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6일 화요일

[판례]구 병역법 제71조 제1항 단서 위헌소원(합헌)(2002.11.28,2002헌바45)

 

구 병역법 제71조 제1항 단서 위헌소원(합헌)(2002.11.28,2002헌바4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 재판관)는 2002. 11. 28.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구 병역법 제71조 제1항 제4호에 관련되는 같은 항 단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67. 5. 12.생으로서 1987. 3.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다음, 1987. 4. 1. 관계법령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의 병적에 편입되었고, 1988. 8. 10. 현역병입영대상자가 되었는데, 1995. 8. 23. 의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위 병적에서 제적되었다. 청구인은 현역병으로 입영하여 1997. 3. 14. 입영신체검사를 받은 결과 신체등위 7급(재신체검사)의 판정을 받았고, 1997. 7. 2. 재검사에서 다시 신체등위 7급의 판정을 받았다.  한편 청구인은 1997. 10. 15. 재검사에서는 신체등위 5급의 판정을 받았고, 이에 서울지방병무청장은 1997. 10. 21. 청구인에 대하여 제2국민역 편입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병무합동수사본부는 청구인에 대한 신체등위 5급판정에 관하여 담당군의관 등에게 청탁 명목의 금품이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 1999. 4. 6. 병무청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였다. 이에 서울지방병무청장은 1999. 4. 27. 청구인에게 위 신체등위 5급 판정에 기한 제2국민역 편입처분을 취소함과 아울러 1999. 5. 27. 신체검사를 받을 것을 명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인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에서는 여려 차례 이루어진 관련 법률의 개정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경우 의무사관후보생의 병적에 편입될 당시 시행되던 구 병역법에 규정된 징병검사의무 등의 연령상한인 30세를 초과하면 그 징병검사의무 등이 면제되는 동시에 보충역에 편입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 당시 이미 30세를 초과한 청구인에 대하여 신체검사를 받을 것을 명한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위와 같은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서울지방병무청장이 불복·항소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청구인이 위 병적에 편입될 당시 시행되던 구 병역법 소정의 징병검사의무 등의 면제연령인 31세에 아직 이르지 아니한 상태에서 입법자가 여러 차례 법률개정을 통하여 그 면제연령을 36세로 상향조정하였는데, 이 사건 처분 당시 종전 법률에 관한 경과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개정법률의 적용을 제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처분 당시까지 아직 36세에 이르지 아니한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징병검사를 명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하면서, 위 제1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불복ㆍ상고하면서 대법원에 위와 같은 징병검사명령의 근거규정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대법원은 2002. 5. 6.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급입법금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 등을 위반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와 신뢰이익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2002아10). 이에 청구인은 2002. 5. 1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은 구 병역법 (1999. 2. 5. 법률 제5758호로 일부 개정되고, 1999. 12. 28. 법률 제60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1항 제4호에 관련되는 같은 항 단서 부분으로서, 그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병역법 (1999. 2. 5. 법률 제5758호로 일부 개정되고, 1999. 12. 28. 법률 제60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입영의무등의 감면) ① 징병검사·현역병입영 또는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는 31세부터 면제되며, 면제된 사람은 제2국민역에 편입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36세부터 면제된다.

제58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의무·법무·군종사관후보생의 병적에서 제적된 사람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우리 헌법상 국민의 국방의무와 입법형성권


(1) 국방의 의무는 외부 적대세력의 직 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로서, 현대전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인 점에 비추어 ①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②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③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하는 개념이다.(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2) 위와 같은 헌법규정과 우리 재판소의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국방의무를 부담하는 국민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국군의 구성원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이른바‘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 관련된 것으로서, ① 원칙적으로 국방의무의 내용을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입법자가 국가의 안보상황, 재정능력 등의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함에 필요한 범위내에서 결정할 사항이고(헌재 1999. 2. 25. 97헌바3, 판례집 11-1, 122), ② 예외적으로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 등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헌법 제76조 제2항에 근거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긴급명령을 통하여 결정할 수도 있는 사항이라고 보아야 한다.


(3) 한편,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그 목적이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고, 그 성질상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입법자 등의 입법형성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 대한 법률개정에 관련된 소급입법금지원칙의 위반


입법자가 징병검사의무 등의 상한연령을 규정함으로써 구체적인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입법을 하는 경우, 이를 과거에 시작되거나 완성된 사실관계 등을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헌법상 국방의 의무는 우리 국민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지속적으로 부담하는 것이고, 입법자는 이러한 국방의무의 내용을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으므로, 입법자가 새로운 입법을 하면서 그 시점 이후의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그 입법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국민들중 군복무에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는 것일 뿐이고, 과거에 시작되거나 완성된 사실관계 등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 대한 법률개정에 관련된 신뢰보호원칙의 위반


일반적으로 법률은 현실상황의 변화나 입법정책의 변경 등으로 언제라도 개정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접적인 병력형성에 관한 영역으로서, 입법자가 급변하는 정세에 따라 탄력적으로 그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함으로써 적정한 군사력을 유지하여야 하는 강력한 공익상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가 매우 넓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러한 영역에 관한 법률이 제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라.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 대한 법률개정에 관련된 평등원칙 위반


입법자가 여러 차례 병역법을 개정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기존 법질서에 대한 신뢰보호 필요성의 차이에 따라서 구체적인 징집대상자의 범위 등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이 병적에서 제적된 구체적인 시점에 따라서 실질적인 법률관계가 달라지는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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