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9일 목요일

[헌재]교육법 제157조 에 관한 헌법소원(기각)(1992.11.12,89헌마88)

 

[헌재]교육법 제157조 에 관한 헌법소원(기각)(1992.11.12,89헌마88)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서울 휘경여자중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국어과목을 담당하여 학생들을 가르쳐 왔고, 한편으로 회원이 약 1,200명인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의 대표로서 활동하여 왔다. 청구인은 1989.3.27. 위 교사모임이 창립된 이후 청구인과 같은 위치에서 국어교육을 담당해 온 교사들과 함께 중학교 국어교육에 대한 토론과 연구를 진행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토론ㆍ연구한 일부의 내용을 모아 1989.2.20.에는 위 교사모임을 엮은이로 하여 “통일을 여는 국어교육”이라는 저작물을 출간하고, 1989.3.25.에는 위 교사모임을 지은이로 하여 “개편교과서 지침서 중학 국어 1-1”이라는 저작물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형태의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저작ㆍ출판하기로 하고 그에 관하여 연구ㆍ토론하며 저작ㆍ출판을 모색하여 왔다.


그런데 교육법 제157조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이하 이를 “교과서규정”이라 한다) 제5조가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1종도서로 정하여 교육부가 저작, 발행,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의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저작ㆍ출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고 청구인은, 위 법률 및 교과서규정의 각 조항이 헌법 제31조 제4항,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거하여 1989.5.11.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교육법 제157조, 교과서규정 제5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다.


(가) 교육법(1988.4.6. 법률 제4009호)

제157조 ① 대학ㆍ교육대학ㆍ사범대학ㆍ전문대학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 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졌거나 검정 또는 인정한 것에 한한다.

② 교과용 도서의 저작ㆍ검정ㆍ인정ㆍ발행ㆍ공급 및 가격사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나)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1988.8.22. 대통령령 12508호)

제5조  1종 도서는 교육부가 편찬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1종 도서는 연구기관 또는 대학 등에 위탁하여 편찬할 수 있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본안전 판단


교육법(敎育法) 제157조, 교과용도서(敎科用圖書)에관한규정(規程) 제4조, 제5조에 의하면 중학교(中學校) 교과서(敎科書)의 편찬은 교육부가 직접(直接) 또는 위임(委任)하여 편찬하게 되어 있어 일반(一般) 사인(私人)은 물론 국어교사(國語敎師)라 할지라도 이를 저작(著作)ㆍ발행(發行)ㆍ공급(供給)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으므로 위 조항의 집행(執行)을 위한 매개행위(媒介行爲)가 따로 있을 여지가 없고,


청구인이 중학교(中學校) 국어교사(國語敎師) 겸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중학교(中學校) 국어교과서(國語敎科書)의 제작(製作)ㆍ발행(發行)에 착수하고자 하였다면 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직접관련성(直接關聯性), 자기관련성(自己關聯性), 현재관련성(現在關聯性)이 구비되어 있다.


(2) 법령(法令)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


(가) 법령(法令)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 때에는 그 법령의 시행(施行)과 동시에 침해가 시작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는 원칙적으로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하여야 할 것이지만, 법률이 시행된 후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事由)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되는 것이다.


(나) 여기서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이라는 것은 당해 법령(法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具體的)으로 현실(現實) 침해(侵害)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實體的) 제요건(諸要件)이 성숙하여 헌법판단(憲法判斷)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


(3) 교육에 대한 헌법의 이념 및 원리

 

(가) 교육제도 법률주의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이하 “수학권”(修學權)이라 약칭한다)를 보장하고 있는데, 그 권리는 통상 국가에 의한 교육조건의 개선ㆍ정비와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고 있다.


