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1일 목요일

[판례]혈액제제조사위원회 역학조사 위헌확인(각하)(2004.08.26,2003헌마505)

 

혈액제제조사위원회 역학조사 위헌확인(각하)(2004.08.26,2003헌마50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全孝淑 재판관)는 2004년 8월 26일(목)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청구인을 비롯한 혈우병 환자의 HIV 집단감염사건과 관련하여 질병관리본부의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가 염기서열조사분석을 실시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실행한 것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에 대하여 위 역학조사는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아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혈우병 환자로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청구외 주식회사 녹십자가 제조한 제9인자혈액제제인 훽나인을 투여받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라고 한다)에 감염되었고, 이 무렵 청구인 이외에도 다수의 혈우병 환자들이 위 훽나인을 투여받고 HIV에 감염된 바 있다고 주장한다.


나. 이러한 HIV 집단감염사건과 관련하여, 구 국립보건원(2003. 12. 18. 대통령령 제18163호로 보건복지부와그소속기관직제가 개정되면서 질병관리본부로 개편됨)은 1994년에 이어 2002년 9월 제2차로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조사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역학조사를 시행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조사위원회가 이러한 역학조사를 함에 있어 이 사건의 감염원인에 관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정확한 방법인 감염원과 혈우병환자들의 염기서열에 대한 조사분석연구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위와 같은 부실한 역학조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알권리, 평등권, 보건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2002. 9. 질병관리본부가 위촉한 위원으로 구성된 이 사건 조사위원회가 청구인을 비롯한 혈우병 환자들의 집단 HIV감염사건과 관련하여 염기서열조사분석연구를 시행하지 아니한 채 역학조사를 실행한 것(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수단이므로, 공권력의 행사를 대상으로 하는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적어도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되는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바, 행정상 사실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이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여야 한다(헌재 1993. 7. 29. 89헌마31, 판례집 5-2, 87, 105, 헌재 1994. 5. 6. 89헌마35, 판례집 6-1, 462, 485 참조).


그리고 일반적으로 어떤 행정상 사실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관여 정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강제수단의 발동 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4. 5. 6. 89헌마35, 판례집 6-1, 462, 485-486).


나. 이 사건 역학조사는, 1990년대 초 국내 혈우환자의 집단적 HIV 감염이 문제되어 구 국립보건원에서 혈액제제 안전성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역학조사를 한 것에 이어, 그 당시 혈우환자의 HIV 검사결과 국내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감염이라고 주장하는 국내학자의 외국잡지에 실린 논문이 2002. 9.경 신문에 보도되면서 사회문제가 되자 피청구인이 구성한 이 사건 조사위원회에 의하여 2002. 9.부터 2004. 2.의 기간 동안 실시된 것으로서, 이는 국산 혈액제제 투여로 인한 혈우병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 여부와 감염경로 혹은 감염원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이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역학조사의 경위, 이 사건 역학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조사활동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역학조사는 피청구인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 지위를 그에게 불리하게 변화시키기에 적합해야 하며, 공권력의 행사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청구인에게 아무런 부담을 가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은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역학조사는 국산 혈액제제 투여로 인한 혈우병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한 사실행위로서 직접적으로 청구인의 권리의무에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볼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역학조사는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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