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헌재]재판 취소(각하)(2008.11.27,2007헌마49)

 

[헌재]재판 취소(각하)(2008.11.27,2007헌마49)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0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정착하여 현지여성과 결혼하여 생활하여 오던 중, 2002. 6.경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 2인 및 현지인 1인(이하 ‘주범들’이라 한다)이 국내에 거주하는 고철수집상 2인(이하 ‘피해자들’이라 한다)을 인도네시아로 유인하여 금품을 강취하고자 범행도구를 준비하였음을 알면서, 주범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감금하여 가혹한 행위를 하고 금원을 강취하고 상해를 가하고 치사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인도네시아에서 기소되어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약 3년을 복역한 뒤 출소하였는데, 2006. 7. 25.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에서 강도치상 등 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2006고합192), 부산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여 2006. 12. 7. 형법 제7조의 법률상 감경을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며(2006노467),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2007. 2. 8. 상고가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2006도9184).


청구인은 동일한 사건으로 외국에서 이미 처벌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위 항소심 판결이 ‘외국판결은 우리나라에서 기판력이 없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366 판결)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다시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2007. 1.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부산고등법원 2005. 12. 7. 선고 25006노467 판결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제7조(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헌법 제13조 ①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법정의견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을 제외한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바(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판례집 9-2, 842 참조), 이 사건 항소심 판결(부산고등법원 2006노467)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반대의견(재판관 조대현․김종대․민형기의 위헌의견)


(1) 이 사건 심판대상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취지는 동일한 사건으로 외국에서 형벌을 집행받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국내에서 거듭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므로, 외국에서 형벌을 집행받은 청구인을 국내에서 거듭 처벌하는 것 자체그 경우에 외국에서 집행받은 형기를 국내의 거듭처벌에서 공제하여 주지 않는 형법 제7조를 모두 심판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외국에서 처벌받은 경우에 국내 거듭처벌의 위헌 여부


대한민국 헌법은 외국이나 외국의 국가기관을 구속하지 못하므로, 대한민국에서 처벌받은 국민이 외국에서 거듭처벌받는 것을 막지는 못하며, 외국의 재판이나 형벌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형벌권 행사가 제한된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 거듭처벌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형법 제7조는 헌법 제13조 제1항 후문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거듭처벌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최소화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외국과 국내에서 거듭 처벌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정도를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


형법 제7조의 법정형 감경제도는 법정형의 형기를 2분의 1로 줄일 뿐 선고형의 감면이나 형기의 감축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법정형의 감경 여부도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거듭처벌로 인한 인권침해의 정도를 최소한도로 줄이기에는 미흡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구 중 기본권 제한 최소한의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형법 제7조는 헌법에 위반되지만 합헌적인 부분도 포함하고 있고, 그 위헌성을 제거하여 합헌적인 내용으로 변경하는 일은 입법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보여지므로, 형법 제7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합헌적인 개선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법정의견에 대한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서 형법 제7조를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기재한 바 없는데다가, 형법 제7조는 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를 규정한 것일 뿐 일사부재리 원칙이나 거듭 처벌에 관한 근거조항이 될 수는 없는 것이어서 형법 제7조의 존재나 그 위헌여부와는 무관하게 외국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청구인에 대하여 거듭 처벌이 가능한 것이므로, 형법 제7조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선례에서 법령소원 사건의 경우에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심사척도와 법리가 적용된다거나 서로 필연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거나 그 적용의 전제가 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 다른 법령조항에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하였을 뿐, 이 사건과 같이 재판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의 경우에 있어 그 심판대상을 재판에 적용된 법률조항으로까지 확장하지는 않았으므로, 형법 제7조에까지 이 사건 심판대상을 확장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형법 제7조를 심판대상으로 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라면, 그 헌법소원은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임의적 변경이 아닌 필요적 면제 또는 필요적 형기산입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의 부진정입법부작위에 관한 헌법소원의 형식을 취하여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헌법소원은 이 사건 재판소원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아가 설사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형법 제7조에 대한 법령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청구인은 늦어도 형 면제 또는 필요적 형기산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1심 판결을 선고받은 2006. 7. 25.경 기본권 침해사유를 알게 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2007. 1. 12. 제기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90일의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므로, 형법 제7조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원의 재판인 위 항소심 판결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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