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위헌소원(합헌)(2004.06.24,2004헌바16)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2004. 6. 24. 후원금, 기탁금, 당비 등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정하고 있는 방법 이외에 음성적으로 정치자금의 수수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아니하고, 그 법정형이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에 대한 법정형보다 무겁다고 하더라도 이는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2. 8. 8. 실시된 영등포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입후보하였던 자로서, 그 후원회 등록전인 2002. 6. 25.부터 2002. 8. 3.까지 사이에 151회에 걸쳐 합계 72,217,777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기소되었고, 그 소송계속중에 공소사실에 적용된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에 대해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30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정치자금법(1997. 11. 14. 법률 제5413호로 신설되고, 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벌칙) ①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조 (기본원칙) ①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정치자금의 조달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고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 지고, 필연적으로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금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1인 1표의 기회균등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
나. 정치자금법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 등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방법을 개별 구체적으로 규정한 뒤, 제30조 제1항에서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의 위반 여부
(1) 우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이 정치자금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방법 이외의 모든 방법이라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으므로, 거기에는 불확정개념의 사용으로부터 오는 문언적 불명료성의 문제는 없다.
(2)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불법내용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검토해서는 확정할 수 없으나, 개별 형벌법규가 전부 독자적으로 구성요건을 정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므로 다른 법률조항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
(3) 어떤 사람이 정치자금을 수수함에 있어서 법적인 제한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법률의 부지’문제이지, ‘법률의 불명확성’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자금을 수수하고자 한다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방법대로 하지 아니하면 처벌된다는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명백하다. 그리고, 정치자금법의 각 개별조항에 의하면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방법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어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정치자금법이 허용하는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은 능히 인식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과 연관을 맺게 되는 사람은 위에서 말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보다는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본다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방법 이외의 것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의미로 씌어진 “이 법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 부분이 불명료하다고 할 수 없다.
라.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청구인은 정치자금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구성요건을 위반하였을 때의 법정형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인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을 정한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한다.
(2) 우선,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집단과 포괄적 금지규정을 위반한 집단이 하나의 집단 안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개별적 구성요건 위반과 포괄적 금지규정 위반은 그 불법의 실질이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하여야 한다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있어서, ‘같은 것을 다르게’ 처우하는 문제는 없다.
(3) 나아가, 포괄적 금지규정을 위반한 불법이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그 형벌이 더 중한가 하는 점을 살펴 본다.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개별적 금지 또는 제한의 위반보다는 아예 정치자금법의 규율영역 바깥에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함으로써 정치자금법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의 불법이 더 큰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악습 또는 병폐로써 정치자금이 문제되는 것은 각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자금을 밀실에서 주고 받으면서 정치권력과 금력이 야합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정치자금법 상의 구체적,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경우는 그 불법의 정도가 음성적 정치자금의 수수보다는 가벼운 것이 일반적이다.
(4)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법정형의 상한만을 더 중하게 규정해 두었을 뿐이므로,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 포괄적 금지규정위반의 불법이 매우 가볍다면, 법관에 의해 불법의 정도에 적합한 형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양형의 불균형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경우와 비교하여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마.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정의 의의
정치인 사이에 속칭 “떡값”이라고 불리워지던 음성적 정치자금의 수수행위를 규율하는 정치자금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확인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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