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지정에 따른 손실미보상 사건(합헌)
[2003.04.24,99헌바110, 2000헌바46 (병합)]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宋寅準재판관)는 2003년 4월 24일(목), 국립공원의 지정에 따른 토지재산권의 제한에 대하여 손실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구 자연공원법 제4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1) 1983. 4. 2. 당시 주무부서인 건설부장관(이후 주무부서가 '내무부'로 바뀌었다가 다시 '환경부'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은 구 자연공원법 제4조에 따라 청구인들 소유 토지를 포함한 북한산 일원의 지역을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실보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동 소송이 계속중 국립공원지정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들 소유의 토지에 대한 사권의 행사가 실질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구 자연공원법 제4조는 사유토지에 대한 국립공원지정처분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아무런 보상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한편, 이 사건 심판청구 후 구 자연공원법은 2001. 3. 28. 법률 제6450호로 전문개정되어(이하 전문개정전의 법을 "구법", 전문개정 후의 법을 "신법"이라 한다) 제4조와 관련하여 그 내용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즉, 공원구역의 '폐지' 또는 '구역변경'에 관한 규정(신법 제8조, 신법시행령 제4조), 공원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공원사업에 들어가는 토지 등에 대한 소유권 등 권리의 수용ㆍ사용과 이에 대한 '손실보상' 및 '환매권' 규정(신법 제22조, 신법시행령 제16조), 협의에 의한 토지 등의 매수에 관한 규정(신법 제76조)과, '매수청구권' 규정(신법 제77조ㆍ제78조, 신법시행령 제43조ㆍ제44조) 등이 신설되었다.
2. 심판의 대상
자연공원법(2001. 3. 28. 법률 제6450호로 전문개정되기 전)
제4조(국립공원의 지정) ①국립공원은 환경부장관이 지정한다.
②환경부장관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지정을 하고자 할 때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관할도지사의 의견을 들은 후 국립공원위원회와 국토건설종합계획법 제7조의 규정에 의한 국토건설종합계획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헌법불합치 의견
(1)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주장은 국립공원지정처분으로 말미암은 청구인들의 손실 또는 손해는 "보상규정을 결여하여 위헌인" 구법 제4조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법에서 앞에서 본 여러 가지 '보상적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이 당해사건에서 구하는 바는 국립공원지정 자체에 따른 재산권제한에 대한 금전보상이 주된 핵심이고, 위와 같은 보상적 조치를 내용적으로 담고 있는 신법 제4조에 대한 헌법적 평가와 아무런 보상규정이 없는 구법 제4조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으므로, 구법 제4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은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2) 본안에 대한 판단
(가) 토지재산권에 대하여는 강한 사회성ㆍ공공성으로 인하여 다른 재산권에 비하여 보다 강한 제한과 의무가 부과될 수 있으나, 토지재산권에 대한 제한입법 역시 다른 기본권에 대한 제한입법과 마찬가지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인 사적유용성(私的有用性)과 원칙적인 처분권(處分權)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나) 국립공원구역지정 후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칙적인 경우의 토지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현상태의 유지의무나 변경금지의무는, 토지재산권의 제한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과 토지재산권의 침해의 정도를 비교해 볼 때,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를 원칙적으로 종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규율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입법자가, 국립공원구역지정 후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거나 토지를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이 공원구역내 일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가혹한 부담을 부과하면서 아무런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첫째, '자연보존지구'는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으므로, 토지소유자가 산림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된다. 따라서, 토지소유자에게 그의 토지가 단지 명목상으로만 귀속되었을 뿐 실제로 사익을 위해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공익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면, 사실상 토지와 소유자와의 귀속관계가 단절되어 토지의 사적 효용성이 폐지되었고 이는 곧 국민이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야생식물의 채취 등 부분적으로나마 사적 효용을 가능하게 하는 허가규정을 삽입하고 국가가 허가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손실을 보상하는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토지소유자의 가혹한 부담을 완화하거나, 아니면 원시적 자연상태대로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면 입법자는 토지소유자의 사적 효용성을 배제하는 대신 그에 대한 보상규정을 두어야 한다.
