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6일 화요일

[판례]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 위헌확인(합헌)[2002.10.31,99헌바76, 2000헌마505(병합)]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 위헌확인(합헌)[2002.10.31,99헌바76, 2000헌마505(병합)]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京一 재판관)는 2002년 10월 31일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모든 의료기관을 보험급여의 제공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소위 保險醫)으로서 강제로 지정하는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및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1) 99헌바76 사건


청구인은 대장항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서울에서 외과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자인데, 의료보험요양기관의 지정신청을 하지 않고 의료보험 피보험자에게 보험수가가 아닌 일반수가로 진료를 하는 등 민원을 야기하자, 의료보험연합회는 1998. 2. 10. 청구인에게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신청을 하도록 촉구하였고, 청구인이 이를 거부하자 의료보험연합회는 같은 달 25. 구 의료보험법 제32조에 의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의료보험연합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위 요양기관지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위 행정소송의 진행 중 의료보험요양기관을 강제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 제4항, 제5항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규정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1999. 7. 28. 이를 기각하자 1999. 8.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0헌마505 사건


청구인 김○철은 김○철 산부인과병원을, 노○희는 서울백제병원을, 이○은 서울성심병원을 각 운영하고 있는 의사들이고 한○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의사이다.


청구인들은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을 당연히 요양기관으로 간주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직업행사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0. 8. 1.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의료보험법(1994. 1. 7. 법률 제4728호로 제정되어 1999. 2. 8. 법률 제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1항, 제4항, 제5항 및 국민건강보험법(1999. 2. 2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되어 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것) 제40조 제1항이고, 그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의료보험법 제32조(요양기관의 지정) ① 제29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가 이를 정한다.

②, ③ 생략

④ 보건복지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에 대하여 요양기관을 지정하게 할 수 있다.

⑤ 제1항 또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 및 약국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요양기관) ① 요양급여(간호 및 이송을 제외한다)는 다음 각호의 요양기관에서 행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 또는 국가시책상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등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기관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1.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

2. 약사법에 의하여 등록된 약국

3. 지역보건법에 의한 보건소·보건의료원 및 보건지소

4. 농어촌등보건의료를위한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설치된 보건진료소

② 내지 ④ 생략


3. 결정이유의 요지


(1) 구 의료보험법 제32조는 의료기관 및 약국에 대해서는 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가 요양기관으로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는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기관, 약국, 보건소 등을 '요양기관'으로 간주하여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제도는 모두 의료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에 의하여 강제로 요양기관으로서 지정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강제지정제를 의미하며, 단지 그 지정이 보험자의 지정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법률에 의하여 직접 이루어지느냐의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아래에서는 양자를 구분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통합하여 그 위헌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2) 국가가 의료보장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질병·부상에 대하여 적정한 요양급여를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수의 의료기관과 약국을 확보해야 한다. 이 사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목적은 법률에 의하여 모든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체계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요양급여에 필요한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이를 통하여 피보험자인 전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3)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서 강제로 지정하는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이라는 직업의 선택을 금지하거나 직업에의 접근 자체를 봉쇄하는 규정이 아니라 의료인이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직업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가 공익실현을 위해서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되며 개인의 기본권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만큼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을 준수해야 한다.


(4) 강제지정제는 사회보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현 의료보험체계의 기능을 확보하고 피보험자인 전 국민에게 원활한 보험급여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모든 의료기관을 보험급여의 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위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정성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5) 이 사건의 경우, 입법자가 강제지정제를 채택한 것은 첫째, 의료보험의 시행은 인간의 존엄성실현과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위하여 헌법상 부여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 이를 위한 모든 현실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루어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규범적 인식, 둘째, 우리의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약 10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을 의료보험체계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 의료보험의 시행을 위해서는 불가피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가는 이미 1977년 계약지정제를 일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는데, 그 당시 지역적·진료부문별 의료공백이 크게 발생하였으며 지정수가제 등을 이유로 다수의 의료인이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거부하는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하였는바, 이러한 '현실화 된' 우려가 강제지정제로 전환하는 직접적인 계기로서,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당시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제도 유지의 근거로 각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계약지정제를 취하는 경우 의료보장이란 공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6) 그렇다면 '국가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면서 일정 비율의 의료인에게 강제지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강제지정제가 실현하려는 의료보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일정 비율의 의료기관에게 일반의(一般醫)로서 진료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공급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살아 남기 힘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편입되기를 원할 것이고, 보다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에서 벗어나 일반의로서 활동하게 되리라는 점이 쉽게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진료는 결국 2류 진료로 전락하고, 그 결과 다수의 국민이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일반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중산층 이상의 건강보험의 탈퇴요구와 맞물려 자칫 의료보험체계 전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강제지정제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보장체계의 원활한 기능확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고, 입법자의 이러한 예측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7) 살피건대, 요양급여비용의 산정제도가 의료행위의 질과 설비투자의 정도를 상당한 부분 반영하고 있고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행위를 비급여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바, 현재의 의료보험수가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하에서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통하여 개인의 직업관을 실현하고 인격을 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포괄적인 제한에도 불구하고 강제지정제의 범주 내에서 가능하면 직업행사의 자유를 고려하고 존중하는 여러 규정을 갖추고 있으므로, 강제지정제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고,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개발에 부응하는 진료수가의 조정을 통하여 시설규모나 설비투자의 차이, 의료의 질적 수준의 다양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며, 의료인에게 의료기술발전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신 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강제지정제가 의료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거나 보험급여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민간의료기관이 의료보험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8) 이 사건 강제지정제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지에 관하여 본다면,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하여 보장되는 급여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서 법이 정한 기준의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은 의료보험의 기능확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행해지는 것으로서,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9) 이 사건 강제지정제가 평등원칙에 위반되는가에 관하여 본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시설·장비·인력·기술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요양기관으로서 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양급여의 비용산정과 비급여의 가능성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함으로써, 모든 의료기관의 일률적인 강제지정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반대의견(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성의 위헌의견)


○ 직업수행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한되는 방식과 정도에 따라서는 그 직업의 선택을 무의미하게 하여 그 직업의 본질을 해치는 경우가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그 제한은 위헌이 되는 것이다. 의사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때문에 법이 정한 일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치료를 하게 마련이고, 자기의 배우고 연구하고 익힌 바에 따라 소신껏 치료를 하기 어렵다면, 의사라는 직업의 보람과 본질은 결정적으로 훼손된다.


○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관료제도와 결합하게 되면 관료제도의 속성상 그 관리기구는 점점 방대하여지고 그 권한은 점점 더 커지며 그 비용은 날로 늘어나는 폐단을 일으키기 쉬워서 양질의 의료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데 기여한다는 본래의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의료의 측면에서 보면 부수적이라고 할 인사, 조직, 처우, 노사 등의 문제 처리에 영일이 없게 된다.


○ 다수의견은 충분한 숫자의 공공의료시설이 확보될 때까지는 강제지정제를 채택해야 하고 장차 공공의료시설이 충분히 확보되면 그때 가서 계약지정제를 채택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의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먼저 공공의료시설의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하고 그러면서 단계적으로 그 정도에 맞추어 의료보험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였어야 할 것이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일의 순서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 결국,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첫째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이로써 문화의 발전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그 채택이 주저되는 수단이고 둘째로 획일적 통제제도의 비효율성에 비추어 그 제도의 장기적 성과가 상대적으로 의심되는 수단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심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기본권 제한의 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수단의 적정성을 결한다는 결론을 짓게 하며, 따라서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