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6일 화요일

[판례]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4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각하,2000헌바76)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4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

(각하)(2002.10.31,2000헌바7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權誠 재판관)는 2002년 10월 31일(목)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4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한 것이므로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00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교사로서 1981. 4. 28.에 청구외 김○중으로 하여금 '반파쇼 학우투쟁선언문' 및 '반외세 투쟁선언문'이라는 유인물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그 정당성을 알리는 내용을 추가하여 이를 서강대학교에 살포하게 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인 북괴 및 국외공산계열의 활동을 고무, 이에 동조함과 동시에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 및 시위를 선동하였다는 혐의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및 국가보안법위반의 각 죄로 기소(서울형사지방법원 81고합606호)되어 1981. 11. 9.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고 1982. 3. 18. 서울고등법원의 청구인의 항소기각 및 청구인의 상고포기로 위 판결이 같은 달 20일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00년 초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4조 제1항에 의거하여 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서울지방법원 2000재고합7)하였는데 「위 특별법 제4조 제1항에서 특별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헌정질서파괴범죄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위 두 종류의 행위를 통틀어 이하 5·18민주화운동이라 부른다)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라 함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1981. 1. 24. 까지에 있었던 5·18민주화운동의 행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이 사건 행위는 그 이후에 있었던 것이라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이유로 2000. 6. 1. 재심청구가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재심청구기각결정에 대하여 항고(서울고등법원 2000로6)하고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4조 제1항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2000초254)을 하였으나 2000. 9. 8.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이 평등권,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2000. 10. 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심판대상은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1995. 12. 21. 법률 제5029호로 제정된 것, 이하 '특별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이하 '문제조항'이라 한다)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별법 제4조 (특별재심) 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제2조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군사법원법 제469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3. 결정이유의 요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판을 다투는 것일 때에는 원칙으로 부적법하여 허용되지 않는다(헌재 1999. 11. 25. 98헌바36, 판례집 11-2, 529, 536 ; 2000. 8. 31. 99헌바98, 판례집 12-2, 225, 231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면 청구인의 행위가 5·18민주화운동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 특별법에 의한 재심청구를 기각한 당해사건의 재판이 부당하다고 청구인은 다투면서 그러한 부당한 재판은, 청구인의 행위가 5·18민주화운동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법원이 문제조항의 해석을 잘못한 데서 유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조항이 규정하는 5·18민주화운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은, 법원이 특정 행위, 즉 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에 대한 사실인정 및 평가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그 행위가 문제조항이 규정하는 범위에 들어가는가 여부를 재판함에 있어서 내리게 되는 문제조항의 법률해석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법률해석은, 그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한 또한 그 해석이 다른 해석을 불용(不容)할 정도의 확고함을 지니고 법률규정 자체의 의미로 사실상 고착된 것이 아닌 한, 재판의 당부문제에 원칙적으로 흡수된다.


그런데 청구인은, 문제조항이 규정하는 5·18민주화운동에 청구인의 행위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문제조항의 법률해석을 잘못하여 재판을 잘못한 것이고 이러한 재판의 잘못은 평등권의 침해 등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재판이 가져오는 결과를 헌법의 관점에서 다투는 것으로서 결국은 재판의 당부에 대한 다툼으로 귀착될 뿐이지 직접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청구인은 문제조항의 모호성 등 법률규정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하지도 않거니와 그러한 위헌적 요소의 존재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으로서는 부적법함을 면할 수 없다.


※ 재판관 권성,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요지


(1) 청구인의 주장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주장의 이면에는, 문제조항의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느 시기의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를 일반 국민이 쉽게 예측할 수 없고 또한 이로 인하여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이 우려되므로 문제조항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가 내재되어 있음을 능히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주장이, 단순히 법률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 아니고 법률적용의 시적(時的)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게 하는 법률조항 자체의 불명확성을 문제삼아 그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으로서 적법하다.


(2) 형사처벌규정에 대하여 그 준수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은 무고한 형사처벌의 멍에를 벗겨주는 특별법의 재심규정에 대하여도 그 준수가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 형사절차에서의 재심에서는 재심사유에 관한 규정이 법의 본질부분을 형성하지만 이 사건 특별법에서의 재심절차에서는 그 대상자의 시적 범위를 정하는 규정이 법의 본질부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은 1979. 12. 12. 이후부터 1993. 2. 24. 이전까지라는 시간적 흐름 속에서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는 시간적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운동에 가담한 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하 관련자라고 부른다)의 분포 또한 시간적으로 같은 범위에 걸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자들에 대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하는 문제조항은, 이 운동의 속성 즉, 한시성, 흐름성, 의미의 변화 등을 감안하여 볼 때, 관련자들의 시적 범위를 분명히 법에서 규정하거나 최소한 그 기준이라도 규정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조항은 그러한 규정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이 운동의 시간적 경과에 따른 의미의 변화를 각양각색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나름대로 시간적 범위를 설정하는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은 법규정이 명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문제이고 그 불명확의 정도는 입법의 미비 내지 책임전가의 정도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특별법의 입법목적, 문제조항의 입법취지, 특별법 제2조 및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을 연관하여 고찰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의 행위가 5·18민주화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아내기 어렵고, 대법원의 판례에 나타난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서도 그 시적 범위를 명확하게 알아낼 수 없다. 그러므로 건전한 양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 어느 시기의 행위가 5·18민주화운동에 해당되는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문제조항은 5·18민주화운동의 시적 범위를 모호하게 하였기 때문에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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