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일 월요일

[헌재]공직선거법 제56조제1항 제1호위헌확인(헌법불합치)(2008.11.27,2007헌마1024)

 

[헌재]공직선거법 제56조제1항 제1호위헌확인

(헌법불합치)(2008.11.27,2007헌마1024)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7. 8. 9.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같은 날 ‘대통령선거 출마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였으며, 2007. 12. 19. 실시되는 제17대 대통령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때 5억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1호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며 2007. 9.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및 참고조항


공직선거법 제56조(기탁금) ①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등록신청시에 후보자 1인마다 다음 각 호의 기탁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관리위원회에 납부하여야 한다.

1. 대통령선거는 5억원

2. 국회의원선거는 1천500만원

3. 시·도의회의원선거는 300만원

4. 시·도지사선거는 5천만원

5.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는 1천만원

6. 자치구·시·군의원선거는 200만원


공직선거법 제57조 (기탁금의 반환 등) ①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른 해당 금액 중에서 제56조(기탁금)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탁금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을 선거일후 30일 이내에 기탁자에게 반환한다.

1. 대통령선거, 지역구국회의원선거,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

가.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 전액

나. 후보자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공무담임권의 침해 여부


(1) 대통령선거에서 진지하지 못한 불성실한 후보자들이 난립할 경우 불법선거운동의 감시와 투개표 등 선거관리에 지장이 초래되며, 선거에 관한 국가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후보자들에게 불법선거에 대한 과태료나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기탁금을 예납하게 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후보자난립 방지를 위하여 기탁금제도를 두더라도 후보예정자의 참정권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입법자의 정책적 재량이 행사되어야 한다. 그 금액이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없다.


(2) 5억원의 기탁금은 대통령선거 입후보예정자가 조달하기에 매우 높은 액수임이 명백하다. 주요 정당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으므로 5억원의 기탁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나,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군소 정당의 추천을 받을 후보예정자이거나 무소속 후보예정자의 경우 특별히 재력가가 아니라면 부채를 지거나 기부를 받지 않는 한 5억원 마련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2008. 2. 29.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후원회 지정권자로 포함시켰으나, 5억원은 국민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예비후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모금할 수 있는 액수라고 보기 어렵고, 지지도가 높은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그 지지도가 반드시 후원금의 기부액수로 연결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3) 고액의 기탁금을 마련한 후보자도 공직선거법상 유효투표총수의 10-15%의 득표를 받을 경우 50% 반환, 15% 이상의 득표를 받을 경우에만 전액 반환되므로 그러한 지지율에 못 미칠 경우 5억원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피선거권 행사를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기탁금이 고액이라도 재력이 풍부하여 그 정도의 돈을 쉽게 조달,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입후보 난립방지 효과를 가지지 못하면서, 그 기탁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입후보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4) 헌법재판소는 1995. 5. 25. 선고 92헌마269등 결정에서 대통령선거에 3억원의 기탁금을 규정한 구 대통령선거법 제26조 제1항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당시의 선거법은 기탁금으로 선거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사본작성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으며, TV와 라디오를 통한 각 1회의 후보자 및 연설원의 연설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면서 유효투표총수의 7%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이를 기탁금에서 공제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는 선거인 명부 작성비용을 기탁금으로 부담하게 하는 제도가 폐지되었고 선거방송비용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 및 정책토론회 외에는 전적으로 후보자 개인부담이 된다(득표율 10% 이상시 국가가 사후에 이를 보전함).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위 토론회는 기본적으로 대상이 한정되므로(공직선거법 제82조의2, 3), 후보자가 난립한다고 해서 그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과태료 내지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은 기탁금에서 공제하게 되나, 이를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기탁금이 3억원이나 5억원과 같은 고액일 필요는 없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참관인과 개표참관인의 수당과 식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였으나, 군소정당 후보자나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참관인 선정은 모든 투표소나 개표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적은 수에 그치고 있으므로(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 제16대 대통령선거총람, 101, 119쪽), 후보자가 난립된다고 해서 그 부담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선전벽보의 첩부 및 철거비용,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 비용은 후보자가 더 증가한다고 해도 그 증가 정도가 심각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결국 현행 선거법 하에서 대통령선거의 기탁금 액수가 종전과 같이 3억원이 되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약해졌는데도, 기탁금이 5억으로 증가되어 있고, 또 기탁금이 반환되는 유효투표수 득표율도 종전은 7% 이상이었으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15%이상(전부 반환) 혹은 10% 이상 15% 미만(절반만 반환)이어야 하므로 반환조건은 더 엄격해졌다.


(5) 기탁금이 고액이 아닐 경우 후보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검인된 추천장을 사용하여 5 이상의 시·도에 나누어 총 선거권자 2500명 내지 50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공직선거법 제48조 제2항 제1호), 통상 대통령선거에서 소요되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감안하면 기탁금 액수만 가지고 후보자난립 문제를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다. 또한 정당정치의 발전과 국민들의 정치문화의 성숙도에 따라 진지하지 못한 후보자의 난립현상은 줄어들 수 있다.


