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7일 일요일

[생각] 오바마의 버려진 개를 말하다. 2

 

[생각] 오바마의 버려진 개를 말하다. 2



미국의 대선이 끝난지도 벌써 한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있고, 아직도 오바마는 두 딸에게 약속한 “퍼스터 퍼피”에 대한 이행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털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 털없는 개를 구한다는 소식에 페루의 털없는 개협회에서 털없는 개를 보내 줄 용의가 있다고도 하나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것 같다.


자신과 같은 잡종견에 대한 오바마의 진정한 내심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의 차기 행정부의 인선 결과를 놓고 보면 그 내용을 나름대로 어슬프게나마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재무장관에, 로렌스 서머 전 재무장관을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결정했고, 이어서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인선을 발표하였다.


추가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임스 존스 전 나토 사령관을 지명했으며 법무장관에 흑인인 에릭 홀더, 국토안보부장관에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주 주지사, 유엔대사에 수전 라이스 외교정책보좌관을 각각 내정했다.


오바마의 말처럼 1초도 낭비할 시간이 없어 서둘러 발표한 선택이긴 하지만, 짧은 시간의 주도면밀함은 역시 잡종개의 타고난 재능인 것 같다. 자신의 말대로 한줄도 놓침없이 클린턴재단의 재정문제로 힐러리를 숙고했으며, 현재의 이라크 상황을 감안하여 게이츠를 고민했다.


결과를 두고 “클린턴 3기 내각”이니 “변화의 실종”이니 하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첫 외교안보팀은 빌 클린턴 정권 출신 인사(힐러리)와 공화당 출신 인사(게이츠), 오바마 측근(존스) 등이 조화를 이룬 “화합형 인선”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잡종”이라는 말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것은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할 편견이다. 우리의 관습으로도 스스로 모순되는 부분이 많이 있질 않은가? 예를 들자면 동성동본금혼규정 같은 것들이 버젓이 살아있질 않은가?


동성동본간 혼인을 금지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순종은 잡종보다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약한 생명력 때문이리라. 우리의 정치사를 둘러보아도 오래도록 핍박받고 나중에 성공한 정치인들은 고난의 세월을 “잡초”와 비유하며, 그 고통의 세월을 참고 이겨낸 댓가라고 하질 않던가.


“잡종”이란 참 좋은 말이다. 모든 것을 관통하고 아우르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표내지 않고 모든 것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기도 하다. 물론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오바마를 탄생시킨 것이 그런 의미에서 큰 축복일지 모른다.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 테러대비책 강구, 북한 및 이란 핵개발 저지, 중동평화 정착,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협력체제 구축,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리더십 재건, 경제회복 등의 온갖 난제를 안고 오바마 정부는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오바마를 선택한 미국은 이미 절반의 성공인 변화를 선택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열쇠는 순종과 잡종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행복과 안전을 얼마나 잘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답을 스스로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버려진, 버려질 개들을 포함한 오바마의 인선은 무난한 선택으로 보이며, 그런 선택들이 미국을 제외한 세력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험이 되고 있다. 인도의 뭄바이테러나 이란과 북한의 움직임들이 잡종견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시험해 볼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도 결국은 인간인 한 그 한계가 있을 것이며, 그 한계의 끝에서 그동안 한목소리로 외쳤던 국제공조니, 국제평화같은 것들이 여전히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다. 위기의 끝에선 늘 명분들은 휴지조각처럼 사라지며 새로운 명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개와 버려질 개들은 여전히 주인의 따뜻함에 길들여진 개다. 끝까지 살아남을 개는 순종견도 잡종견도 아닌 야생의 들개처럼 끈질긴 자연의 생명력을 닮은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그 끝없는 생존의 경쟁에서 온 세계가 정신없이 분주하다.


누가 과연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그런 완벽한 승리는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매일이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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