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생각] 존재와 인식과 규범

 

[생각] 존재와 인식과 규범



사회현상의 하나인 범죄의 원인을 두고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소질과 환경을 그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질이란 본성이 좌우하는 부분이어서 자유의지보다는 유전학적 범죄행위결정인자를 중요시하고, 환경은 양육의 결과로서 범죄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을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분석하는 입장이다.


형사정책적인 입장에서 범죄의 대책과 관련하여서도 유전학적 본성인 소질의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범죄가계연구를 중시하고,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범죄대책, 예를 들면 거세나 단종 등의 방법도 불사하면서 범죄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파악하는데 반해서, 양육의 조건인 사회적 환경을 범죄의 원인으로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범죄의 대책도 범죄인의 개선과 교화에 초점을 맞춘다.


역사적으로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인 형벌의 부과에 대해서도 예전에는 주로 응보형주의에 치우쳐 있었다면, 오늘날은 책임에 따른 형벌, 특히나 개선이나 교화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행형의 현실인 듯하다. 그 책임의 근거와 관련해서도 존재와 인식에 따른 책임이냐, 아니면 규범에 따른 책임이냐의 논란이 있다.


극단적인 일탈행위인 범죄를 제외한 일반의 사회현상에 있어서도 과학에서의 실험의 결과와는 달리 동일한 조건하에서도 인간행동의 반응은 동일하지 않다. 이는 오늘날 70억명의 인류가 하나의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서도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70억가지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로서도 이야기될 수 있겠다.


과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것이 계량화될 수 있고, 증명가능하며, 동일한 조건하에서 동일한 결과를 요구하는 것들이라면, 분명 인류는 과학적인 본성들을 갖고는 있으나, 그 삶의 결과인 문화는 늘 과학적으로 잘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과학에서는 항상 최선을 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차선에 만족해야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과학은 존재를 탐구하여 그 구성요소들을 분석하여 체계화하는 학문이며, 철학과 문학은 현상을 인식하여 설명하는 학문이고, 종교와 규범학은 통제되지 않는 인간 의지의 경계를 제어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의 분야만으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으며, 모두를 관통하는 통합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의 확장영역도 마찬가지여서 70억 인류의 자유는 그들의 존재론적인 공통분모를 추출해내어, 각자의 문화와 환경의 조건들에 대한 인식을 근거로 규범적인 틀을 넓혀가며 만들어가는 공동체작업에 다름아니다. 각 지역이나 국가마다 자유의 실현형태가 차이가 나고, 자유에 책임이 따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인간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생명과 평등, 행복의 추구와 같은 본질적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예를 들면, 기본소득제도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존엄한 인간의 문화를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한 이유가 있다면 생물학적으로 우열한 유전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은 스스로를 존엄하게 만들어갈 수도 있는 제도적 존재이기때문은 아닐까. 그렇더라도 믿을 수 없는 제도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안전망으로 그 사이에 신의 영역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아무튼 인간의 존재로부터 결정되는 인간의 삶을 인식하고 자유의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고 하는 다수 인간들의 공동의 작업이 인간문화의 요체일 것이다. 따라서 규범으로서의 종교와 법도 신이 생물학적으로 존재하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분명히 제도로서 있는 것들이며, 중요한 것은 각자의 선택에 대한 자유와 존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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