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4일 일요일

[판례]의료법 제5조 등 위헌확인(기각)(2003.04.24,2002헌마611)

 

의료법 제5조 등 위헌확인(기각)(2003.04.24,2002헌마611)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 재판관)는 2003. 4. 24.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외국 치의과대학을 졸업한 우리 국민이 국내 의사면허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새로이 예비시험을 치도록 하되, 다만 3년간의 유예기간만을 둔 의료법 제5조 본문 중 "예비시험" 부분 및 부칙 제1조 해당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개정된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공포 전에 필리핀의 대학교에서 치의학을 전공하기 위하여 유학을 갔다. 그런데 개정된 의료법 제5조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받은 자로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예비시험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동법 부칙 제1조는 이 규정은 동법 공포 후 3년이 지난 뒤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장차 외국(필리핀)의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동법 제5조에 따라 개정 전의 법에는 없던 "예비시험"을 새로이 거쳐야 하고, 동법 부칙 제1조가 공포 후 3년이 지난 때부터 일률적으로 동 예비시험을 시행하도록 한 것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 이유의 요지


(1) 해당 조항의 변천 및 이 사건의 쟁점


외국대학 (치)의과대학(이하 "의과대학"이라고만 한다) 졸업생이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의료법상의 요건은 점점 엄격해져 왔다. 1991. 12. 14. 법률 제4430호로 개정된 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보건사회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대학교를 졸업하고 해당 학사 학위를 받아 국내의 해당 국가시험에 합격할 경우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으나,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의료법은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받을 것을 국내의 의사국가 시험에 앞서 추가로 요구하였다.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의료법은 위 각 요건에 추가하여 예비시험 제도(2005년부터 시행)를 도입하였다.


(2)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예비시험 조항은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과 자질이 있음을 검증한 후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에서 수학한 보건의료인력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려는 것을 주된 입법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예비시험 제도는 학제나 교육내용이 다른 외국에서 수학한 예비의료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좀더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데 기여할 것임이 인정되므로 수단의 적정성을 갖춘 것이라 볼 것이며 예비시험 제도를 통한 자격검증보다도 덜 제약적이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입법수단도 상정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로서는 장차 시행될 예비시험이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외국 의과대학의 교과 내지 임상교육 수준이 국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국민의 보건을 위하여 기존의 면허시험만으로 검증이 부족한 측면을 보완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


그러므로 예비시험 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 여부


신뢰보호원칙의 위반여부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입법을 통해 실현코자 하는 공익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인들이 장차 치과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요건에 관하여 가진 구법에 대한 신뢰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이므로 보호가치 있는 신뢰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한편 청구인들에게 기존의 면허시험 요건에 추가하여 예비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여러 가지 면허제도상의 법적 규제에 추가하여 새로운 규제를 하나 더 부가하는 것에 그치고, 이러한 규제가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반면, 이러한 제도를 통한 공익적 목적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침해된 사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할 때 경과규정은 청구인들의 신뢰를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어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4) 평등권 침해 여부


경과규정이 3년간의 예비시험 유예기간만 정함으로써 그 기간 내에 국내 치과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모두 갖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청구인들에게 있어서는, 같은 외국 치과대학 졸업자 중에서도 예비시험의 유예를 받는 자와 받지 못하는 자 간에 차별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경과규정은 3년의 유예기간만을 두고 있지만 예비시험을 유예받는다 하더라도 국내 치과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가지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과 예비시험이 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예비시험을 유예받지 못하는 청구인들에 대한 차별이 헌법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3년간의 준비기간은 예비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 보장된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 이상의 경과규정은 입법정책적 효과를 장기간 유예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경과규정으로 인한 차별의 정도 및 입법목적 등을 고려할 때 경과규정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에서 3년간의 유예기간만을 둔 경과규정이 신뢰보호의 원칙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수의견에 반대하므로 이 점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개진한다.


가.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 여부


예비시험 제도 자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조항이 입법되기 전에 이미 외국의 치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청구인들에게 단지 3년간의 유예기간만을 두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청구인들이 장차 치과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요건에 관하여 가진 구법에 대한 신뢰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호가치가 있다.


