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맘마미아 - 무거운 것들의 무겁지 않은 흐름
뮤지컬이란 것도 이렇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첫 경험이었다.
그나마 조금 익숙한 그룹 ABBA의 음악과 정체성이 좀 혼돈스런 주제 탓인지
처음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만만찮은 관람료가 제 값을 하는지 어떤지 두고 볼 요량으로 집중하고자 했다.
막상 막이 오르니 집중을 위한 의도적인 노력은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극 속으로 빠져든다.
지루하지 않으면서 무거운 주제들이 무겁지 않게 잘도 흐른다.
익숙한 음악이 흥을 돋우고, 능숙한 연기력이 관객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성인이 된 소피,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번민한다.
자신을 낳은 아버지가 과연 누구일까에 대한 의문이 그렇게 절실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니
그녀는 참 잘 성숙된 듯하다.
그리움이란 그 대상이 간절한 바램일 때 나타나는 감정이고.
그 대상이 아버지인 것은 어머니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한 듯하다.
아마도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기 때문이다.
무심코 들쳐 본 엄마 도나의 일기장에 나타난 세 명의 남자,
그 중의 한사람이 자신의 생부일지도 모른다는 그 느낌만으로도 흥분될 만큼,
그녀는 또한 누구나처럼 외롭기도 한 모양이다.
그리움이란 기다림의 끝에 찾아오는 외로움의 한계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있어도 그 누군가가 결코 채울 수 없는 별개의 몫들은 있는 법,
약혼자 스카이와는 관계없이 생부에 대한 간절함은 아마도 더 절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아버지라는 그 막연한 핏줄에 대한 본능적 끌림,
꿈 속에서도 그리던 그 품속의 체온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움의 실체는 또한 막연히 모호한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체성에 관한 것일 때에는 결코 가벼운 부분이 아니다.
어떤 것이든, 그녀는 그리워하고 있고, 그녀의 결혼식에 초청할 가능성있는 남자들을 초청하자,
정작에 그들을 포기하고 있는 엄마 도나는 뜻하지 않은 혼돈에 빠진다.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잠재우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 잠에서 채 깨기도 전에 의도하지 현실에 부딪히는 것은 아마도 더 황당함이리라.
그러나 때로는 인연이란 것들이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새로워지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쌤이 현재의 쌤이 되어 그들의 사랑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리라는 것을
누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그리고 그 현재보다 중요한 것이 앞으로의 미래다.
소피의 결혼식장에서 엄마 도나의 결혼식을 거행하게 된 그 현실,
지금의 사랑을 확인하는 그 순간보다, 더 그리워 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소피도 그 날 이후로 더 이상의 아버지 찾기를 포기하며,
지금의 엄마의 사랑을 축복한다.
아마도 소피가 아버지를 그리도 애타게 찾은 이유는 엄마 도나의 사랑을 알고 싶었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엄마의 일기장을 훔쳐보았고, 거기서 그녀는 엄마의 사랑을 찾아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나서는 되돌아 본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사랑하면 서로를 바라보게 되고, 사랑이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도 하더라.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한 여행, 그들의 머리 위로 작열하는 태양과 둥근 달이 뜨고,
그들은 같은 곳을 가리키며, 그들의 사랑이 축복받길 기원한다.
처음부터 같은 곳을 같이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리라.
오랜 동행 속에서 그들은 점점 더 친숙해지고, 신뢰하게 되며,
무엇보다 희미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더욱 분명해지리라.
그래서 서로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또 하나의 둥근 그리움을 띄우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언제나 선명한 사랑 하나, 영원히 품게 되리라.
연극이 끝나자 자연스런 춤판이 벌어지고
여운이 굳어있는 몸을 흔들게 한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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