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월요일

[판례]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 위헌소원(합헌)(2002헌바12)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 위헌소원(합헌)

(2002.12.18,2002헌바12)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 재판관)는 2002년 12월 18일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으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10,000,000원을 선고받고 항소 중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동 조항이 위헌이라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및 관련 규정


가. 심판의 대상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

제81조(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1. 2. 생략

3.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나. 관련 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

제82조(구제신청) 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그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구제의 신청은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계속하는 행위는 그 종료일)부터 3월이내에 이를 행하여야 한다.

제90조(벌칙) 제44조 제2항, 제69조 제4항, 제77조 또는 제81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이 사건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의 불성실한 태도에 따라서는 헌법상 명시적으로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바, 입법자는 이 사건 조항으로써 사용자에게 성실한 태도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에 임하도록 하는 수단을 택했다고 볼 것인데, 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말 것을 규정한 것일 뿐이고, 어차피 노사간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주어져 있는 것이므로, 결국 그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의미를 지닐 뿐이며, 이로써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고, 한편 이 사건 조항은 노동관계 당사자가 대립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헌법상의 근로3권 보장 취지를 구현한다는 공익을 위한 것인데 비해, 이로 인해 제한되는 사용자의 자유는, 단지 정당한 이유 없는 불성실한 단체교섭 내지 단체협약체결의 거부 금지라는 합리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의 기본권 제한에 그치고 있으므로, 법익간의 균형성이 침해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만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 거부 혹은 해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헌법이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 등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고, 그러한 권리가 사용자의 불성실한 단체교섭 태도로 인하여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차별이 자의적인 것이라거나 비합리적인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조항 위반시 동법 제90조는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형사처벌조항 자체는 청구인이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거나 이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형사처벌 조항의 위헌성에 관해서는 이 사건에서 판단하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제81조 제3호(이 사건 조항)와 이 조항에 위반한 경우를 처벌하는 동법 제90조 중 '제81조 제3호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처벌조항':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모두로 봄이 마땅하고, 그럴 경우에도 처벌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다.


청구인이 명시적으로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법률조항이 이 사건 조항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규범통제로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해 형사재판에 적용될 형벌법규의 위헌여부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위헌여부가 가려져야 할 심판의 대상은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이라 볼 것이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처벌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없는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그 해태로 인하여 유명무실해질 것을 막기 위하여 입법자가 채택한 수단이라고 볼 것이다. 물론 이 사건 조항의 실효성을 위해서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입법자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러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인데, 그러한 인식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재판관 주선회의 별개의견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섭의 거부나 해태와 같은 특정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며 그 위반시의 처벌조항은 따로 있다. 청구인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이 사건 조항을 다툴 이유가 없는 것이며, 처벌조항은 이 사건 조항과 필연적 연관관계에 있으므로 청구인이 착오로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켜야 마땅한 것이다.


나아가 처벌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금지할 것인지 어떠한 처벌을 가할 것인지는 입법부의 재량에 속한다. 그러나 범죄화는 개인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므로 형벌의 도입은 중대한 사회적 유해행위에 대하여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제재수단이 존재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없는 경우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의 준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형사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이미 다른 의무이행 확보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즉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동법 제82조 등), 확정되지 않은 구제명령도 그 효력이 담보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한편 확정된 구제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이와 별도로 형사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처벌조항은 확정된 구제명령에 위반한 경우의 위 처벌규정과 중복적인 것이 될 수 있어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형사처벌 조항을 찾기 어려운바,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은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자율적 관계에 관한 문제이며, 단체교섭권을 부여한 헌법의 과제는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근로3권이란 법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일차적으로 달성될 수 있고, 노사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 행정적 구제제도 내지 행정질서벌과 같은 구제수단을 통하여 대응할 수 있지만, 형벌적인 제재방법까지 동원하여 노사관계의 한쪽 당사자인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다. 또한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라는 구성요건은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서는 매우 애매하고 추상적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행정제재의 수단으로서 형벌이 남용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행정상의 의무이행확보라면 행정목적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그 제재수단도 가능하다면 형벌이 아닌 행정질서벌 등의 수단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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