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8일 화요일

[헌재] 형법 제304조(혼인빙자간음죄)위헌소원(합헌)(2002.10.31,99헌바40,2002헌바50병합)

 

[헌재] 형법 제304조(혼인빙자간음죄)위헌소원(합헌)

(2002.10.31,99헌바40,2002헌바50병합) 



1. 사건의 개요


(1) 99헌바40


청구인 이○주는 1998. 5. 29. 서울지방법원에 혼인빙자간음죄 등으로 불구속기소(98고단5004)되어 공판계속 중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98초5618)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5. 1.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달 4. 위 기각결정을 송달받고, 같은 달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2헌바50


청구인 김○우는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혼인빙자간음죄로 구속기소(2001고단4428)되어 2002. 1. 24.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같은 해 5. 24. 서울지방법원(2002노1667)에서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고,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2002도2994)에 공판계속 중인바, 청구인은 같은 해 5. 21. 서울지방법원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2002초792)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같은 달 24.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달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 제304조(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04조(혼인빙자간음) 혼인을 빙자해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청구인들에 대하여 적용된 공소사실은 ‘혼인빙자에 의한 간음행위’에 국한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기타 위계로써’ 부분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혼인빙자간음죄의 위법성과 처벌의 필요성


성적자기결정권각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觀)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여성의 입장에서도 그 상대 남성이 설혹 결혼을 약속하면서 성행위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혼전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 아닌지는 여성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남녀간의 성문제는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범죄적인 측면보다는 도덕ㆍ윤리적인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성이 오로지 여성의 성만을 한낱 쾌락의 성(城)으로만 여기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뒤 가장된 결혼의 무기를 사용하여 성을 편취할 경우, 그 평가는 전혀 달라져야 하고 또 달라야 한다. 성의 순결성을 믿고 있는 여성에게도 상대방을 평생의 반려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엄숙한 혼인의 다짐 앞에서는 쉽사리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혼인을 빙자하는 이와 같은 교활한 무기에 의한 여성의 성에 대한 공략은 이미 사생활 영역의 자유로운 성적결정의 문제라거나 동기의 비도덕성에 그치는 차원을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마땅히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조심스럽기는 하나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혼인이 상징하는 의미에 비추어 “평생을 일심동체로 함께 하겠다”고 하면서 결혼을 앞세우고 이러한 전제 아래 위장된 호의와 달콤한 유혹으로 파상적 공세를 취하여 올 때, 미혼의 여성이 자신의 성을 꿋꿋하게 지켜나간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교활하게도 엄숙한 결혼의 서약을 강력히 앞세워 여성을 유혹하고 언필칭 상호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이름으로 순결한 성을 짓밟고 유린하는 행위는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진정한 자유의사 즉 성적자기결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2)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유래하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소극)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는 동일한 시각에서 입장을 바꾸어 보면, 청구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혼인을 빙자한 부녀자 간음행위는 그 또한 피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기본권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것으로서,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그 제한이 불가피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으로서 그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녀간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 성행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행 형법에서 성범죄의 피해자 및 범죄의 구성요건을 구분하여 규정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법률조항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남성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처벌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차별의 기준이 그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고, 차별의 정도도 적정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첫째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남녀간의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둘째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행위를 처벌하는 입법례가 드물며, 셋째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협박을 하거나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고, 넷째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많이 약화되었으며, 다섯째 형사정책적으로도 형벌의 억지효과가 거의 없고, 여섯째 여성 보호의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하여 혼인빙자간음죄를 앞으로도 계속 존치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4.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혼인빙자행위를 다른 위계행위와 형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함으로써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자존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른 점에 대하여 더 판단할 것도 없이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 중 ‘혼인을 빙자하거나’라는 부분에 대하여는, 이에 대한 형사처벌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자존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함을 이유로, 위헌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5.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불순한 동기에 의한 성행위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이러한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야 할 아무런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자기 책임 아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부인함으로써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여 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없음에도 개인의 성행위를 형벌로써 규율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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