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제53조 제1항 위헌제청(위헌)(2007.11.29,2006헌가13)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李東洽 재판관)는 2007. 11. 29. 군형법 제5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조대현의 헌법불합치의견, 재판관 김종대의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1.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상관살해죄 등으로 기소되어 2005. 11. 23.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2005고단11호) 항소하였으나, 2006. 4. 21.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고(2005노265호), 상고하여 대법원 재판(2006도2783호) 계속 중 상관살해죄에 관한 군형법 제53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바, 대법원은 2006. 8. 31. 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것) 제53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형법 제53조(상관살해와 예비, 음모)
① 상관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는 경우 위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법조로 한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적용할 수 없게 되므로 법원이 심리 중인 당해 사건의 재판의 주문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제청신청인에 대한 처벌조항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닌 다른 법률조항, 예컨대 형법 상 단순살인죄로 적용법조를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이 있는 경우에도 당해 사건의 재판의 이유가 달라지게 되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의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 원칙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지만,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형벌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 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은 것이 명백하다면, 그러한 입법의 정당성은 부인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반하여 위헌적인 법률이 될 것이다
(2)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관을 살해한 경우 그 동기와 행위태양이 어떠한가를 묻지 아니하고 그 죄질을 동일하게 평가하여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는바, 상관을 살해한 책임이 아무리 중대하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동기와 행위태양의 범죄를 동일하게 평가하여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가) 우리 형법은 사람의 생명을 박탈한 고의적인 살인범을 고살과 모살의 구분없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에게 범행의 정상과 범죄인의 죄질을 참작한 후 탄력적으로 형을 선택하여 선고하고 작량감경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폭넓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고, 존속살인의 경우에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군형법 상 초병살해의 경우에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비교 교량해 보면 평시에 일어난 군대 내 상관살해를 그 동기와 행위태양을 묻지 아니하고 무조건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형벌체계 상의 정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범죄의 중대성 정도에 비하여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형벌이고, 형사정책적인 관점에서 보거나 작금의 세계적인 입법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적정한 형벌의 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예방적 차원에만 치중한 전근대적인 중형위주의 가혹한 응보형주의에 따른 입법규정은 될 수 있지만 범죄인의 교육개선과 사회복귀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취지에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군대 내 명령체계유지 및 국가방위라는 이유만으로 전시인지 평시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가해자와 상관 사이에 명령복종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상관을 살해하기만 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법관이 작량감경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법정형 자체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작량감경 제도의 존재만으로 그러한 흠결이 치유되는 것이라 보기 곤란하다.
(다) 상관폭행, 상관상해 등 다른 군형법 조항이 적전인 경우와 기타의 경우로 구분하여 법정형을 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관살해 역시 적전인 경우와 기타의 경우, 또는 전시와 평시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적전이 아니거나 평시의 경우 그 동기와 살해에 이르게 된 정황, 살해방식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 양형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상관살해에 대하여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군형법상 상관살해에 대하여 일반 살해죄에 비하여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둔 국가조차 찾기 어려운바, 비록 남북한 대치상태가 존재하는 특수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군의 기강과 전력은 법정형의 위하(威嚇)적인 효과만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한 법제를 더 이상 유지시킬 실익이 적다고 할 것이다.
또한, 법정형을 사형으로 한정한 것이 지니는 강력한 심리적 위하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이 구체적인 정황에서 상관살해행위를 어느 정도 배제시키는 일반예방 효과를 지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며, 범행동기와 죄질에 무관하게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정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반한다.
(3)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중대성 정도에 비하여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체계 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 재판관 조대현의 헌법불합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대의 지휘계통과 명령계통을 확립하여 국가방위라는 특수사명의 달성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나, 피살자가 명령권을 가진 상관인 경우와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계급자나 상서열자인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상관살해가 적전에서 이루어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도 아니한 채, 모두 “상관살해”에 포괄시켜 사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최고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범죄의 책임과 형벌은 비례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아니하고,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을 아울러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그 구분은 국회의 몫이므로, 전체적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개선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
※ 재판관 김종대의 각하의견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요지는 상관살해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고 법정형이 사형밖에 없어 사형선고를 피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제청법원이 원심법원의 사형선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위헌제청한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적용될 법률조항만을 달리하여 여전히 사형선고를 유지할 것이고,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법률의 위헌제청 없이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형이 선고되지 않도록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은 심판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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