수학권의 보장은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헌법 제10조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헌법 제34조 제1항) 필수적인 조건이자 대전제이며, 헌법 제31조 제2항 내지 제6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 의무교육의 무상,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중립성보장, 평생교육진흥, 교육제도 및 교육재정, 교원지위 법률주의 등은 국민의 수학권의 효율적인 보장을 위한 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② 국가나 공공단체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수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한도내에서 적극적ㆍ능동적으로 주도하고 관여하는 교육체계를 공교육제도라고 할 때, 국가나 공공단체는 교원ㆍ학제ㆍ교제ㆍ교육시설환경 등 제반사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는 의무와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특성은 초ㆍ중ㆍ고교 등 보통교육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통치자와 피치자가 이념적으로 자동적(自同的)인 민주국가에서 수학권의 보장을 통한 국민의 능력과 자질의 향상은 바로 그 나라의 번영과 발전의 토대요 원동력이므로 현대의 모든 민주국가는 교육의 진흥과 창달을 행정의 주요한 지표로 수립하고 있으며 헌법도 제31조 제1항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③ 그런데 헌법은 국민의 수학권(헌법 제31조 제1항)의 차질없는 실현을 위하여 교육제도와 교육재정 및 교원제도 등 기본적인 사항이 법률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을 규정(헌법 제31조 제6항)하는 한편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및 대학의 자율성)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할 것을 규정(헌법 제31조 제4항)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넓은 의미의 “교육제도 법률주의”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일시적인 특정정치 세력에 의하여 영향을 받거나 집권자의 통치상의 의도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것을 예방하고 장래를 전망한 일관성이 있는 교육체계를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관점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가장 온당하다는 의회민주주의 내지 법치주의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헌법이 한편으로는 수학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실현하는 의무와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교육체계를 교육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교과서제도 법률주의


교과서라 함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과가 포함하는 지식체계를 쉽고 체계적으로 간결ㆍ명확하게 편집하여 학생들의 학습의 기본자료가 되도록 한 학생용 도서를 말한다. 따라서 전문지식을 추구하는 대학이상의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제도는 적합하지 아니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은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제도의 일환인 교과서제도에 대하여서도 법률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헌법 제31조 제6항을 근거로 하여 교육법 제157조가 교과서제도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대학ㆍ교육대학ㆍ사범대학ㆍ전문대학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졌거나(국정) 검정 또는 인정한 것에 한하고 교과용도서의 저작ㆍ검정ㆍ인정ㆍ발행ㆍ공급 및 가격사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정된 “교과서규정”에서는 초ㆍ중ㆍ고등학교의 교과서에 대하여 국정제ㆍ검정제ㆍ인정제를 병용하고 있는데, 학교의 장은 1종 도서(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1종 도서가 없을 때에는 2종 도서나 인정 도서를 선정ㆍ사용하게 되어 있으며(교육법 제157조 제2항 및 교과서규정 제3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되어 있는 중학교 국어교과는(도덕, 국사와 함께) 1종 도서로 규정되어 있다(같은 규정 제4조 제2호). 그리고 교과서규정 제4조 제4호ㆍ제5호를 근거로 해서 사회, 생활기술, 가정, 농업, 공업, 상업, 수산업, 가사 등도 중학교의 1종 교과서로 규정되어 있다(같은 규정 별표 참조).


② 교육과정이나 교재의 선택에 있어서는 국가가 관여하는 형태와 방관하는 형태를 상정할 수 있는데, 관여하는 형태는 이를 두가지로 나눌 수 있으니, 하나는 교과서의 저작에 관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교과서의 사용에 관여하는 방법이다. 저작에 관여하는 방법에는 국정교과서제도를 통한 직접적 방법검정교과서제도를 통한 간접적 방법이 있고, 사용에 관여하는 방법에는 인정제도가 있다.


