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작위 위헌확인(각하)(2003.06.26,2000헌마509, 2001헌마30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主審 金榮一 裁判官)는 2003년 6월 26일(목), 속칭 섯알오름사건 등 1950. 8. 20. 전후하여 제주도 각 경찰서에서 구금 중이던 민간인들을 처형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그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호적정정·피해배상 등 국가의 의무이행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 대하여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1) 2000헌마509
청구인들은, 제주 모슬포경찰서에 수감 중이던 민간인 210명 내지 250명이 제주계엄사령부의 명령에 의하여, 1950. 8. 20. 02:00와 05:00경 2차례에 걸쳐 모슬포 동남쪽 속칭 '섯알오름'이라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 놓은 폭파된 탄약고 언덕에서 아무런 재판절차도 없이 총살·처형되어 암장된 것으로 추정됨(이하 편의상 이를 '속칭 섯알오름사건'이라 한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이에 대한 진상조사, 책임자문책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피해자들의 명예회복·호적정정·피해배상 등 국가의 의무이행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속칭 섯알오름사건 피해자들의 유족인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그 위헌확인을 구하고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1헌마305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1950. 8. 20.경 제주도 계엄사령부의 명령에 의하여 처형 등을 당한 사람들의 유족들인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치안국장은 '전국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형무소 단속의 건'(6. 25.), '불순분자 구속의 건'(6. 29.), '불순분자 구속처리의 건'(6. 30.) 등을 치안국 통첩이라는 이름으로 각 도 경찰국에 통지하여 실시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제주도 경찰국 산하 4개 경찰서에서는 1950. 8. 4.까지 민간인 820명이 구금되었는바, 같은 달 12일부터 20일 사이에 이들은 군에 인계되어 서귀포경찰서에 수감 중이던 약 200명은 행방불명, 모슬포경찰서에 수감 중이던 210명 내지 250명은 '섯알오름'에서 총살된 후 암매장, 제주경찰서에 수감 중이던 약 400명 내지 500명은 행방불명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1. 5. 4. 인권의 보호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가 이에 대한 진상조사, 명예회복, 피해보상 등을 하는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은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속칭 섯알오름사건 등 1950. 8. 20. 전후하여 제주도 각 경찰서에서 구금 중이던 민간인들을 처형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그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호적정정·피해배상 등 국가의 의무이행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헌여부이다.
3. 결정이유의 요지
입법부작위는 헌법이 요구하는 입법자의 입법의무가 존재하여야 비로소 성립한다. 즉, 입법부작위는 헌법이 입법자에게 입법의무를 부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법적 상태를 의미한다. 헌법상의 입법의무를 어느 정도로 인정하는가의 문제는 바로 입법자와 헌법재판소 사이의 헌법을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공동의무 및 과제의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것이다.
입법자와 헌법재판소는 모두 헌법규범의 구속을 받고, 입법자는 입법작용을 통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한 헌법재판의 형태로 각각 헌법을 구체화하고 실현한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표현된 명백한 위임을 넘어 헌법해석을 통하여 입법자의 헌법적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면 할수록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는 축소된다. 따라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민주주의원칙은 입법자의 민주적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의 헌법적 입법의무는 예외적으로만 이를 인정하고, 되도록이면 헌법에 명시적인 위임이 있는 경우만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할권은 한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의무를 인정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는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항, 제29조 제1항, 제30조 등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되며, 법률의 규정 또는 그에 따른 집행행위로 구체화된다. 국민의 생명이 박탈되거나 훼손된 경우에 형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규정에 의하여 수사권·소추권·재판권 및 형벌권을 발동하여 그 가해자를 처벌하고, 민법, 국가배상법,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등 관련 법률규정에 의하여 훼손된 명예를 회복시키거나 그 관련 손해에 대한 전보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 국방부장관·제주지방경찰청장·제주경찰서장·서귀포경찰서장의 사실조회 및 자료제출요구에 대한 회신, 청구인들에 대한 수 차례에 걸친 자료제출요구 결과, 호적 등 이 사건 기록에 드러난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아도 청구인들 관련 망인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사망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는지, 그 사건의 원인과 경위 및 결과가 어떠한지, 청구인들 관련 망인들이 그 사건의 피해자인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이를 명확히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어 입법대상인 전제사실의 존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없어 결국 이를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사건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국회가 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규정 또는 헌법의 해석상 국가의 보호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나아가 입법자에게 이 사건 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의 명문상 또는 해석상 작위의무가 존재한다는 청구인들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국가에 속칭 섯알오름사건 등의 진상조사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누구든 위 사건에 관하여 진술하였다는 것으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함을 명시하여 진실이 공개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국가의 이름으로 공적으로 확인하여야 하며, 국가가 다시는 인권유린행위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반성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일련의 조치를 강구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위와 같은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들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받았으므로, 그 입법부작위는 헌법에 위반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