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4일 화요일

람사르 폐막, 습지의 개막, 생명의 시작

 

람사르 폐막, 습지의 개막, 생명의 시작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에서 개막한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회의가 4일 창원선언문을 채택하고 8일간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140개국의 정부 대표, 비정부기구 관계자, 습지 전문가 등 2300여명이 공식 참가했다.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으로서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이다. 줄여서 "습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Wetlands)라는 약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생태ㆍ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자연 생태계로서의 습지를 범국가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으로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체결되어, 1975년 12월 21일부터 발효되었으며 현재까지 158개국(‘08. 1 현재)이 가입, 1,722개의 습지(약 1억 6천여 ha)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중요하게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하여 현재 대암산 용늪(1997년 3월 28일), 창녕군 우포늪(1998년 3월 2일), 신안군 장도습지(2005년 3월 30일), 순천만 보성 벌교 갯벌(2006년 1월 20일), 서귀포(남제주) 물영아리오름 습지(2006년 10월 18일), 태안군 두웅습지(2007년 12월 20일), 울주군 정족산 무제치늪(2007년 12월 20일), 전남 무안 갯벌(2008년 1월 15일),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강원도 오대산국립공원습지, 제주도 물장오리습지 (2008년 10월 13일) 등이 등록된 습지이다.


농경지 확장, 제방건설, 갯벌매립 등으로 습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 이상의 습지가 소실되고 있는 상황에서, 습지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하며 인간에게 유용한 환경자원이라는 인식하에 이번 제10차 창원회의의 주요 의제로는 철새의 보호로부터 생태계 보전, 습지 관리와 인간의 건강 문제 등 습지의 보존과 관련된 내용들이 논의되었다.


참가국들은 논의 생태적 가치 보전을 요구하는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관한 결의문’, 기후변화 대응 목적의 바이오 연료 생산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습지와 바이오연료 결의문’ 등 모두 32개의 결의안을 채택하는 창원 선언문을 발표했다.


‘인류 복지와 습지에 대한 창원선언문’에서 참가국들은 “습지를 ‘천연의 물 인프라’로 인식하고, 습지 생태계와 인간 건강의 상호 연관성을 국가정책에 반영하며, 토지 이용을 변경하는 결정을 할 때 습지의 기능과 혜택 보호를 우선할 것”을 다짐했다.


습지는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수질 정화 작용을 하며, 홍수를 예방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며, 온갖 생명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생명의 모태임에도 우리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 면적의 3.2배에 해당하는 갯벌을 매립했거나 매립하고 있다.


세계인도 이런 우리 정부를 지목하여 한국을 습지 파괴 위험국으로 주목하고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람사르 사무국은 한국의 연안습지 매립에 따른 생태 변화를 보고하라는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요청했으나, 정부가 거부해 빠지긴 했지만, 대신 서해지역 연안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한국은 습지 보호의무를 피하려 등록을 회피한 결과 지금까지 총회를 주최한 10개국 가운데 람사르 등록 습지가 가장 적다고 한다. 지금은 정부가 한발 물러 서 있는 대운하까지 건설된다면 습지 보호지역 103㎢, 생태계경관 보전지역 34㎢,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255㎢, 야생동물 보호구역 22㎢가 파괴되고, 수달 등 각종 멸종위기 동물 61종이 서식지나 번식처를 잃게 된다고 한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관한 결의문(논 습지 결의안)은 논의 생태적 가치에는 공감하나 논습지 보전이 쌀 거래 무역의 장벽이 될 것을 염려하는 일부 국가의 우려로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격론 끝에 총회 마지막 날 채택됐다. 이 결의안에는 람사르 습지 등록 등을 통한 논의 생태적 보전 강화를 요청하고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논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회의가 열리는 와중에도 총회장 밖에서는 연안 습지 매립국가습지심의위원회 폐지 등 람사르 총회 취지와 어긋나는 한국 정부의 습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국가습지심의위원회는 환경부·국토해양부·산림청·문화재청 등으로 분산된 습지 관리 기능을 조정하기 위해 환경부 산하에 설치된 자문기구로서 6개 정부 부처, 부산시 등 8개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 습지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됐다.


국가습지기본계획 변경 심의, 람사르 총회 권고사항 이행시 발생하는 부처 간의 갈등 조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습지심의위원회는 7차 람사르 총회의 권고 사항으로, 정부는 2005년 9차 람사르 총회에서 설치 계획을 발표하고 람사르 총회 이행 성과물로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정부의 위원회 통·폐합 과정에서 자문기구는 모두 폐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국가습지심의위도 폐지 대상에 올랐다. 환경부 관계자는 “습지심의위는 습지를 둘러싼 개발과 보전 입장을 조정해 ‘지속가능한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정부 기구”라면서도 “별도 조치가 없는 한 정부 방침에 따라 폐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는 람사르 등록 습지는 아니지만 재두루미와 가창오리 등 1만여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겨울철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 일본, 호주를 연결하는 철새 이동경로의 중간 기착지와 월동지 등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국제 철새네트워크에 가입했다고 한다.


특히 총회에 참가했던 외신기자 2명을 포함해 10개국 20명의 외국인들이 특별 생태투어의 하나로 탐방한  DMZ의 경우는 지난 반세기 동안 출입이 통제돼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공간이자 생명벨트로서 군사분계선(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의 구간이며 별도의 민간인 통제선이 휴전선 남쪽 5∼20km 구간에 설정돼 있다.


이곳은 분단이후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멸종위기종 1급인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등 8종과 2급인 큰고니, 개리 등 21종을 비롯해 황조롱이, 매, 흑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22종이 서식하고 있는 등 한국의 귀중한 생태자원이 잘 보존돼 있으며, 임진강 유역의 성동습지, 장단습지, 문산습지, 임진각습지, 초평도 습지 등도 그대로 자연의 보고다.


정부는 이번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습지보호지역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현재 20곳인 습지보호지역을 2012년까지 30곳으로 확대하고, 2017년까지 연안 습지의 20%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누군가 인류의 역사에 발전이라고는 없다고 했다. 그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데는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한 듯 하다. 청계천 복원으로 서울시민들의 허파가 살아났다면, 이제는 습지의 보호로 대한민국의 심장을 살려내야 할 때다.



여러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가치가 있는 습지의 보고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1. 서해안 갯벌

2. 한강유역

3. DMZ

4. 논

5. 기타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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