둘째, 토지소유자가 공원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영림(營林)을 목적으로 그 당시의 법질서에 따라 조림·육림을 통하여 토지상황을 적극적으로 형성한 경우에는 입법자가 보상없이는 박탈할 수 없는 재산권적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연보존지구 안의 토지를 이미 농지나 대지로 합법적으로 이용한 경우에도 구역지정으로 인하여 종래의 용도대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는 특별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자연환경지구' 안에 위치하는 '나대지'의 경우에도 기존 건축물의 증축·개축만 허용될 뿐 신축을 할 수 없으므로, 토지관련 공부에 지목이 대지로 되어 있고 지정 당시 이미 나대지로 형성되어 토지의 현상도 지목과 일치한다면, 나대지의 소유자에게는 구역지정으로 인하여 토지의 이용이 사실상 폐지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상없이는 박탈할 수 없는 재산권적 지위를 토지소유자에게 인정해야 한다.
(다) 결론적으로, 구법 제4조는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지정 당시에 행사된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한 이른바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제약을 비례의 원칙에 합치하게 합헌적으로 구체화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나, 예외적으로 종래의 용도대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적 효용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 이러한 부담은 법이 실현하려는 중대한 공익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과도한 부담이므로, 이러한 한도내에서 구법 제4조는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여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나.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자연공원법이 전문개정되어 구법은 폐지되고 신법이 시행되고 있고 한편 자연공원제도 및 그 지정제도는 동일하게 신법에서도 존속하고 있으므로, 구법 제4조는 폐지되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지만 그에 근거한 자연공원지정처분의 효력은 여전히 신법하에서도 유지되고 있고, 이 지정처분의 근거법률은 신법 제4조이며 이 지정처분에 관계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신법만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 사건 및 당해사건에서 적용되는 법은 구법 제4조가 아니라 신법 제4조임이 분명하다.
또한, 이 사건에서처럼 헌법소원의 계속중에 법률이 개정되었고 그 개정의 전후를 비교할 때 조문의 내용이 동일하여 신ㆍ구의 조문간에 동일성이 인정되는 때에는 당사자의 명시적인 반대의사가 없는 한 심판대상조문은 당연히 신법조문으로 변경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법은 매수청구권 등 보상적 조치에 관한 일부규정을 신설하였지만 금전적 보상의 길을 열어놓지 않은 점은 구법과 마찬가지이고, 비록 매수청구권 등 보상적 조치에 관한 일부규정이 신설되어 위헌성이 다소 완화되긴 하였지만, 금전적 보상의 길을 막아놓은 채 자연공원을 지정하는 것은 여전히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다.
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의 각하의견
청구인들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후에 구법이 위헌적일 수 있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하여 법이 개정되어 매수청구권 등 보상적 조치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이들 조항은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그러므로 이로 인하여 심판대상인 구법 즉 매수청구권 등 보상적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의 국립공원지정에 관한 근거규정인 구법 제4조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
한편,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금전적 보상조치가 없는 국립공원지정처분이 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되어 국회에서 현행법상의 보상적 조치 외에 금전보상과 같은 추가적인 보상조치를 입법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문개정되기 전의 법률인 구법의 개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정된 현행법률의 개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 이 또한 개정 전의 법률인 구법 제4조의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근거가 되지 아니하며, 구법 제4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개정되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법률을 다시 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 개선입법을 할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구법 제4조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각하되어야 마땅하다.
라. 결 론
이와 같이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의견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적법하므로 본안에 들어가 심판해야 하고, 그 중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의견은 구법 제4조는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것이고, 재판관 권 성의 의견은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신법 제4조가 되어야 하고 동 조항은 위헌이라는 것이며,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의 의견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는 것이어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법률의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여 합헌결정을 선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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