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헌재]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등 위헌소원 (민법 제766조 제1항,제2항 )(각하,합헌)(2008.11.27,2004헌바54)

 

[헌재]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등 위헌소원 (민법 제766조 제1항,제2항 )(각하,합헌)(2008.11.27,2004헌바54)



1. 사건의 개요


1980년경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은 원호대상자 정착직업재활조합 서울목공분조합 임원들의 공금횡령 및 뇌물공여 등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임원들을 강제연행하여 지하유치장에 감금하고 범죄사실 자백과 위 분조합에 관한 지분을 국가에 증여할 것을 강요하여 결국 위 분조합 소유이던 인천 북구 십정동 소재 토지 및 그 지상건물에 대하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한편, 위 분조합원들이거나 그 지위를 승계한 청구인들은 1990년경 위 토지 및 지상건물에 관하여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 이를 반환받은 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과 항소심에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한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각 청구기각판결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소제기일로부터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을 역산한 날 이전에 발생한 손해부분만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판시하며 파기환송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과 민법 제766조 제1항, 제2항을 국가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인 청구인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환송 후 항소심에서 위 법률들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04. 8.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문개정되고 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96조 제2항민법 제766조 제1항, 제2항(이하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과 민법 제766조 제2항만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다.


구 예산회계법 제96조(금전채권과 채무의 소멸시효)

①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또한 제1항과 같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우선 적법요건에 관하여 보면 민법 제766조 제1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재판의 전제성은 인정되지만,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국가가 국가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을 고문하고 이를 통하여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는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 제10조, 제23조 제1항, 제3항 등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므로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여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다.


즉,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청구인들의 주장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적용 예외 조항을 두지 않은 것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선해할 수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의견이고,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송두환법률의 적용대상이 유형적․추상적으로 한정되어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경우 그 한정되는 적용영역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는 결국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로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전시․사변․쿠테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다른 적용영역으로부터 유형적․추상적으로 구별되는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을 구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적법하다는 의견이며,


재판관 조대현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은 법률 해석을 통하여 내용이 특정되고 구체적인 규범력을 가지게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내용”이고, 법률에 대한 특정의 해석 내용을 한정하여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한정위헌심판청구)도 그러한 해석 내용이 규범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한편 재판관 이공현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조항 자체를 다투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법원의 사실관계 인정과 평가 및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의견이고,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한정위헌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청구된 심판대상이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에 있어서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 대상인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관한 한정위헌청구는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없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질적 일부가 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는 부적법하다는 의견이다.


위와 같이 재판관 6인이 적법의견이므로 본안판단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본안에서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의한 국민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인바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이 있다.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의 합헌의견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와 특히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목적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은 인정되고, 전시․사변․쿠데타 등 국가비상시기 등에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의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국가에 대하여 적시(適時)에 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일지라도 민법 등 관련규정상 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해석, 시효의 중단․정지 및 시효이익의 포기 등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고, 실무상으로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늦추거나 소멸시효주장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배척하는 등으로 소멸시효제도로 인한 불합리한 결과를 최소화하려는 법해석이 가능하며,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도 이러한 법해석에 기초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최소 침해성에 반하지 않으며, 소멸시효제도에 내재된 여러 공익적인 측면과 시효적용으로 인하여 해당 영역의 권리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을 비교형량하여 보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2)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되는 점에 관하여는 의문이 없으나,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는 미지의 당사자간에 예기하지 못한 우연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통상의 불법행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데다가 심지어 가해자인 공무원에 의한 증거 내지 국가기록의 의도적 은폐, 폐기 등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일반법인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나아가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어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5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면서 그러한 특수한 불법행위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것이고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는바 입법자는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3)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행위로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침해하였다면, 국가가 헌법 제10조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고의적으로 위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 침해한 것이므로, 그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5년 또는 10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하여 소멸시키는 것 역시 헌법 제10조에 위반되므로 그 내용을 제거하여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