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9일 일요일

[내일]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무엇이 문제인가?

 

[내일]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담화가 지난 13일 오전 7시경 KBS 라디오를 통해 첫 방송됐다. 이후 청와대의 정례화 방침에 방송에 대한 간섭이며 편성권침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KBS는 추후 방송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측은 15일 "라디오 연설을 격주로 월요일 아침에 진행하기로 했다"며 "특정 방송사와 계약을 맺어 전담 방송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에 대해 MBC와 SBS 측은 일찌감치 편성 계획이 없음과 제의가 오면 고려할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계획된 바가 없음을 밝히며 방송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대통령 라디오 담화가 방송되기 수일 전 방송사에 “사전 협의”는 안 했지만 대통령 라디오 담화를 정례화 하겠다고 밝힌 것은 방송사의 편성에 맡기겠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각에서는 거기서부터 “소통”이 아닌 “독주”의 시작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노변담화(爐邊談話, fireside chat)는 1929년 10월 29일, 이른바 “검은 화요일”로 촉발된 미국의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루스벨트는 불황(不況)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정책을 국민에게 약속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그가 취임한 1933년부터 당시에 이미 널리 보급된 라디오를 통하여 국민에게 소신을 피력하는 라디오 방송을 처음으로 진행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는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그 소망을 가슴으로 품고 진정한 소통을 시작함으로써 다정한 음성과 힘찬 어조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었고, 국민들은 깊은 인상을 받아, 많은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절망의 구렁텅이를 벗어나 세계 강대국의 초석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만큼 마음을 모으는 것은 위대한 힘을 내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마음을 담아 진실한 호소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감동을 시키지 않으면 소통은 요원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역대 정권의 대통령들도 일부 노변담화를 흉내내기도 했지만 진정한 소통은 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의 골만 더욱 깊게 한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 이유는 껍질만 흉내내고 따뜻한 온기는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성의 부족은 희망을 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라디오 담화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하지만, 루스벨트의 노변담화와 이 대통령의 정례 라디오 담화는 몇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루스벨트는 이 대통령과 달리  정례적으로 미리 예정한 것이 아니다. 매주하려다가 지금은 격주로 계획을 수정했다고 하지만, 순간 순간의 절실함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면 각본을 갖고 무대에 오르는 배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루스벨트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12년간 단 30차례만 방송했다는데, 연도별 노변담화 횟수는 1933년 4회, 34년 2회, 35년과 36년 각 1회, 37년 3회, 38년 1회, 39년 2회, 40년 2회, 41년 3회, 42년 4회, 43년 4회, 44년 3회 등이라고 한다.


또한, 루스벨트는 경제, 정치, 외교 문제 등 주요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라디오 담화를 격주로 정례화 하겠다는 발상은 방송사를 국정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오해를 접기 힘들다.


그리고 루즈벨트가 노변담화를 할 그 당시에는 소통의 수단이 라디오가 유일한 실정이었지만, 오늘날은 마음만 있다면 무궁무진한게 소통의 수단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그만큼 통신의 수단은 다양하게 발전했으며, 더불어 소통의 수단도 천차만별인 것이다.


더불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방송사 노조에서도 문제삼고 있는 방송의 독립성과 관련된 편성권의 문제이며, 반론권의 문제이다. 편성권에 대해서는 방송사가 내부적으로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되지만, 반론권보장의 문제는 방송의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세력에게 반드시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언론의 자유이며, “알릴 권리”인 것이다.


루즈벨트의 노변담화는 이후 중단되었다가 레이건대통령때 다시 부활하여 현재까지 방송사 자율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주요한 점은 공정성과 반론권보장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오후 9시 40분에 방영된 KBS 1TV <미디어포커스>에 따르면 미국 abc방송국의 경우 서로 다른 정치적 세력 간에 동일한 시간을, 충분히 반론을 준비를 할 기회를 보장하면서 여전히 방송을 하고 있었다.


유례없는 전 세계적 위기의 국면에 봉착하여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희망인 것이다.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청와대도 노변담화를 시도한 것이겠지만  여론의 동향이 그리 따뜻해 보이지는 않는 것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한 때문일 것이다.


비상계엄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언론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며 언론은 권력의 제4부라고도 일컬어지는 독자적 영역에 속하면서 계속적으로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고, 언론에 대한 통제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흐르는 물이 새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너무 넓은 한쪽은 베푸는 마음으로 좁히고, 또 너무 좁은 한쪽은 합심해서 넓히며, 오른 쪽으로 치우친 한쪽은 좌(左)로 보고, 또 왼쪽으로 치우친 한쪽은 우(右)로 보며, 불필요하게  높은 곳에서는 다소 낮은 곳을 배려하고, 지극히 낮은 곳에서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진정한 다수의 공존”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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