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습작] 첫 서리

 





첫 서리





익숙해질라치면 벌써 달아나는 낯설음처럼

더도 덜도 없이 그만큼의 인연이었던 가을,


저만치서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자의 그림자 하나,


친숙했던 새벽길을 혼자서 맴돌고 있다


밤의 무게로 짓누르던 압살(壓殺)의 음모도

감당할 만큼의 고독(孤獨)이었던 어제의 기억들,


어김없이 다가온 망각의 시간 앞에

발버둥치며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


세상은 벌써 낯선 타인들의 점령(占領),

 

간밤에 첫 서리가 내리면서

 서둘러 지워지고 있는 얼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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