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생각] 오바마의 버려진 개를 말하다.

 

[생각] 오바마의 버려진 개를 말하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가 내년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지난 4일 밤 당선 직후 시카고 그랜드 파크에서 연설을 하며 두 딸 말리아(10)와 사샤(7)에게  함께 백악관에 들어갈 강아지를 선물하마고, 특별한 약속을 했었다고 한다.


그의 두 딸들은 내년 1월이면 지난 1961년 생후 두 달만에 백악관에 들어간 존 F 케네디 2세 이후 가장 어린 “백악관 아이들”이 된다고 한다.


오바마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 부모의 정은 부족했을 듯하다. 비록 흑인이긴 했으나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교육을 시킬 정도로 뛰어난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에 바빴고, 부모의 이혼은 어린 가슴에는 결코 만만한 기억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피부색으로 인한 정체성도 있었겠지만, 인간 본연의 감성에 대한 그리움들이 어린 그를 마약의 덫으로 몰아 갈 정도로 한 때는 심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까. 그의 두 딸에 대한 약속도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사랑한다는 그 말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의 연설이 미 전역에 생중계된 후 미 언론들은 백악관에 입성할 애완견을 “퍼스트레이디”에 빗대 “퍼스트퍼피”라 불렀고, 인터넷상에서도 개의 품종을 추천하는 글이 쏟아지는가 하면, 품종 결정을 위한 인기투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많은 미국인이 오바마 가족이 어떤 강아지를 입양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부부는 이미 한 TV 인터뷰에서 "유기을 입양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대한 생각은 여전하다고 했다.


큰 딸 말리아는 골든 리트리버와 푸들의 교배종인 “골든 두들”을 기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전미애견협회(Kennel Club)에 등록되지도 않은 잡종개는 '퍼스트퍼피'가 될 수 없다고 반대하는 세력이 나타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오바마는 “버려진 개들은 자신과 같은 잡종”이라며 관심을 촉구하는 짧은 말 한마디가 장내를 일순간에 찬 물을 끼얹은 듯 숨죽이게 했고, 측근들도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농담이었지만 그의 일생을 아는 어느 누구도 소리내어 웃지 못했다.


국내 언론들은 그의 발언에 대해 "피부색에 대한 열린 마음을 촉구하는 속내가 엿보인다"며 정체성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던 과거의 아픔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그것이 전부일만큼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버려진 개는 주인을 잃은 개다. 이미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버려져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버려진 개와 오바마가 출신은 같을지 몰라도 삶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오바마는 이제 주인이 되었고, 버려진 개는 주인이 달라질 뿐이다. 다시 버려질 개는 누구인가. 과연 버리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인가.


주인이 달라진 미국은 달라진 주인의 입맛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전 주인은 텃세를 부리며 새 주인에게 아직 주인 대접을 해주길 꺼리는 눈치다. 이제 길들여져야 할 버려질 개가 누구인지 주제파악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인도 미리 앞서서 주인행세를 하기엔 조심스럽다. 이미 선거운동기간 동안에만 수백번의 암살 기도가 있었고, 앞으로 내내 주인의 신변에는 헤아릴 수도 없는 위협들이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바다 건너 먼 이웃의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참여정부가 들어설 무렵, 많은 사람들은 진정으로 버려진 개들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대통령이 탄생했다며 얼마나 기뻐하고 들떴었던가. 그러나 5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주인은 다시 바뀌고 여전히 개들은 다시 선택되고 또 버려지고 있다.


버려진 개의 마음은 바닥이다. 바닥을 아는 자가 세상의 높이에서 바라볼 때 가장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 버려진 개와 버려지지 않는 개는 늘 이해가 상반된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누구도 버려지지 않기를 원하며, 버려진 개들의 숫자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버려진 개를 돌보고자하는 처음의 마음이 끝까지 변하지 않고 유지될 때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되풀이해서 버려질 개를 논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과 각자의 초심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익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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