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2일 화요일

[전시] 난곡이야기 - 흘러간 시간과 공간,그러나 사라지지않는 것들..


[전시] 난곡이야기 - 흘러간 시간과 공간,그러나 사라지지않는 것들



“난곡이야기”

사진과 소설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전시,
하나의 수단만으로는 뭔가의 부족함이 오늘의 공통된 관념들인가..

사진과 회화의 결합인 “피에르 & 쥘”전뿐만 아니라 맘먹은 김에 한꺼번에 해치운
김영종의 “난곡이야기”는 사진과 소설을 결합한 형식이라나..

판소리체소설,무당체소설이 어떤 형식인지는 잘 몰라도
전시 공간의 붉은 벽면에 새겨진 소리들이 그들의 한(恨)임은 알겠다..

객관적인 도구인 “사진”만의 전달력을 보강해 주관적 설명인 “소설”을 곁들인 형식,
어찌보면 지나친 친절,또 어찌보면 주관적으로 무시당하는(?)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표현 형식은 작가의 특권이고,관객인 나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로 인해 느낄 수 있을 뿐..
그나마 기록 사진으로나마 예전의 가난을 일깨워줌에 감사한다..
빈곤 속에서 지금의 짧고 얕은 안락이 더 의미를 가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난곡을 잘 알고있고,아직도 그 인근에서 살고있고, 그 가난에 대해 조금은 공감한다..

문을 열면 방바닥보다 더 높은 도로벽이 하루를 맞이하고,
공동화장실에 늘어선 줄이 긴장된 아침을 더 조바심나게하고,
공장으로, 현장으로 나선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달맞이 노래가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그들에게 검은 하늘과 별과 달은 결코 낯설지 않다..
오히려 가장 행복한 시간인지도 모를 일..

높은 도로턱에서 낮은 방바닥으로 들어가는 어스름 저녁녘의 길이 그나마 버겁지 않고,
귀가시간이 틀려,같은 출근시간에 늘어서야 했던 조바심이 없는 화장실의 이 어둔 시간이
어찌보면 그들에게 안식일지도 모른다..

어둠은 모든 것을 덮어버리니,높은 고층건물과 형형색색의 떼깔나는 옷차림을 부러워하지 않아서도 좋다..
온종일 비워둔 집을 지키고 선 먹음직스런 누런개의 외로운 목청이 유난히 높게 울리는 곳,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난의 원인이 된 개발독재의 병폐도 모른채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있는 “구충”씨의 모순이
어찌 그 혼자만의 문제이겠는가..

무지일 수도 있겠지만,포기와 좌절 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와 좌절이란 욕구를 가진 자들의 한계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면,
욕심조차 가지지 않은 해맑은 어린 웃음들의 미래는 무어라고 말해야할까..

삶이 물질적인 풍요만으로 행복해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은,불도저 앞에 무너진
그들의 생존의 절박함을 위로하기에는 사치스럽고 감정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생존 앞에서는 사랑조차 변질되더라..

시간이 흐르고,그 공간엔 낯선 건물과 기름기흐르는 얼굴들로 가득 차 있지만
아직도 가난은 서울의 밤거리를 여전히 맴돌고 있고,난곡의 가까운 곳에서
가난을 경험한 나는 그 시간과 공간을 결코 지워버릴 수 없다..

난초가 많아서 난곡이었다가, 이제는 가난할 자유조차 없는 넋들의 무덤이 되어버린 곳,
어찌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졌다고 하겠는가..

무너진 시간과 공간의 의도하지 않은 공모자로 매도하는 작가를
정면으로 응시하여 반항할 수 없는 무기력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어떻게 가난을 자유롭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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