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
꽃이 피면 누구나 그 눈부심만 보려 하고
꽃이 지면 아무도 그 서러움은 보질 않아
화려할 땐 허겁지겁 서두르는 무리의 벌떼,
꽃받침의 단물조차 남김없이 해치우고 나면
꿈을 전하던 꽃대는 통곡으로 쓰러져 가면서도
한(恨) 맺힌 대지에 생존처럼 다시 꽃을 피우지
노망든 무리의 벌떼는 똑같은 자세 그대로
반성도 없이 한번 더 윤간(輪姦)을 저지르고 마는데
운명(運命)처럼 확인하는 파렴치한 현장 앞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봄이라고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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