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일 화요일

[헌재] 형법 제304조위헌소원(위헌)(2009.11.26,2008헌바58)

 

[헌재] 형법 제304조위헌소원(위헌)(2009.11.26,2008헌바58)



헌법재판소는 2009년 11월 26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형법 제304조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부분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3인(재판관 이강국, 조대현, 송두환)은 위 조항이 처벌대상의 가벌성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고 법익균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남녀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1.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임○연은 혼인빙자간음, 사기 및 절도죄로 기소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재판 도중 형법 제304조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가 기각당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08헌바58 사건)


(2) 청구인 양○석은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상소심 재판이 계속 중인데, 1심 재판 도중 형법 제304조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가 기각당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09헌바191 사건)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 제304조(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이하에서는 이 부분만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304조 (혼인빙자간음)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데,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겠지만 그 제한이 한계를 넘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되므로 동 기본권제한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엄격한 비례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형벌규정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 남성이 해악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성적 행위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억제되어야 하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유혹의 방법은 남성의 내밀한 성적자기결정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또한 애정행위는 그 속성상 과장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형법이 혼전 성관계를 처벌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이상, 혼전 성관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유도행위 또한 처벌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 여성이 혼전 성관계를 요구하는 상대방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후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방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 또한 혼인빙자간음죄가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 일체를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로 낙인찍어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보호대상을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로 한정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고전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도덕주의적 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셈이 되고 만다. 이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주체적 기본권으로서 성적자기결정권에 있다기 보다는 현재 또는 장래의 경건하고 정숙한 혼인생활이라는 여성에 대한 남성우월적 정조관념에 입각한 것임을 보여준다.


- 이점에 관해서는 여성인권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부에서조차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여성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그 위헌성을 인정하고 있다.


-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幼兒視)함으로써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사실상 국가 스스로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되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3) 가사 이 사건 법률조항에 혼인을 빙자한 남성을 형사처벌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아래의 점들을 고려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혼인빙자간음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 권리와 자유의 성질상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자제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다른 생활영역과는 달리 사생활, 특히 성적 사생활 영역에서 형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형벌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 최근의 우리 사회는 급속한 개인주의적·성개방적인 사고의 확산에 따라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져 가고 있으며, 전통적 성도덕의 유지라는 사회적 법익 못지 않게 성적자기결정권의 자유로운 행사라는 개인적 법익이 더 한층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사 법률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이미 미미해졌고, 혼전 성행위를 유발하는 빙자의 방법과 관련하여 혼인빙자에 의한 간음으로부터만 여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과제가 아니다.


- 성인 부녀자의 성적인 의사결정에 폭행·협박·위력의 강압적 요인이 개입하는 등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때에만 가해자를 강간죄 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등으로 처벌받게 하면 족할 것이고, 성인이 어떤 종류의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명백히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에만 법률이 이를 규제하면 충분하다.


- 개개인의 행위가 비록 도덕률에 반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유해성이 없거나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해 가는 추세이며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도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


- 과거에 비하여 혼인빙자간음행위가 적발되고 또 처벌까지 되는 비율이 매우 낮아졌고, 고소 이후에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고소취소되어 공소권없음 또는 공소기각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상당수에 이름으로써 혼인빙자간음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의 약화되었다.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활발하여짐에 따라 여성의 생활능력과 경제적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여성이 사회적·경제적 약자라는 전제가 모든 남녀관계에 적용되지는 않게 되었고, 여성도 혼인과 상관없이 성적자기결정을 하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었는바, 그럼에도 국가가 나서서 그 상대방인 남자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아직도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아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 된다.


- 혼인빙자간음죄는 친고죄로서 자기결정에 의하여 자기책임 하에서 스스로 정조를 포기한 여성의 고소취소 여부에 따라 검사의 소추 여부 및 법원의 공소기각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목적과는 달리 혼인빙자간음 고소 및 그 취소가 남성을 협박하거나 그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해도 종종 발생하는바, 이는 국가의 공형벌권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추구되는 공익은 오늘날 보호의 실효성이 현격히 저하된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들만의 ‘성행위 동기의 착오의 보호’로서 그것이 침해되는 기본권보다 중대하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5)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및 피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법익의 균형성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4. 반대의견(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남자를 처벌함으로써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부부가 아닌 남녀의 정교행위 자체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부녀의 정조나 혼인전 순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녀만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이유는, 여성이 약하거나 어리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 대하여 혼인을 빙자하는 경우에는 남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았기 때문인데, 남녀는 신체구조가 다르고 성관계에 대한 윤리적․정서적 인식에도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남녀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혼인빙자의 상대가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인 경우에는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의 경우보다 혼인빙자로 인하여 기망에 빠져 정교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므로,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를 불합리하게 차별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부장적 정조관념이나 부녀의 혼전 순결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간음한 남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혼인을 빙자하여 부녀를 간음하는 행위는 자신만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인격체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자기결정권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남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남성이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 혼인하겠다고 속이는 행위까지 헌법 제17조에 의하여 보호되는 사생활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남자의 거짓 언행으로 인하여 여성이 피해를 입고 고소한 경우에는 그에 대하여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고, 남자가 혼인빙자행위라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이상, 상대방 부녀가 거짓을 알아차리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혼인빙자 간음행위의 가벌성을 부정할 수 없다.


