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7일 수요일

[판례]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 위헌확인(각하)(2002.10.31,2002헌마520)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 위헌확인(각하)(2002.10.31,2002헌마520)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 재판관)는 2002년 10월 31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2002년도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을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변경하는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1) 특허청은 2000. 6. 27. 변리사법시행령을 개정하여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을 종래의 '상대평가제'에서 일정 점수(매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소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면서(위 시행령 제4조), 부칙 제1항 단서에서 제1차시험 절대평가제를 2002. 1. 1. 이후부터 시행하기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2002. 1. 9.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공고를 통하여 제1차시험을 같은 해 3. 31. 절대평가제로 시행하기로 공고하였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8일이 지난 2002. 1. 17. 특허청은 이미 발표한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공고를 취소하면서 제1차시험을 다시 상대평가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리사법시행령 개정공고를 발표하였고, 2002.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를 개정하여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을 다시 상대평가제로 환원하였다(위 시행령 제4조 제1항).


이어서 특허청장은 위 시행령을 개정한 바로 다음날인 2002. 3. 26. '제1차시험을 2002. 5. 26. 상대평가제로 실시한다'는 내용의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을 새로이 공고하여 예정대로 제1차시험을 시행하였으며, 2002. 7. 26. 고득점자순에 따라 1,047명의 제1차시험 합격자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절대평가제에 의할 경우 합격대상자인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자 중 689명은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2) 청구인들은 2000. 6. 27. 변리사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02년도 변리사시험이 절대평가제로 시행되리라는 것을 믿고 변리사시험을 준비한 사람들로서,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에서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하고도 상대평가제의 실시로 인하여 합격자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2002. 3. 25. 개정된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신뢰이익,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위 시행령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고자 2002. 8.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변리사법시행령(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변리사법시행령 (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시험합격의 기준) ①제1차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중에서 시험성적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전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②제2차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다만,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가 제2조제2항제4호의2의 규정에 의한 최소합격인원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매과목 40점 이상을 득점한 자중에서 전과목 평균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③제2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합격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동점자로 인하여 최소합격인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동점자 모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이 경우 동점자의 점수계산은 소수점 이하 둘째자리까지 계산한다.


변리사법시행령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조 (시험합격의 기준) 제1차시험 및 제2차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부칙

①(시행일) 이 영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4조의 개정규정은 200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이 사건의 경우, 2002.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가 개정되어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이 다시 상대평가제로 환원되었고, 그 다음날인 3. 26. 특허청은 '2002년도 변리사시험 제1차시험 합격자를 상대평가제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하였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2002년도 변리사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위 시행계획이 공고될 무렵 아니면 늦어도 응시원서의 교부 및 접수기간인 4월 중순 경에는 시행령의 갑작스런 개정으로 인하여 절대평가제의 실시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2002. 4. 중순경으로부터 60일이 지난 2002. 8. 3.에 청구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한다.


※ 재판관 김영일의 보충의견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으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을 필요로 하는 쟁점이 있다면, 이를 명백히 해 주는 것이 앞으로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부는 2000. 6. 27. 변리사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종전에 상대평가제로 시행되던 제1차시험을 2002년도부터 절대평가제로 시행하도록 변경하고 이를 공포하였다. 국가가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제1차시험의 합격기준을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변경한 것은 합격의 실질적인 기준을 변경하겠다는 규범적 표현이며, 구체적으로는 종래 실시된 변리사시험의 평균적인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응시자가 매과목 과락을 면하고 전과목의 평균이 60점에 이르는 성과를 보이는 경우 제2차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


○ 2000. 6. 27. 개정된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는 제1차시험에서 절대평가제를 도입함으로써 청구인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신뢰를 제공하였고, 부칙 제1항 단서에서 2002년도 변리사시험부터 시행할 것을 규범적으로 확약하였다.


변리사시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하고 장기간의 준비를 요하는 자격사 시험의 경우에 수험생들은 시험제도에 맞추어 각자 장기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게 되는데, 상대평가제로 제1차시험을 실시한 종래 수년간의 평균 합격선이 절대평가제를 시행하는 경우에 비하여 약 15 내지 20점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수의 수험생들이 제1차시험의 준비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험생들이 절대평가제의 시행을 신뢰하여 2000년 6월 이래 장기간 이에 맞추어 시험준비를 해온 상황에서 제1차시험 시행일 2달을 앞두고 갑자기 상대평가제로 전환한 것은 수험생들에게 시험준비에 있어서 엄청난 혼란과 신뢰의 손상을 가져왔음에 틀림이 없다. 절대평가제를 규정하는 법적 상태가 단시일 내에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리라고 믿고 시험준비를 한 청구인들의 신뢰는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 있는 신뢰이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이러한 신뢰이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은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에 대한 손상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도 미약하다. 다시 상대평가제를 도입한 것은, 제1차시험을 계획대로 절대평가제로 실시할 경우 제2차시험의 대상이 크게 증가하여 주관식으로 시행되는 제2차시험의 채점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합격자발표가 지연되는 등 시험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인데, 시험관리의 용이함이란 결국 단순한 행정상의 편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러한 이익만으로는 개인의 기본권이나 신뢰이익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하는 공익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이 왜 이러한 이익이 반드시 2002년도부터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2002년도 변리사시험부터 절대평가제의 시행을 신뢰한 청구인들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신뢰이익과 법률의 개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이유를 서로 비교형량한다면,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 국가가 공익상의 이유로 다시 합격의 기준을 바꾸려고 한다면, 적어도 종래의 법적 상태를 신뢰하여 수험준비를 해 온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적정기간 동안 구시행령 규정을 계속 적용토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충분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갑자기 시험의 기준을 변경하고 경과규정도 두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호되는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국가는 앞으로 이와 같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령의 개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 점에 관한 헌법적 해명을 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므로 나는 이에 보충하는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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