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제21조 제7항 등 위헌확인 (제36조 제2항, 제38조, 제39조 및 약사법 부칙 제3조)(각하,기각)(2008.07.31,2005헌마667)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7(합헌) : 2(위헌)의 의견으로 한약사가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할 수 있는 한약처방의 종류를 제한한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 등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은 법률에서 입법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이며,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한약사의 한약 임의조제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한약사의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은 헌법에서 한정적으로 열거한 위임입법의 형식을 따르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고, 이 사건 조제규정은 위헌인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2인(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이 있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모두 한약사인바, 약사법 및 관계 법령에 의하면 한약업사는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30,000여 가지 처방에 대하여 한약을 혼합판매할 수 있고, 한의사도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할 수 있는 반면, 한약사는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100가지 처방 외에는 한약을 조제 및 판매할 수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 제36조 제2항, 제38조, 제39조, 약사법개정법률(1994. 1. 7. 법률 제4731호) 부칙 제3조,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관한 규정’ 및 ‘구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 제34조 제5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청구인들의 주장취지는 한약사에게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한약을 조제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제한된 범위에 한하여 허용하는 것이 한약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한의사와 한약업사에 대한 관계에서 한약사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므로, 이와 관계없는 구 약사법 제36조 제2항, 제39조 제1호 중 ‘약사’ 관련 부분, 제3호, 제4호, 약사법개정법률(1994. 1. 7. 법률 제4731호) 부칙 제3조 중 ‘수의사’ 관련 부분은 심판대상에서 이를 제외하고,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관한 규정’은 제4조 제2항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약사법’이라 한다) 제21조 제7항, 제38조, 제39조 제1호 중 ‘한약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구 약사법 제39조 제1호’라 한다), 약사법개정법률(1994. 1. 7. 법률 제4731호) 부칙 제3조 중 ‘한의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부칙 제3조’라 한다),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관한 규정’(1995. 3. 15. 보건복지부 고시 제1995-15호) 제4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제규정’이라 한다) 및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2001. 2. 19. 보건복지부 고시 제2001-4호) 제34조 제5항(이하 ‘이 사건 유통규정’이라 한다)(이하 위 모두를 가리키는 경우 ‘이 사건 법령들’이라 한다)이며,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은 [별지 4]와 같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법률이 어떤 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는 경우에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 않는다.
다만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2)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에 대하여 살펴보면,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은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고, 세부적, 기술적, 가변적 사항이며 전문적, 기술적 판단을 요하는 영역이므로 입법자에 비하여 전문성을 갖춘 행정부에 위임할 입법기술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구 약사법의 다른 조항들에 비추어 보면 한약사의 경우 한의사의 처방전이 있는 경우에만 그 처방전에 따라서 한약을 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의학적 안전성이 비교적 입증되어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조제, 판매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인정할 만한 한약처방에 대하여 특별히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는 경우에도 한약사가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더욱이 동조항의 수범자는 한약에 대한 전문가인 한약사들로서 이러한 입법목적에 비추어 임의조제가 허용되는 한약처방의 범위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조제규정은 한약사라는 직업의 선택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한약사가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할 수 있는 한약처방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넓은 규제가 가능하고, 또한 한약사라는 전문분야에 관한 자격제도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입법부의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인바,
이 사건 조제규정은 건전한 한약조제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 한약사에게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수반되지 아니한 한약 임의조제를 무한정 허용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는 경우에는 한약사의 한약 조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비교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일정한 처방에 한하여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므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4) 청구인들은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 및 이 사건 부칙 제3조가 한약사에 대하여는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한약을 조제할 권한을 제한하는 반면, 한의사에 대하여는 한약 조제권한을 그대로 인정하고 의사에 대하여는 의약분업을 통하여 양약 조제권한을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한의사 및 약사에 대한 관계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약사와 한의사는 그 자격 및 주된 업무의 내용, 진단 및 처방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서 전혀 다르다 할 것이므로 한약사와 한의사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가사 비교집단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면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데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또한 한방과 양방의 차이점, 한방 의약분업의 실시 여부 및 실시한다면 언제 실시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여러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인 점에 비추어 보면,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 및 이 사건 부칙 제3조가 약사 및 한약사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 것도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 및 이 사건 부칙 제3조는 한의사 및 약사와의 관계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한약사와 한약업사는 그 자격과 영업허가가 명백하게 서로 다른 직종이며, 한약업사의 존재이유는 약국이나 의료시설이 없는 지역의 해소를 위한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지역적 제한을 전제로 한 것인 이상, 한약사와 한약업사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므로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 이 사건 구 약사법 제39조 제1호, 이 사건 조제규정 및 이 사건 유통규정은 한약업사와의 관계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반대의견(재판관 金鍾大, 재판관 睦榮埈의 위헌의견)의 요지
우리헌법은 경성헌법이므로 법률을 포함한 일체의 국가의사가 헌법의 문언에 저촉되어서는 유효하게 존립될 수 없고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원칙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이 법규명령의 형식을 문언상으로 확정하면서 그 명령의 구체적 종류․발령주체․위임범위․요건 등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이상, 법률로써 헌법문언에 정해두지 않은 다른 종류의 법규명령을 창설할 수 없고, 더구나 그러한 법규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여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은 법규적 사항을 헌법에서 한정적으로 열거한 위임입법의 형식을 따르지 아니하고 법률에서 임의로 위임입법의 형식을 창설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고, 위헌인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조제규정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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