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2일 화요일
[연극] 백중사이야기
[연극] 백중사이야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고,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순수한 대화이며,
또한 그것이 객관적인 진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그 방법은 어떠한 것이어도 상관없는 것이리라.
더 나아가서 그 방식이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한 간접적인 삶의 투영일 때에는
그 감동의 깊이와 전파의 힘이 무엇보다 강하다고 새삼스럽게 느꼈다.
“백중사이야기”
특별한 하자가 없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은 국방의 의무로서 예외없이 군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연극의 대사처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존재의 인식도 없이 보낸 시간이라는 것은 약간의 비약이 있을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으로 치부하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기억조차 하기 싫은 시간,두번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시간으로 기억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무게를 강조하면서 약간의 과장을 덧붙여 술자리의 안주삼아 이야기하며 떠벌릴 정도로
인간의 각자는 간사하기도 하다.
그것이 “사람”아니던가?
배경의 설정이 군대와 군인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조용히 들여다 보면 비단 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사회의 구석구석에 구속과 계급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어디있던가?
군복과 계급이라는 구분을 대신한 사회적 지위 또는 명예와 자본력이라는 권위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한 갈등으로부터 진정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제대를 하면 되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출소를 하면되고,
누군가의 존재로부터 속박받는 사람은 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면 과연 끝나는 것인가?
나의 인식이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마도 해방은 더딜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되고, 삶은 나와 나이외의 것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나를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연극대사에도 말하듯이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원래의 그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지 않던가?
우리는 다시금 처음의 그 자리로 돌아 온 현실에 있으며,그러한 지금의 현실이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것이다.
제대후 우연히 거리에서 만주친 이병장과 정이병의 대화, 정이병의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는 이병장,
백중사의 그 이후의 불법적인 사건, 그로 인한 대대장의 불명예, 등등
“시간”이라는 것이 지나고보면 모두가 다시금 제자리로 되돌려지는 것들,
각자의 몫들로 분명히 남아 있다.
“백중사이야기”를 보고난 후의 지금의 내 몫은 “잃어버린 시간”으로만 기억되는 그 많은 것들이
엄연한 나의 일부로 살아있으며, 나또한 다시금 제자리로 되돌려진 것같은 나의 자각이다.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몫으로서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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