국가의 면허시험 제도에는 일반적으로 입법자에게 상당한 입법재량이 허용되어야 하지만, 이 사건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특수한 요소들이 있으므로 그러한 입법재량의 한계는 엄격히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이미 기존의 면허시스템이 외국 대학 졸업자에 대하여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1994년 의료법에 의할 경우, 청구인들과 같은 외국 의과대학 재학생이 장차 국내 의사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의과대학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것이어야 하며, 졸업 후 그 외국의 면허를 취득하여야만 하고, 그 다음 국내 면허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외국 유학을 가려는 자들에게 이미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외국의 의과대학을 무사히 졸업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장차 외국의 해당 대학이 과연 국내의 인정 심사를 통과할 것인지도 불안한 상태에서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게 되며, 또한 졸업 후 그 나라의 의사면허 취득도 통상 외국인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인바, 이러한 중대한 제약에 추가하여 예비시험과 같은 또 다른 제약을 가하는 입법은 상대적으로 청구인들의 구법에 대한 신뢰를 더 강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외국의 의과대학 수학은 그 동기야 어떻든 통상 6년 이상의 장기간의 시간과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 그리고 개인적 노력을 요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그들 유학생들의 구법에 대한 신뢰는 되도록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이고, 공익적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은 이상 이미 국내를 떠난 자들에게는 새로운 제약을 유예하는 것이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부여하여야 마땅한 예측가능성 내지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셋째, 예비시험 제도는 현재로서는 그 범위와 난이도를 알 수 없어 해외에 가 있는 청구인들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유예기간 3년 후의 일률적인 예비시험 실시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은 외국의 의과대학을 졸업한 자에 대한 질적 검증을 좀더 하자는 것인데, 이미 국가시험제도가 존재하며, 해당 외국 대학에 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제도가 있고, 또한 외국의 면허취득까지 요구하고 있으므로, 예비시험이 아니면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의 질적 수준의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공익은 중대한 것이라거나 적어도 3년 뒤에는 긴요하게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비록 유예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인다면 예비시험 조항을 통한 정책적 효과가 더 지연되겠지만, 이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보호를 위하여 절실하지 않은 공익이 후퇴하여야만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침해된 사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할 때 경과규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신뢰보호원칙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예비시험 조항 제정 당시 외국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자들이 정상적으로 졸업할 수 있는 시기 동안에는 예비시험 조항의 시행을 유보하여야 할 것이다.


나. 평등권 침해 여부


경과규정은 단지 3년만의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예비시험 조항이 입법될 당시 이미 구법을 신뢰하여 외국의 의과대학에 수학 중이었던 우리 국민들 중에서도 예비시험을 유예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에 있어서 차별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외국 의과대학의 수업연한이 보통 6년간인데도 유예기간을 3년간으로 한 이유는 예비시험 제도의 효과를 보다 일찍 달성되기 위한 것이지만, 앞서 보았듯이 의료법상 국내 면허시험을 응시하기 위해서는 외국 대학 졸업생이 거쳐야 할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비시험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은 보충적인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예비시험 제도의 도입 목적은 단순히 국내 의사로서의 검증을 넘어서서 "국내 의료인의 수급조절"이란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러한 입법목적이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 사유가 될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런데 그러한 보충적 혹은 불확실한 입법목적에 비하여, 예비시험에 대한 제약된 유예기간으로 인하여 차별을 받게 되는 외국 대학 재학생들의 법익 침해는 적지 않다. 그들은 1994년법을 믿고 외국의 의과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며, 통상 외국 의과대학 입학은 복잡한 과정과 준비를 거치고 많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들에게 앞서 본 제약들에 덧붙여 다시 예비시험까지 치게 하는 것은 직업선택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을 가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예비시험의 유예혜택을 3년 내에 졸업하는 자에게만 주고 그렇지 못한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 것은,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비교집단이라 할 수 있는 외국 의과대학 재학생 간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공익상의 시급한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차별수단을 채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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