(6) 대통령선거에서 사후에 보고되는 총 선거비용이 정당추천 후보자에 따라서는 3-400여억원에 이르는 상황을 보면 기탁금 5억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으나, 모든 후보자가 그 정도의 선거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일단 후보자 등록단계에서 5억원을 조달할 수 없으면 후보자가 될 수 없으며,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라도 5억원이 지나친 부담이 되어 입후보를 포기하게 한다면 이들에게는 대통령직에 대한 피선거권의 행사가 봉쇄당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들이 소수에 그치더라도 그러한 소수자들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일부 소수층의 참정권 제한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면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지배되는 정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외된 소수자’들의 인권을 헌법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가 되어 결국 헌법의 기본권 보장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를 둔 외국에서는 대통령선거에 기탁금제도를 두는 나라 자체를 찾아볼 수 없으며(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행, 외국의 선거제도 비교분석집, 2005), 유일하게 프랑스에서 기탁금제도를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 돈 26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선거제도의 차이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상에 유래가 없는 그런 고액의 기탁금제도를 우리나라에서만 두어야 하는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7) 결론적으로, 이 사건 조항이 설정한 5억원의 기탁금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달성수단으로서는 개인에게 현저하게 과다한 부담을 초래하며, 이는 고액 재산의 다과에 의하여 공무담임권 행사기회를 비합리적으로 차별하므로, 입법자에게 허용된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나. 주문에 관한 의견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이유는, 기탁금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탁금 액수가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위 기탁금 액수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후보자라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금액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또 무소속후보자의 추천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선언을 하여 조항 자체를 폐지시키는 것 보다는 추후 입법자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합헌적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 선언을 하고, 입법자가 2009. 12. 31.을 시한으로 하여 개정할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는 것이 상당하다.


(2)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의 단순위헌의견


이 사건 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유는 다수의견과 같으나 주문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다음 대통령선거는 2012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더라도 입법자는 충분한 기간 내에서 기탁금제도를 후보자가 조달할 수 있는 합헌적인 범위로 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가 종료된 후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있을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위헌적 기탁금제도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였다(헌재 2001. 7. 19. 2000헌마91등 결정). 이 사건에서 굳이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필요가 없이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


다. 결론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위와 같다면, 이에 대하여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선언을 하여야 한다.



※ 재판관 조대현의 단순위헌의견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려면 기탁금을 납부하여야 하고 일정한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기탁금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제도는 전부 헌법에 위반된다.


공직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절차이고 그 후보자 등록은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인 점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그 후보자 등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헌법 제8조 제1항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정당추천 후보자의 난립을 막기 위하여 기탁금제도를 두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무소속후보자로 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수 이상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는바, 이처럼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에 대하여 다시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기탁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탁금은 선거비용에 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나 불법선거에 대한 대집행비용으로 충당되는데, 기탁금제도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을 위법행위가 있기도 전에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기탁금을 예납하게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공직선거의 기탁금제도와 그 몰수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사유도 없이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합리적 사유도 없이 기탁금을 납부하거나 포기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후보자 등록을 어렵게 하여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


※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의견


(가) 후보난립 방지필요성의 절실성


선거는 국민이 직접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로서 통치권 또는 국정담당자를 결정하는 주권행사의 수단으로 민주적 정당성 부여의 계기이고, 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며, 나아가 소수가 다수가 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된다.


그 외에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들에 대한 관계에서 선거는 스스로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지향, 변화의 요구를 정책과 제도에 관철시킬 수 있는 구체적 기회가 되고, 막대한 선거비용 중 상당부분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도 국민들의 이해와 직접적이고 중요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제공 및 후보자의 공약 또는 비전의 제시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후보자에 대한 신분보장(공직선거법 제11조)을 남용하고자 하는 이들 또한 있을 수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는 가장 중요한 국가권력담당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일정한 나이에 달한 국민 모두를 선거권자로 하고, 우리 사회가 그에 쏟는 에너지가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난립으로 인한 폐해가 다른 어느 선거에서보다 크다고 할 것이고, 후보난립을 방지할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나) 기탁금액의 과다 여부


현재 대통령 선거의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이 인구수에 950원을 곱한 금액으로(공직선거법 제121조 제1항 제1호) 각 후보자들이 막대한 금액을 선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현실, 기탁금액은 불성실한 입후보자에 대한 실질적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탁금 5억원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금액으로서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1995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기탁금 3억원이 과도하지 아니하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1995년부터 2007년에 이르는 동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생각할 때 위와 같은 정도의 기탁금인상은 지나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기탁금은 원칙으로 당선되거나 일정한 수준의 득표만 하면 선거종료 후 반환받는 것이므로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는 사후반환이 보장된 일시적인 예납금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이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후보자를 추천하였다면 5억원 정도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다고 보이지는 않고, 개정된 정치자금법 제6조에 의하면 대통령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지정하여 둘 수 있으므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2,500명 이상 5,000명 이하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무소속후보자라면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위와 같은 기탁금액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렵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선거비용의 과다지출과 선거부정 및 과열 등으로 공명선거에의 요청이 큰 우리의 선거풍토에서 단순히 외국의 예를 기준으로 위 기탁금액이 과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후보난립의 폐해를 막기 위한 기탁금 제도의 취지상 기탁금 반환에 일정한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데, 그 제한의 엄격성이 곧 기탁금 액수의 과다함을 추정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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