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剝製)
한 때는 세상을 가소롭게 주유(週遊)하기도 했었지
불타는 태양 속으로 거침없이 꿈을 실어 나르다
또 한 때는 검은 숯이 될 뻔도 했었지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박물관 구석에서
이방인처럼 침묵하고 있는 싸늘한 시선,
자태는 여전히 의기양양하지만
감출 수 없는 눈빛은 이젠 숨겨진 마음이 되어
고백할 수 없는 사랑처럼 슬프구나
도리질 당한 가슴은 고독한 포르말린으로 채워져
다가갈 곳도, 다가갈 수도 없는 유리벽 속에서
재회할 수 없는 이별처럼 서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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