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생각] 가산점제도의 위헌성

 

[생각] 가산점제도의 위헌성



가산점제도란, 일정한 취업보호실시기관이 채용시험을 실시할 경우 국가유공자, 제대군인 등이 그 채용시험에 응시한 때에는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대군인 가산점의 경우는 1999년 12월 23일 위헌결정을 받아 이미 효력을 상실하였고(98헌마363), 국가유공자 가산점의 경우도 2006년 2월 23일 헌법불합치결정으로 2007년 6월 30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을 조건으로 계속 적용되었었다.(2004헌마675)


헌법재판소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선고 받은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제도에 대하여 병무청이 10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역의무 이행자가 우대받는 사회 풍토 조성을 위해 군필자에 대해 정부기관·공사단체 채용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 남성 중에서도 현역복무나 상근예비역 소집근무를 할 수 있는 신체건장한 남자와 그렇지 못한 남자, 즉 병역면제자와 보충역복무를 하게 되는 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더불어 직업의 자유와 관련한 공무담임권의 제한문제,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여부 등도 아울러 검토되어야 할 쟁점들이다.


먼저, 직업의 자유 중 직업결정(선택)의 자유에 대하여 특별한 관계에 있는 공무담임권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능력주의의 핵심적 내용인 공무수행능력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병역의무이행여부를 기준으로 여성과 병역면제자 등의 공직취임권을 박탈하는 것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에 부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대군인가산점제도는 군 복무를 한 남성이 종래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 온 집단이 아니고, 주로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여성과 병역면제자, 제한적 복무자(보충역)를 차별하는 제도이므로 차별취급을 위해서는 역시 엄격한 심사기준인 비례의 원칙에 적용되어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도의 보장과 관련해서는 비록 제대군인가산점제도가 승진이나 봉급 등의 공직 내부에서의 차별이 아니라 공직에의 진입자체를 어렵게 함으로써 여성과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으로부터 직업선택(공직취임)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기는 하지만, 이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직업공무원제도의 보장으로서의 최소보장의 원칙에는 반하지 않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한다.


헌법재판소는 “제대군인 가산점제도는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없이 제대군인을 지원하려 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협약, 실질적 평등 및 사회적 법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전체 법체계 등에 비추어 우리 법체계 내에 확고히 정립된 기본질서라고 할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에도 저촉되므로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는 그 후 개정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애국지사 본인, 전몰·순직 군경,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는 10%의 혜택을 주지만 해당 가족과 전몰·순직 유자녀의 자녀 중 한 명 등은 5%를 주는 것으로 조정했다. 그 동안은 국가유공자 본인 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일률적으로 10% 가산점을 적용해 왔던 것이다.


최근의 국정감사 답변과 관련하여 병무청의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제도 도입을 위한 개선입법의 입장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제도에서와 같이 제도 그 자체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므로 위헌이 아니지만, 3~5%에 이르는 가산점의 범위가 지나치게 높아 위헌적인 것이므로 이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여 합헌적인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가산점제도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가산점제도가 승진이나 봉급 등의 공직 내부에서의 차별이 아니라 공직에의 진입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또한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은 우선적 근로기회의 제공 등에 대한 헌법 제32조 제6항의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과는 달리 헌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개정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5~10% 혜택도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과도한 느낌이 있다.


헌법적 근거가 취약한 가산점제도가 아니라도 승진이나 봉급 등의 공직 내부에서의 혜택부여나 일정한 '사회적응자금' 명목의 지원금이나, 이미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현행법상 별도의 연금 보험료 납부 없이 6개월간의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던 것을 복무 기간 전체인 2년으로 늘려 인정하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유공자의 예우를 반대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가족에 대한 과도한 가산점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굳이 공직시험에서의 가산점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보훈급여금의 대상과 금액을 늘리는 방안, 기타 취업지원, 교육지원, 대부지원, 의료지원, 양로지원, 양육지원 등 그 밖의 지원 방법 등을 보다 더 확대하는 대책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공직시험에 있어서의 가산점 문제는 공정한 출발의 문제이다. 출발의 불공정성은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신분의 창출로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경제위기의 상황과 맞불려 오늘날의 위험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직으로의 선호가 몰리고 있고, 1%미만의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실에서는 2%이상의 가산점부여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중대한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입장도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과 관련해서는 가산점제도가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이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을 인정하면서 목적과 수단간의 비례성을 충족하지 못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가산점제도를 인정하더라도 가능한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깊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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