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등(기각,각하)
(2003.03.27,2001헌마11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權誠 재판관)는 2003년 3월 27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34034 판결, 대한민국이 1980. 11. 12.자 언론통폐합계획에 따라 청구인에게 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 언론통폐합계획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국회가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 등에 대한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공권력 행사에 대한 청구부분에 관하여는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이 있고, 위 입법부작위에 대한 청구부분에 관하여는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이 있다.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신문사업, 방송사업, 광고사업, 출판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데 그 사업의 일부로 1961. 1. 16. 동아방송의 설립인가를 받고, 1963. 1. 12. 무선국설치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4. 25. 방송국을 개국하였다.
나. 1980. 5. 17.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함과 동시에 정치전면에 등장한 이른바 신군부세력은 1980. 11. 12. 사회정화차원이라는 명분 아래 신문사, 잡지사의 통합 또는 폐쇄조치와 민간방송의 공영화 및 민간상업방송의 경영권 장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언론통폐합계획'을 수립하고 그 구체적 집행을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라 한다)에게 담당시켰고 보안사와 그 예하부대는 같은 날 전국에 있는 각 신문사와 민간방송의 경영주, 발행인 또는 대표자들을 일제히 보안사 및 예하의 지역보안부대로 소환 또는 연행하여 그들로부터 신문 및 방송사의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징구하기로 하였다.
다. 당시 청구인의 대표이사 회장 김○만과 대표이사 사장 이○욱은 1980. 11. 12. 17:30경 보안사로 연행된 뒤 그곳에서 그 요원인 홍○경으로부터 동아방송의 허가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과 방송의 기자재 일체를 포기하고 이를 한국방송공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각서 작성을 요구받고는 그 무렵 전국적으로 실시된 비상계엄 하에서 국회가 해산되고 과거의 권력층 인사와 정계의 고위인사들이 감금조사 및 재산환수를 당하며 많은 공직자와 언론인들이 강제해직되어 공포분위기가 무겁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개혁조치를 주도적으로 집행하던 보안사의 군인(軍人)요원들로부터 위압적인 강요를 받고는 만약 그 요구에 불응하였다가는 자신들의 신변에 어떤 위해가 가해지거나 청구인이 발행하는 동아일보마저 통합 또는 폐간될지 모른다고 외포된 나머지 보안사의 요구대로 각서를 작성, 교부하였다. 당시 청구인의 동아방송을 비롯하여 신문사, 방송사 등 45개 언론사의 사주 등이 유사한 내용으로 된 52장의 포기각서를 작성하였다.
라. 한편 각 방송사대표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보안사의 지시로 1980. 11. 14. 서울코리아나 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었고 청구인은 여기에 총무부장 조○성을 대표로 참석시켰다. 당시 참석한 방송사는 대부분 그 사주나 대표이사 등이 이틀전에 보안사 또는 지역보안부대에 연행되어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각서를 쓴 상태였다. 이 총회에서 당시 한국방송공사의 사장이자 한국방송협회장이었던 이○홍이, 사법인이나 개인이 신문이나 방송을 경영·지배하는 것은 공익에 배치되므로 이를 자율적으로 시정하겠다는 취지의 '건전언론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문' 문건을 낭독하고 총회가 이를 채택하였다.
마. 청구인은 위 각서와 결의의 내용대로 1980. 11. 20. 방송국 폐업신고서 및 무선국 폐지신고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고 이어 신군부의 지시대로 1980. 11. 29. 한국방송공사와의 사이에 송신소의 부지, 건물 등 부동산과, 음반, 방송용 기계기구 등의 유체동산 등을 양도하는 재산양도계약을 체결하여 한국방송공사에게 동아방송의 재산일체를 양도한 다음 1980. 12. 31.부터 1984. 11. 10.까지 8회에 걸쳐 한국방송공사로부터 합계 금 4,169,940,465원을 지급받았다.
바. 청구인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대한민국과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동아방송양도무효확인등의 소(90가합23169호)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고 항소심(서울고등법원 94나28163호)에서도 패소하고 상고(대법원 98다34034호) 또한 2001. 1. 16. 기각되어 패소가 확정되었다.
사. 이에 청구인은 아래 2.와 같은 심판대상에 대하여 2001. 2. 17.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다.
2. 심판의 대상
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 여부.
