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일 화요일

[헌재] 입법부작위위헌확인(각하)(2009.11.26,2008헌마385)

 

[헌재] 입법부작위위헌확인(각하)(2009.11.26,2008헌마385)



헌법재판소는 2009년 11월 26일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 및 그 자녀들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하여 재판관 8(각하) : 1(별개의견 각하)의 의견으로 환자 본인인 청구인 김○경의 심판청구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기는 하나,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법률의 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위 입법부작위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한편 재판관 이공현은 청구인 김○경의 심판청구에 대하여 다수의견과 달리 “연명치료 중단은 헌법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과 무관하므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는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여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1.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김○경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있으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항생제 투여․인공영양 공급․수액 공급 등의 치료(이하 ‘이 사건 연명치료’라 한다.)를 받아오던 환자이고, 나머지 청구인들은 그 자녀들이다.


(2) 청구인 김○경의 자녀들이 주치의 등 담당 의료인에게 청구인 김○경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하자, 청구인들은 (청구인 김○경은 소송상 특별대리인을 통하여) 2008. 5. 11. “청구인 김○경과 같이 죽음이 임박한 환자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인데, 국회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죽음에 임박한 환자로서 연명치료의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가 확인된 경우 이러한 환자를 위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기준,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이라 한다.)의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연명치료중인 환자의 자녀들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불행사’라는 것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인바, 위 입법부작위(또는 입법의무의 이행에 따른 입법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망에 이르는 환자이고, 그 자녀들은 위 입법부작위로 말미암아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자연스런 죽음을 뒤로한 채 병상에 누어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고, 환자의 부양의무자로서 연명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에 이해관계를 갖지만, 이와 같은 정신적 고통이나 경제적 부담은 간접적, 사실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연명치료중인 환자의 자녀들이 제기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한 헌법소원은 자신 고유의 기본권의 침해에 관련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나.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심판대상적격(‘공권력의 불행사’)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불행사’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는데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런데 헌법 어느 규정도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1)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


‘연명치료 중단, 즉 생명단축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할 것이다.


(2)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입법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으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국가의 입법의무가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



4. 별개의견(재판관 이공현)의 요지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하는 자기결정권은 자율을 핵심적 요소로 하며, 그 자율은 자신이 선택가능한 것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그 선택가능한 것들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개인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그 환자의 자기결정은 존재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 그 환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거나 연명치료 중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문제될 뿐이고, 결국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그의 사전의료지시 여부와는 관련지울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문제는 환자의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보호제도와 사회보험제도 및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등도 아울러 신중하게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다. 즉 이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절대적인 공준으로 삼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담론의 장을 마련하여 숙의하고 여기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이 구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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