(5)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의식이 부녀의 정조나 혼인전 순결을 중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남자의 혼인빙자가 부녀의 정교동의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존재이유가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


(6) 혼인빙자간음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남자의 혼인빙자로 인하여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가 피해자의 고소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문제된 경우에만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게 하여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정교관계의 비밀과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고 그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부부가 아닌 남녀의 정교에 관하여 여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와 남자의 사생활의 비밀․자유에 대한 보호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7)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법정형도 혼인을 빙자하여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행위의 가벌성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


(8) 남자의 혼인빙자로 인하여 여자가 속아서 정교에 응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하는 경우에는 사생활의 영역과 기본권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사회질서 침해의 문제로 표출된 것이므로, 이러한 단계에서는 사회질서 유지의 필요성이 당사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필요성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남자가 혼인을 빙자하여 부녀를 간음한 행위를 처벌한다고 하여 법익균형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5.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재판관 송두환)의 요지



(1) 형법 제304조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바, 혼인을 빙자하는 것은 위계의 한 예시에 불과한 것이므로, 기실 형법 제304조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규정한 것이고, 이때의 ‘위계(僞計)’란 사람을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착오를 일으키게 하고 그를 이용하여 범행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혼인빙자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혼인의 빙자 행위가 위와 같은 위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고 나아가 그 위계 행위와 간음행위와의 사이에 법률상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2) 어떤 부녀가 어떤 남성의 적극적 위계, 기망행위에 의하여 성관계를 가지게 된 후 나중에 그것이 위계, 기망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혼인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깨어져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 및 신체적 후유증을 감당하여야 하게 된 경우에 이를 가리켜 ‘해악적 문제가 수반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녀간의 은밀한 사통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이라면 모르되, 피해 부녀가 상대방의 위계, 기망에 의한 피해를 입고 상대방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을 적극적으로 요청(이 사건 죄는 친고죄이다)하는 경우를 남녀간의 내밀한 사사(私事)에 불과하다고 하여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3) 어떤 법률조항이 특정한 보호의 대상을 상정하고 있다고 하여서 그 보호의 대상이 된 집단 또는 그에 포함되는 개인이 ‘유아시’ 또는 ‘비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아니하다면, 각종의 무수한 법률 조항들을 통하여 보호대상이 되고 있는 ‘국민 전체’가 ‘유아시’ 또는 ‘비하’되고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녀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 사회적 인식 기타 여건의 차이로 인하여 피해의 양상이나 심각성의 정도가 다를 수 있는 것에 착안한 것으로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가사 현시점에 이르러 시대상의 상당한 변화를 감안하여 보호의 대상을 ‘부녀’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입법정책적 논의 필요의 여부 문제일 뿐, 위헌 여부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4) 근래의 여권신장, 남녀의 사회적 역학 관계 등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여성의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종전보다 감소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평균적 남성과 평균적 여성을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판단하면 족한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의 여성들 모두가 더 이상 헌법이나 법률의 보호와 배려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아직도 헌법이나 법률의 보호와 배려를 필요로 하는 소수의 여성들이 존재한다고 보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지금 시점에서 서둘러 폐기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5년 동안의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법무부 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혼인빙자간음죄 피해여성의 고소 건수가 500여건에 이르고, 수사과정에서 적절한 피해보상 및 합의 등 사유로 공소권없음 처리되는 사례가 매년 200여건, 최종적으로 기소되는 사례만도 매년 20여건 이상으로 나타나는바, 이에 의하면 아직 우리 사회에는 혼인빙자간음행위의 피해자 수가 무시할 수 없는 정도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하여 폐기하는 것은 이러한 다수의 선량한 피해여성들에 대한 법률의 보호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 될 것이다.


(5)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현실적으로 남용 또는 악용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음은 마땅히 우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처벌규정의 남용 또는 악용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특유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법체계 전반에 걸친 문제이고, 따라서 적정한 사법운용을 정비하여 남용, 악용의 소지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이라 판단할 논거로 삼을 수는 없다.


(6)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성행위에 개입하여 형벌을 가하고 그럼으로써 의사에 반하는 결혼까지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다소 과장된 정도의 구애표현이나 유혹까지 금지하거나 성관계 이후의 사정변경으로 변심한 경우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아니며, 오직 남성이 여성을 쾌락의 대상으로 여겨 혼인의사도 없이 혼인빙자의 위계로써 기망하여 성관계를 편취하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제재하는 것일 뿐인바, 이러한 점들을 무시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성관계에 관하여 위계, 기망, 편취의 자유를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며, 이것이 부당함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



6. 관련 결정례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4조에 대하여 2002. 10. 31. 99헌바40, 2002헌바50(병합) 사건에서, 혼인을 빙자한 부녀자 간음행위는 피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기본권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것으로서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그 제한이 불가피하므로, 형법 제304조는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이고 그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었다고도 할 수 없으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녀 간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 성행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형법 제304조는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다만 입법자의 혼인빙자간음죄의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요구하는 합헌결정을 한바 있는데, 그 결정은 이 사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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