이 조항의 내용은 이러하다.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② 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34034 판결의 위헌 여부
③ 대한민국이 1980. 11. 12.자 언론통폐합계획에 따라 청구인에게 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
④ 언론통폐합계획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국회가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청구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한정위헌결정(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판례집 9-2, 842, 854-862)을 하여 그 위헌부분을 제거하면서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가 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위헌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그 위헌을 주장하는 이 사건 청구부분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나. 대법원판결에 대한 청구부분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그런데 문제의 대법원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위에서 본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이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한다.
다. 공권력 행사에 대한 청구부분
위 공권력 행사는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바,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리고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나(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 다만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되기 전에 있었던 이 사건에서의 공권력 행사와 같은 것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 9. 19.부터 기산하여 위의 청구기간을 준수하면 될 것인데(헌재 1995. 3. 23. 91헌마143, 판례집 7-1, 398, 414), 이 청구는 위 1988. 9. 19.로부터 180일이 지난 2001. 2. 17. 제기됨으로써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청구인은 대법원의 민사판결에 의한 구제를 신뢰하여 이 부분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니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사유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려워, 결국 이 부분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다.
라. 입법부작위에 대한 청구부분
이 사건의 경우 언론통폐합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배상 또는 전보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인정하는 헌법상의 명문규정은 찾아볼 수 없고, 나아가 청구인이 구제되지 않는 것이, 헌법해석상 청구인과 같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먼저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로 기본권이 침해되어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국가배상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고 의사의 흠결과 하자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구제하는 민법 규정 즉, 법률행위의 무효, 취소 등을 규정한 민법 제103조 내지 제109조 등이 이미 입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다.
※ 언론통폐합조치에 대한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언론통폐합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비록 도과되었지만 헌법질서를 유지, 수호하는 데 기여하는 헌법소원의 객관적 기능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므로 반드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고 따라서 이 소원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 본안에 대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은 국가의 공권력을 장악한 군부세력이, 비상계엄하에서 저항할 수 없는 공권력의 위력으로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언론매체인 방송국을 자진폐업의 형식으로 폐쇄한 것이므로 이는 명백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서 위헌임이 분명하다.
이 사건의 경우 방송국폐쇄의 근거가 된 이른바 언론통폐합계획이라는 것이 무슨 법률이나 긴급명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그 집행과정 또한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요건에 따라 처리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소유, 경영하는 중요한 매체의 하나인 방송국에 대하여 그 활동에 일부 제약을 가하거나 조직을 일부 축소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방송국 자체를 송두리째 폐쇄하여 버린 것으로서, 이것은 그 제한의 과잉 여부나 합리성 유무를 따질 것도 없이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전면적으로 침해하여 이를 박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방송국의 폐쇄는 헌법 제37조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한 정부가 군사조직의 하나인 국군보안사령부를 시켜 청구인을 강요하여 청구인이 경영하는 방송국을 폐업하도록 하고 방송사업과 관련된 청구인의 재산을 국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에 억지로 양도하도록 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위력으로 국가조직이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그의 재산권을 박탈한 것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재산양도의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대금의 지급 여부를 불문하고, 원하지 않는 처분을 강요하여 처분을 실현한다면 그 처분의 실현 자체가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되므로 이는 위헌임이 분명하다.
※ 입법부작위에 대한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전쟁이나 쿠데타 등 위난의 시기에 국가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또는 그 비호나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개인의 기본권침해가 있었고 이에 대한 구제가 통상의 법체계에 의하여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법부재적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헌법 제10조 제2문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근거로 하여 그 구제를 위한 의회의 특별한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고, 이 사건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으로서의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라는 것은,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문제를 규율하는 기존의 입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는 뜻으로 종래 사용하여 왔으나, 의회의 보호의무 내지 입법의무에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의무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계법률을 개정할 의무도 포함되어야 한다. 기존의 관계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기본권의 침해를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경우를 의회의 보호의무에서 제외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 피해구제에 관한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등의 관계규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이를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고, 오히려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등 기존의 관계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입법개선의무를 불이행하는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단되거나 위축되었던 헌정질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의회가 위난의 시기에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국민을 다시 통합하고 국가를 전진시키기 위하여 의회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것인바, 문제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이미 22년이 경과하였고 헌정을 중단시킨 세력의 집권이 종료된 날로부터도 이미 10년 이상이 경과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회가 아무런 특별입법이나 개정입법을 하지 아니한 것은 명백한 입법의무의 위반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의회의 입법의무 존재를 부인하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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