후 입법자의 결단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사건 규정의 입법 당시에 비하여 남아선호경향이 현저히 완화되어 있는지 의문이며, 현재도 모자보건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낙태가 만연하여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생명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인간에게 미리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과연 부모의 정보접근권을 얼마나 제한하는 것인지도 신중히 검토해 볼 문제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아의 생명권”이다. 비록 현행법상으로는 태아의 권리가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낙태죄를 처벌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상 예외적 허용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입법취지를 고려해 본다면 자칫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게 될지도 모를 “성별고지”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