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6일 월요일

[생각] 오바마의 버려진 개를 말하다. 5 - 미국의 가치와 한국의 가치

 

[생각] 오바마의 버려진 개를 말하다. 5 - 미국의 가치와 한국의 가치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쿠바 관타나모 기지내 테러용의자 수감시설과 국외 중앙정보국(CIA) 수감시설의 폐쇄명령을 내리고,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유린한 지난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법의 지배인권보호를 강조했다.


또한 힐러리클린턴 미국무장관의 취임식에서는 미국의 힘은 미국의 군사력이나 경제적 풍요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의 가치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진정한 미국의 가치회복을 위한 변화의 시작을 선언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힘과 가치만을 두고 본다면 두가지가 모순없이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는 아니다. 오히려 서로 엇방향으로 치우치는 모순을 가지는 것이다. 오바마의 역설은 이 두가지를 모두 강조하고 있다는데 취약성이 있으며, 과연 향후 어느 방향으로 기수를 돌릴 것인지도 두고 볼 일이다.


가치라는 것도 언제나 그 자리에 부동의 자세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바람처럼 변해왔다. 어느 때는 왼쪽의 날개로, 또 어느 때는 오른 쪽의 날개로 생존을 향한 간절한 몸부림처럼 오늘까지 왔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격으면서, 그리고 처절한 민주화의 댓가를 치르면서 지금까지 왔다.


미국의 가치나, 우리의 가치나 본질에 있어서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누군들 폼나게 잘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가치의 이면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을 참아 내도록하는 인내를 키우는데 그 본질이 있는 것이다.


자유를 말하고, 정의를 외치면서, 늘 진리를 찾아가지만 그 길은 언제나 원하는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원하는 모습의 삶과는 더 거리가 멀어지는 듯이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이 개인의 책임이든, 사회의 문제든 간에 가치는 가치 그대로 의미를 가져야 한다.


비록 힘을 가지진 못했어도 그러한 가치는 존중되어야 하며, 그 가치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존중이다. 그리고 그 방법 중에서 최상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대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진 못할지라도 이 겨울에 물대포를 쏴대며, 화염병을 던질 것인가. 그리고 추락하게 내버려 두었을 것인가.


힘에 의지하다보면 힘이 빠지고 난 후에는 기댈 곳이 없다. 비록 오바마가 미국의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미국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치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힘에 의존한 가치는 명목의 가치에 불과하며 실질과는 거리가 멀다.


설날 아침에 멀리 가족을 두고, 한 걸음에 내달리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다. 만약 가치를 뒷받침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경제력이나 공권력이 아니라 아직까지 살아있게 한 앞서 죽어간 사람들의 은혜다. 살아있는 시간동안은 그들에게 감사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힘은 없더라도 인간에 대한 존엄과 존중이 훼손되지 않는 그런 희망들이 느리게나마 실현되는, 나약한 인간을 상대로 늘 시험에 들게하는 그런 오만과 탐욕도 사라져 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소외로부터 극복하게 하는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가치들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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