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3일 월요일

[헌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등 위헌소원(위헌,합헌)(2009.06.25,2007헌바25)

 

[헌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등 위헌소원(위헌,합헌)(2009.06.25,2007헌바2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9년 6월 25일 재판관 8 : 1의 의견으로 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통산을 규정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상 무죄추정원칙 및 적법절차원칙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1인(재판관 이동흡)은 위 조항은 심리지연 등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에의 산입정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공평의 관점에서 합리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이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2항 중 “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2인(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은 위 부분이 형벌의 체계정당성 및 평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1. 사건의 개요


(1) 당해사건의 청구인은 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때에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성폭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 형법 제334조 제2항, 제333조, 제298조 등 위반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유죄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형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항소심 법원은 항소심의 미결구금일수 58일 중 28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고, 대법원은 상고심의 미결구금일수 105일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다.


(2) 청구인은 상고심에서 특수강도강제추행죄 등을 가중처벌하는 성폭법 제5조 제2항과 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통산을 규정한 형법 제5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7. 2. 8. 위 신청이 기각되자,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고, 성폭법 제5조 제2항 중 “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하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라 한다)과 성폭법 제5조 제2항 중 “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하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라 하고, 위 조항에서 정한 죄를 ‘특수강도강제추행죄’라 한다)의 각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57조(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통산) ① 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특수강도강간등) ②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4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


미결구금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수사의 필요상 또는 재판절차의 진행상 불가피하게 피고인을 구금하더라도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한도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 또한 피의자나 피고인이 국가의 형사소송적 필요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되었더라도, 미결구금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 구금기간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미결구금기간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형평에 맞고 피고인들 사이에서도 공평을 도모할 수 있다.


○ 그런데 형법 제57조 제1항은, 대다수의 입법례가 미결구금기간의 ‘전부’를 형기에 산입하는 것과는 달리, 미결구금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 산입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고 한다.


○ 그러나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또한 미결구금이 확정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형태의 구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욱이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구속의 목적은 형사소송절차의 실효성, 즉 적정한 사실조사 및 소송절차에의 출석 확보와 판결 후의 형벌의 집행을 담보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데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를 이용하여 소송의 지연이나 남상소의 방지라는 사법운영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구속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입법목적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여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을 형기에 통산하는 것을 허용할 만큼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적 상태로서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구속 피고인은 구속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불구속 피고인보다 불이익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인데, 나아가 유죄판결 확정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이 산입된다면 사실상 구금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자유형을 집행받는 피고인에 비하여 다시 한번 불리한 차별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되고,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은 미결구금의 이러한 본질을 충실히 고려하지 못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게 허용하였는바,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



가) 보충의견(재판관 조대현)의 요지


○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위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그 구속기간을 형기에 산입하지 않거나 보상하지 않으면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바, 형법 제57조는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나) 반대의견(재판관 이동흡)의 요지


○ 미결구금은 수사, 재판 또는 형의 집행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구금하는 강제처분인 점에서 사회일반의 법익을 보호하고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위하여 범죄에 대한 법률상의 효과로서 피고인에 대하여 과하는 법익의 박탈인 형의 집행과는 그 법적성격이 현저히 상이한 것이다. 미결구금은 헌법이 인정한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을 받아 행하여진 미결구금 자체가 무죄추정원칙 또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 또한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문제는 단지 형사소송 절차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이 인정한 미결구금의 기간을 어느 정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서 상당할 것인지의 문제일 뿐 무죄추정원칙에 기한 불구속재판원칙의 구현이나 구속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보장 등의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따라서 미결구금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성질을 가진 것을 근거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산입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것이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헌법상 정당화되는 미결구금 제도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미결구금일수 전부 산입을 통하여 침해된 기본권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과 동일하므로 미결구금 및 미결구금산입 제도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피고인이 재판의 결과 무죄로 된 경우에는 미결구금이 결과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이 부당하게 겪은 미결구금을 희생으로 보아 미결구금기간 전부에 대하여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유죄로 된 경우의 미결구금 본형산입을 피고인이 무죄로 된 경우의 그것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절차의 확보라는 이유로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부과된 미결구금이라는 신체적 해악에 대하여 공정성의 원리에 기초하여 사후적인 조정을 하는 것이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제도의 인정 근거이다.