국정제(國定制)는 국가가 직접 저작하거나 위탁하여 저작한 교과 서 이외의 교재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이고, 검정제는 국가가 사인(私人)이 저작한 도서에 대하여 교과서로서의 적부를 심사확인하여 교과서로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인정제는 사인이 발행한 도서의 내용을 심사하여 그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세계 각국은 그 나라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이들 중 어떤 제도를 전용하거나 병용하고 있으며 교과서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재에 대하여서는 국정제ㆍ검정제ㆍ인정제를 병용하고 있으며 대학의 교재에 대하여서만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③ 초ㆍ중ㆍ고교교육에 있어서 교과용도서에 국가가 관여하는 이유는 초ㆍ중ㆍ고교의 교육이 가지는 특성과 그에 따르는 국가의 책무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ㆍ중ㆍ고교교육 등 보통교육의 단계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세계관, 사회관, 인생관 등에 대한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품성과 보편적인 자질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교육법 제93조, 제94조, 제100조, 제101조, 제104조, 제105조 참조)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어서는 학교의 지역별ㆍ공사(公私)별ㆍ교육환경별 차이, 교원의 자질별ㆍ능력별 차이, 교과의 과목별ㆍ내용별 차이 등을 가능한 한 축소시켜 피교육자에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균등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는 학생은 사물의 시비, 선악을 합리적으로 분별할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가치편향적이거나 왜곡된 학문적 논리에 대하여 스스로 이를 비판하여 선별 수용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공교육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어떤 형태로 이에 간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교과서제도에 대해서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정도와 한계의 문제는 초ㆍ중ㆍ고교 교육의 단계와 교과과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국가가 관여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지방의 교육자치체제를 어느 정도로 허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4) 교육법(敎育法) 제157조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敎科用圖書)에관한규정(規程) 제5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基本權)을 침해하여 위헌(違憲)인지 여부


(가) 국민(國民)의 수학권(修學權)(헌법 제31조 제1항의 교육(敎育)을 받을 권리(權利))과 교사(敎師)의 수업(授業)의 자유(自由)는 다같이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國民)의 수학권(修學權)이 더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나) 국정교과서제도(國定敎科書制度)는 교과서(敎科書)라는 형태의 도서(圖書)에 대하여 국가(國家)가 이를 독점(獨占)하는 것이지만, 국민(國民)의 수학권(修學權)의 보호(保護)라는 차원에서 학년(學年)과 학과(學科)에 따라 어떤 교과용(敎科用) 도서(圖書)에 대하여 이를 자유발행제(自由發行制)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국가(國家)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관여할 수 있는 헌법적(憲法的) 근거(根據)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인정의 범위내에서 국가(國家)가 이를 검(檢)ㆍ인정제(認定制)로 할 것인가 또는 국정제(國定制)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재량권(裁量權)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중학교(中學校)의 국어교과서(國語敎科書)에 관한 한, 교과용(用) 도서(圖書)의 국정제(國定制)는 학문(學問)의 자유(自由)나 언론(言論)ㆍ출판(出版)의 자유(自由)를 침해하는 제도가 아님은 물론 교육(敎育)의 자주성(自主性)ㆍ전문성(專門性)ㆍ정치적(政治的) 중립성(中立性)과도 무조건 양립되지 않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


※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가) 초(初)ㆍ중(中)ㆍ고등학교(高等學校)의 교과서(敎科書)에 관하여 교사(敎師)의 저작(著作) 및 선택권(選擇權)을 완전히 배제하고 중앙정부(中央政府)가 이를 독점(獨占)하도록 한 교육법 제157조의 규정은 정부(政府)로 하여금 정권(政權)의 지배(支配) 이데올로기를 독점적(獨占的)으로 교화하여 청소년(靑少年)을 편협하고 보수적으로 의식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이는 교육(敎育)의 자주성(自主性)ㆍ전문성(專門性)ㆍ정치적(政治的) 중립성(中立性)을 선언한 헌법 제31조 제4항에 반하고 교육자유권(敎育自由權)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한다.


(나) 교육법 제157조 등에는 교육제도(敎育制度)의 본질적(本質的) 사항(事項)에 속하는 교과서(敎科書)의 저작(著作)ㆍ출판(出版)ㆍ선택(選擇) 등에 대한 구체적(具體的) 기준(基準)과 방법 및 절차(節次)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동조 제2항에서 “교과용 도서의 저작ㆍ검정ㆍ인정ㆍ발행ㆍ공급 및 가격결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행정권(行政權)에 의한 입법(立法)에 포괄적(包括的)으로 백지위임(白紙委任)하고 있으므로 교육법 제157조는 교육제도(敎育制度) 법정주의(法定主義) 원리(原理)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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