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0일 토요일

[판례]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사건(합헌)(2006.07.27,2004헌바46)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사건(합헌)(2006.07.27,2004헌바4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京一 재판관)는 2006년 7월 27일(목) 재판관 8 : 1의 의견으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인 청구외 이○○와 공모공동하여, ○○은행의 총재와 그 은행 법인대출 실무총괄자에게 “○○상선에 대한 대출을 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은행의 총재와 그 은행 법인대출 실무총괄자가 ○○상선에 대해 그 자금상황이나 회수가능성 등을 검토하지 아니한 채 무담보로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4,000억 원을 대출하여 주도록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내용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공소제기되었는데, 그 항소심 계속 중에 형법 제123조가 “직권”이나 “의무”와 같은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이 그 신청을 기각하고 청구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자 2004. 6.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으로서 청구인이 구체적인 위헌 주장을 하고 있는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죄형법정주의로부터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법률조항의 문언, 입법목적, 입법연혁,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을 때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처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공무 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권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함으로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조항으로, 일본 형법을 의용한 구 형법에서부터 현행 형법에 이르기까지 제목, 법정형 또는 자구의 일부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의 구성요건으로 존속해 오고 있다.


(3) 여기서 “직권”이란 직무상 권한을, “남용”이란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문언상 이해된다.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은 헌법과 법률 기타 법령의 근거를 가지는 것으로, 공무원이 현재 직접 수행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정당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직무에 관한 권한을 포함하며, 반드시 법률상 강제력이 수반되는 것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에 따라서는 그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경우가 있음을 들어 직권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이 곧바로 “직권”의 의미 자체의 불명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법원은 직권남용의 의미에 대해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하여 문언적 의미를 기초로 한 해석기준을 확립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의 여러 법률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와 같은 의미로 “직권 남용” 또는 “권한 남용”과 같은 구성요건을 사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유형과 태양을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으로도 곤란하다.


(4) “의무”란 “마땅히 하여야 할 일” 또는 “해야 하는 일”을 의미하는데, 법률은 개인의 내면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에 대해서만 제한하거나 보호할 수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의무없는 일” 역시,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하는 것임은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


(5)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연혁, 관련 조항의 규정 및 법원의 확립된 해석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살펴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직권”이나 “의무”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고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반대의견(재판관 權 誠의 위헌의견)


(1) 공무원의 직권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을 근거로 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언제나 법령의 규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고, 협조요청이나 권고, 단순한 사실의 통지 등과 같은 단순한 사실행위도 모두 직무상 권한의 행사로 볼 수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범위는 사실상 무한정 넓어진다.


직권남용에 대해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법원의 해석 역시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할 뿐 직권남용의 의미를 파악해 내기가 쉽지 않으며 “의무없는 일”도 규범적인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그 의미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모호성과 광범성은 수사기관이 그 규범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하여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를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여지를 남기고 그 결과, 이른바 정권교체의 경우에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거나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 데에 이용될 위험성도 있다.


(3) 형벌조항의 이러한 불명확성과 광범위성은 결과적으로 형사소추권자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허용하게 되고 직무를 맡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가 처벌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게 하여 책임 있는 행동의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한편 정책적 재량에 대하여 까지 부당하게 형사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공무원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침해하는 폐단을 초래한다.


(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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