○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인바, 그 입법에는 법률에 의한 당연산입을 원칙으로 하는 법정통산주의와 법원의 재량에 의한 임의적 산입을 원칙으로 하는 재정통산주의로 나눌 수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법정통산주의를,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재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법정통산주의를 취하는 나라들도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미결구금일수 일부만을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재정통산주의의 경우도 그 산입기준에 따라 우리나라와 같이 원칙적으로 미결구금일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되,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심리기간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에 따라 적절한 범위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를 산입에서 제외하는 방식과 일본과 같이 공판에 통상 필요한 기간과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로 생긴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연장된 구금일수만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나라의 입법과 실무례는 법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을 어떤 형태로 입법에 반영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그 재량행사에 따른 입법이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전부 본형에 산입하여야만 인권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만약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다양한 성격의 미결구금기간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 이와 같이 전체 미결구금기간은 다양한 성격의 기간이 합쳐져 있다는 점, 각 미결구금기간의 성격에 따라 다른 취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보다 실무상 심리에 필요한 기간, 심리지연 등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사건의 진행상태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본형에의 산입 정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공평의 관점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합리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형법 제57조 제1항의 입법목적은 형사사법의 공평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재판청구권과 직접 관련된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의 존재로 인하여 피고인의 정당한 재판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받는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상소권 행사와 관련된 재판청구권의 제한 여부는 피고인 등의 상소를 기각할 경우 미결구금일수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관한 문제이고, 상소심 실무에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의 존재로 인하여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심리지연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는 것일 뿐 상소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므로 위 조항이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에 관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불구속 피고인과 달리 구속 피고인을 차별 취급하고자 하는 목적과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


○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적용되는 특수강도가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그 동기가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하려는 데에 있는 경우가 많고,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에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러한 범행이 야간에 주거에서 발생하여 배우자 또는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행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생활의 기초단위로서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에 까지 이르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도 통상적인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의 결과를 넘어 매우 심대하다.


성폭법 제5조 제2항은 입법자가 행위자를 단순한 특수강도죄와 강제추행죄의 경합범으로 처벌하여서는 그와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특별법으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한 것으로서, 그 보호법익의 중요성과 범죄의 죄질, 행위자책임의 정도 및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또한 입법자는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자에 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인데 이러한 입법적 결단을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법률상 감경사유가 경합되거나 법률상 감경사유와 작량감경사유가 경합되는 때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므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 강제추행이란 성욕을 만족시키거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기삽입 외의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경우에 따라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한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특수강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받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고 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가) 반대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요지


○ 형법상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비하여, 성폭법 제5조 제2항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단지 특수강도죄(형법 제334조)와 결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죄질과 범정이 크게 다른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면서, 그것도 일률적으로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과도하게 높여 놓았다. 한편 성폭법 제6조 제2항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 당시 재물강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법관이 양형을 하는데 있어서 후자의 경우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까지도 가능하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법정형에 ‘사형․무기징역’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되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된다. 그러나 행위의 불법성과 가벌성에 있어서, 후자가 전자보다 위와 같은 편차를 정당화할 만큼 가볍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전자에 있어서 특수강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후자의 범행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되는바, 그 죄질 및 법익침해 정도를 고려할 때 양자의 차이가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 단순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구성하고 그것이 특수강도죄와 결합하면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적용되어 특수강도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데, 이처럼 벌금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경미한 강제추행행위까지 강간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죄질의 차이가 상대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 또한 성폭법 제6조 제1항과 제2항의 예에서 보듯이 양자를 서로 동일하게 볼 수 없을 만큼 죄질의 차이가 나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를 서로 다르게 규율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다.


○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실질적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입법형태라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지 않아 형벌의 체계 정당성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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